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
미쓰모토 마사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가 인상적인 책이다. 책을 집을 때부터 표지가 의미하는 바가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끝까지 읽고나니 의미를 잘 표현한 표지란 생각이 든다. 책 내용 자체가 음산한 기담이나 환상 문학 같은 느낌이 강하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기묘하고 괴이한 꿈 이야기, 절단마 이야기, 주인공 도이의 친형의 자살 이야기 등등 독특하고 음침한 이야기들이 서로 상관없는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해당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만들어진 '길' 이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이 모미지마치 역 앞에 위치한 자살센터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문장들을 접했을 때는 일본 소설 특유의 현학적인 느낌을 가득담은, 애매모호한 중얼거림인 줄 알았다. 일종의 허세라고 생각했는데, 이 '길' 이 마지막 장에 가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접할 수 없다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이 책이 작가의 처녀작이나 마지막 작품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섬세한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주인공 도이는 한 살짜리 아이가 살해된 이후 수면제와 알코올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렇게 6년을 살아오다가 아이를 죽인 범인이 사형 당하자 살아갈 의미를 잃고 자살센터를 찾아가게 된다. 그래서 책 속에는 상실의 아픔과 그로 인한 우울감, 그리고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메마른 정신 세계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삶에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그의 절박함과 먹먹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너무 쉽게 '죽고 싶다' 라는 말을 내뱉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을 정리해 나가는 도이의 모습을 보면 자살이라는 선택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소식을 갑작스레 통보받은 지인들의 마음이 어떠할지 헤아려 보게 된다. 막상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순간의 자기 연민과 괴로운 상황에만 몰입하여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 뿐이다.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고통때문에 지인들의 괴로움과 슬픔은 생각지 못 하고 막연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란 자기중심적인 생각 밖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삶과 불행의 원인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하는 자살센터의 설립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종교 단체들의 우려와 달리 자살과 죽음이 갖는 그 무게감을 제대로 느껴 보고 오히려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센터가 설립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꼭 권해주고 싶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몇은 분명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고 마음을 돌려볼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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