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영멘 1
나카무라 히카루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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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명시 된 지구 종말은 일어나지 않고 인류는 무사히 밀레니엄을 맞습니다. 그래서 천계의 두 별, 붓다와 예수는 하계의 일본으로 휴가를 옵니다. 신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여느 인간들의 모습처럼 현대 문명을 체험하고 일본 곳곳을 관광하는 것을 목적으로 내려옵니다. 두 분(?)은 사람들의 감사한 마음과 웃음이 엔화로 환산되어 매달 월급처럼 휴가비를 지급 받습니다. 그 돈을 가지고 도쿄에서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됩니다. 알뜰살뜰 저금도 하고, 충동 구매를 해서 잔고가 바닥나기도 하고..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똑같이요.

예수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다소 즉흥적인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소위 말하는 기분파에다가 실수 투성이예요. 기쁨으로 충만하면 그릇을 빵으로, 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기적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행하고 늘 아가페적인 따스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모든 드라마를 섭렵한 파워 블로거이고 코스프레 매니아 입니다. 붓다는 이런 예수를 돌봐주는 형 같은 느낌입니다. 게임 위와 만화책에 빠져있고 밥 짓는 일을 좋아합니다. 천계에 네 컷 만화도 연재하고 예수가 즐겨입는 티셔츠에 실크 스크린으로 글자를 새겨주는 취미를 가지고 있고요. 고행 매니아이고 체중 변화에 민감하여 살이 찌면 굶습니다. 하하...

위의 설명처럼 예수와 붓다는 정말 유쾌하고 호기심 가득한 청년들의 모습입니다. 인류와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선한 마음을 간직한 채로 말이죠. 전기 자전거를 처음 만난 날, 인간이던 시절 이게 있었다면 십자가를 짊어지지 않고 자전거 바구니에 실어서 골고다 언덕을 룰루랄라 올라갔을 거라고 말하는 예수님,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한 것은 모든 인간은 부처처럼 존귀하다라는 뜻에서 한 말이 아니라 중2병 같이 세상물정 모르고 한 말이었다고 고백하는 부처님. 보다 보면 참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다정다감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에 깜짝 생일 파티를 해주려고 특급 작전을 펼칠 정도로 진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막상 이 분들을 사랑하고 따르는 인간들은 그렇지 못 하잖아요. 종교라는 명분을 앞세워 서로 전쟁하고, 탄압하고.. 결국 모든 것은 신의 뜻과 상관없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만들어낸 일들인 것 같아 씁쓸하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색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입니다. 역시 일본이 최고라는 둥, 일본 민족주의가 깊게 담겨 있어 마음이 불편하긴 합니다. 억울하면 우리도 이런 거 그려야죠 뭐 하하.. 일본 광고 만화 같은 느낌이 가득하지만 이런 건 그냥 가뿐하게 제껴 읽으면 되니까요. 불경과 성경에 등재된 모든 종교적 배경과 일화들이 개그 소재로 쓰여 웃음 폭탄으로 작용하는데요 여기에 집중하면 되더라고요.

일부 기독교 신자 분들에게는 신성모독이라는 느낌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은 만화일뿐이고, 어찌 보면 신문과 뉴스에서 보여지는 각 종교 단체들의 몹쓸 행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종교의 근간인 선함과 구원, 인간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지하게 담아 내고 있거든요. 거기에 재미를 더해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종교에 대한 믿음과 관심이 무럭무럭 자라게 되네요. 종교의 참뜻을 어지럽힌 인간이 잘못이지, 그 종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지향점은 훌륭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고 있고요. 무엇보다 종교간 화합에 대 찬성인 저로서는 두 분의 우정이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정말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될 것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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