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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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부적절하고 불편함을 야기하는 단어이다.
항상 사랑과 믿음, 희망, 행복 등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가치들에 대해 노래해왔던 파울로 코엘료가 불륜에 대한 신작을 출간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신분 상승을 꿈꾸며 계산적인 결혼을 한 사람이 불륜이라는 다소 비윤리적인 방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려는건가? 아니면 불륜에 의해 파괴된 가정과 배우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건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불륜의 다양한 행태를 떠올려 보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은 일주일 내내 텔레비전을 틀면 불륜, 혹은 바람의 문제로 고통받는 커플이 하나 이상 포함된 드라마를 언.제.나. 볼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아닌가. 심지어 평이한 불륜은 이제는 식상해져서 더 막장스럽고 자극적이어야만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할 수 있는 시대니까.
이렇게 단련된 나를 놀라게 할, 파올로가 이야기하는 '불륜'은 대체 무엇일까??

내가 품었던 궁금증과 기대감에 비해 결말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끝맺을 수가 있을까.
그 흔한 악 한 번 쓰지 않고, 머리 끄댕이 잡고 다투는 질펀한 싸움없이 아주 조용히 막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주인공이 내적 평안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면서.
불륜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를 기대하고 이 책을 접하면 정말 밍숭맹숭한, 결말마저 현실성이 없는 실망스런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불륜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 주인공 린다와 야코프가 함께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린다가 불륜을 통해 삶의 의미와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불륜의 현장 또는 치정에 얽힌 사건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린다의 독백을 통해 불륜을 저지르기 이전과 후의 감정적 변화나 생각의 흐름 등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린다의 모노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린다는 제네바의 명망 있는 신문사의 기자로서, 나이 31세, 가장 부유한 스위스인 300인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상한 남편과 아이 둘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조건만을 따져가며 한 결혼도 아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했고, 두 사람에겐 무한한 신뢰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문득 '고작 이게 다야?' 라는 의문과 함께 은밀한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과 권태가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변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사이에 갇혀 버린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 보면서 완벽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우월감이 아닌 악몽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본인도 똑같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갑갑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난 삼십 여년간의 삶은 결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길만 찾아온 지루한 인생같이 생각된다. 하지만 그녀는 친한 친구, 남편에게도 본인의 심각한 우울증을 드러내지 못 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그녀가 해온 유일한 반응이고 여전히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샤워를 하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거기서는 울 수가 있다. 아무도 내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누구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테니까.
"괜찮은거야?"
물론. 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내 인생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무 문제 없지.
단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을 뿐.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는 낮과,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들,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회한과
감행하지 못한 모험에 대한 갈망과,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있을 뿐. -p. 23


누가 봐도 행복하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그녀의 삶을 보면 이러한 고민과 두려움이 사치로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하루 벌어 먹고 사는 것이 급급한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존재론적 가치들에 대한 고민 자체가 배불러 할 일 없는 사람들의 놀음에 불과할테니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점이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감, 만족감을 결정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남자들에게는 욕망을, 여자들에게는 질시를 불러 일으키는 완벽한 삶을 누리는 주인공에게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결핍의 요소는 대체 무엇인지,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을 위해 목표로 해야할 참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그래서 파울로는 그녀가 야코프를 만나 불륜을 행하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책의 처음과 끝까지 우울증에 걸린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 위태롭고 불안정한 그녀의 내적 세계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과 무기력한 감정의 근원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양상을 세세하게 열거한다. 특히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치료 과정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각 단계들 -방어, 자기 옹호, 자기 확신, 고백,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 은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우울증의 '지옥' 을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련의 증상들이긴 하다. 하지만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그러한 감정적인 공황상태와 본인의 삶에 대한 무기력함, 회의감 등을 경험한다. 이것이 책을 읽는 동안 린다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 마음 속에서 괴로워하는 누군가가 바로 그 린다이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나오기 싫은 느낌. 아주 단순한 일을 해내는 데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 진정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세상 사람들을 보며 자신은 그런 기분을 느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가책으로 마음이 갈갈이 찢기는 느낌. -p. 31

무감각 상태랄까? 행복한 척, 슬픈 척, 오르가슴을 느끼는 척, 즐거운 척, 잠을 잘 잔 척, 살아 있는 척. 그러다보면 가상의 한계선에 다다르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넘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돼. 그러면 더이상 불평을 안 하게 되지. 불평을 한다는 건 아직도 무언가를 대상으로 최소한 싸우고는 있다는 뜻이거든. 결국 불평도 없는 식물인간 같은 상태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감추려고 노력하게 돼. 그게 정말 힘든 일이야. -p. 32


뉴스를 켜고 신문을 뒤지며 각종 사고들, 혹은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서 위안을 구한다. 평소 본인의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감정적이고 예민한 또 다른 내가 나타나 괴리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결국 우울증임을 인지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고 약을 처방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의사의 진단과 약물의 효과를 믿을 수 없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 했던 일탈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일탈적인 행동들은 쇼핑 중독-과소비, 알코올 의존 혹은 중독, 안정제나 항우울제의 남용, 도박, 범법 행위, 불륜 등 개개인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린다는 그것이 불륜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린다는 야코프를 떠올리며 사랑의 감정으로 두근거릴 때에도 그녀의 남편 또한 사랑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야코프와 불륜을 저지르든, 아니든 함께 남을 것인가, 영원히 헤어질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것이란 것도. 그것이 두 사람, 아니 여러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상황을 처하게 할 것이며, 본인을 파괴할 일이라는 것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야코프에게 빠져든 것은 고뇌에 빠진 자신의 영혼을 알아봐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가 자신과 똑같은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이었다. 심지어 남편도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던 행복하냐는 질문은 야코프에 대한 마음을 단단히 굳히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야코프 앞에서 그녀는 다른 여자가 된다. 욕망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열여섯살의 사춘기 소녀가 될 수 있다.
본인을 감싸고 있던 무기력, 나약함, 패배감, 불안이 사라지고 한없는 희열과 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강력한 힘을 느낀다. 특히 야코프의 부인인 마리안을 만난 후 더욱 큰 승리감을 느끼고 이것이 반듯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주는 선물같은 것이라고 느끼기까지 한다.

결국 그녀가 정말 사랑한 것은 야코프가 아니라 무력감을 극복해내는 자신이었단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안정적인 생활이 무료하고 삶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자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일종의 게임 같은 것 말이다. 미모도, 지성도, 직업도 완벽한 마리안을 만나 굴욕감을 맛본 뒤 그녀에게서 야코프를 뺏어오는 짜릿한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과 자아도취적인 기쁨은 그 어떤 마약보다 강렬할테니까. 처음엔 호감 또는 일시적인 설렘이었을지도 모를 감정이 진실한 사랑인 것처럼 둔갑하여 이 도전적인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 원동력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욕구보다 미지의 모험- 그것이 자기파괴적인 모험이라 할지라도- 을 약속하는 악마의 속삭임에 이끌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니까.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될 거예요. 아까 말했듯이 기자님 영혼의 빛은 어둠보다 더 강해요. 그렇지만 깨닫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야 합니다. -p. 212


주술사의 조언처럼 본인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끝까지 나아간 그녀는 마침내 깨닫게 된다. 불륜으로 인한 행복은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할 때 느끼는 행복 같은 것이라고. 조만간 그 효과는 사라지고 전보다 진한 절망이 찾아든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가 죄책감과 절망감에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 했을 때 몹시나 완.벽.한 남편은 그 고백을 제지시키며 무한한 사랑으로 그녀를 끌어안는다. 얼마나 자신이 린다를 사랑하는지 어마무시한 말들로 고백을 하면서.


난 당신 때문에 생기는 질투를 잘 조절했어.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왠지 알아? 난 늘 스스로에게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난 우리의 결혼생활과 유대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해. 절대 아이들 때문이 아니야. 난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내 곁에 두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정말로 무엇이든 견딜거야. 하지만 당신이 날 떠나겠다면 잡을 순 없겠지. 언젠가 떠나고 싶어지면, 당신 행복을 찾아 떠나도 돼. 내 사랑은 그 무엇보다 강하니까, 절대로 당신 행복을 막진 않을거야. - p. 301


사랑을 하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여야 해. 사랑은 우리가 어릴 때 갖고 놀던 만화경 같은 거니까. 똑같은 건 없고 항상 변하지.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행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ㄴ것 때문에 오히려 고통받게 되어버려. 최악은 뭔지 알아? 그 여자같은 사람들이야. 제 결혼생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걱정하는 사람들. 난 그런 건 관심없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게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p. 303


이 부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일단 의심의 씨앗이 가슴 속에 자리하면 타이밍의 문제일 뿐 언제든 급속도로 자라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야코프와 린다 사이에 썸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 눈치를 챘을텐데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린다를 붙잡으려 한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고 허구적이다. 내가 남편이라면 린다의 얼굴만 봐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로맨틱한 말들을 내뱉을 수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오히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니면 그냥 대화를 회피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최선일 것 같은데 말이다.

게다가 린다라는 이 여자는 마지막에 야코프를 만나 뻔뻔한 말도 남긴다.
정작 남편은 비난하지도, 탓하지도 않는 일로 스스로를 탓하고 매질하고 있었으며, 완벽한 이 남편이 어떻게든 본인 곁에 머무르고 싶어한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본인이 가치있는 사람이기 때문일거라고.
내가 야코프였다면 한 대 후려쳤을지도 모르겠다. 정신차리라고.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다 있나 싶어서 온갖 욕설을 퍼부어주었을 것 같다.
하긴 촉망받는 정치인이니까 이런 여자와의 불장난을 마무리한 것 자체에 엄청 감사했을 것 같지만.
정말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기가 차서 머리까지 띵한 느낌이었다.
일단 남편의 조건 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으니 린다에게는 아주 성공적인 결말이다. 삶, 사랑, 가족 이 모든 것의 소중함과 의미를 깨닫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불륜을 통해 자존감과 자긍심을 회복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대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예상 밖의 전개였다. 이게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인지, 아니면 린다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이토록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인 여자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원시 시대부터 치정때문에 발생한 살인 사건들을 줄이고자 고안한 것이라는 가설을 생각해 보았을 때 동서양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그저 파올로 코엘료의 해피 엔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막장보다 더 막장스러운 결론을 내린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 더럽다고 느끼거나 그를 속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도 다시 그 사람 옆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거야. - p. 319


그리고 린다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정말로 정말로 대단한 여자이다.
가족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던 린다는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망언을 한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을 남편과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준 야코프와 마리안이 행복하기를 소망한다며, 이 모든 일이 두 사람을 가깝게 이어주기를 소망한다고 말이다.
이쯤되면 자기애의 결정판이다. 이 여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역지사지라는 게 없는 건지, 워낙 매력적인 여자면 이따위로 생각해도 되는건지.

아무리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결말은 뜬금없다.
그녀가 불륜을 통해 주체로서의 삶의 의미, 사랑의 소중함,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는 과정과 내적 성찰은 정말 훌륭하다. 그 과정에 포함된 철학적인 질문들과 답들은 나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지만 이 결말은 정말 실망스럽다. 이렇게 인간의 우울하고 고독한 속내를 완벽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불륜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결말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이토록 부족할 수 있다니. 결말의 몇 장이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모든 경이로운 감흥들을 반감시키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예민한 주제를 고차원적으로 승화시켜 풀어냈지만 끝이 안타까운 책!!
성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자 주인공이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고독과 우울만 잔뜩 서술해 놓은 11분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 담겨 있는 주옥같은 삶의 비의들을 발견하고 싶다면, 결말의 생뚱맞음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파올로의 팬이라면 이 책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것 같다!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 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p. 358

마른 땅? 어떤 관계도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죽이는 것이 바로 모험의 부족, 그 무엇도 이젠 새롭지 않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계속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배우자가 예전에 결혼식 제단에서 만나 반지를 교환했던 그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시간을 멈출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지혜와 경험이 아니다. 시간도 아니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나는 삶에 대한, 우주에 대한 내 사랑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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