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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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어디론가 숨고 싶게 만든다. 과거에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했던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제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으면 좋으련만, 아무런 문제도 없는 척, 괜찮은 척하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로 인해 해결할 수 있는 때를 놓쳐 버렸고,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덕분에 진짜로 문제가 해결되고 괜찮아질 때까지 내가 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확인받아야 했다. 정말 이제는 거짓말이라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늘 진실한 말만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선의에서 비롯된 하얀 거짓말도 있기 마련이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실제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옳고 그름을 논하고, 바른 소리를 잘하는 사람도 거짓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단 세 번밖에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라니, 당연히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달리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쓰인 에세이였지만. 심지어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까지 상당히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적혀있다 보니, 한 사람의 역사를 오롯이 보여주는 기록물 그 자체였다.

특히 매 에피소드마다 부모님이나 친구, 연인과 나눈 대화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의 정직한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대개는 고구마를 백 만개 먹은 듯한 답답함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적당하게 둘러대면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곧이곧대로 말하다가 문제를 야기시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팩트 폭격으로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확실히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진실만 말하고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지뢰밭을 뛰어다니는 것과 같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만큼 굉장한 자존감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진실을 말하는 쾌감보다 다른 이의 외면과 그로 인한 고독이 주는 고통이 더 클 테니까. 저자 역시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진실을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너와 나 사이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적당한 거짓말이 주는 효용과 배려, 그리고 그것이 주는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은 눈물겹다. 하여 더더욱 저자가 그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저자라면 거짓말로 쌓아 올린 관계가 아닌 진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진솔한 관계를 맺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저자와 달리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솔하지 못했던 때 상처를 주고 말았던 만큼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몹시나 솔직했던 저자의 삶을 보니 아무래도 상대를 위한 소소한 거짓말은 남겨둬야겠단 생각이 든다. 진솔한 관계에도 때로 거짓말이라는 양념도 필요한 법이니까. 부디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현명한 거짓말쟁이가 되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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