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위하여 - 나의 안녕, 너의 안녕, 우리의 안녕을 위한 영화와 책 읽기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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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찾아보면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 혹은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동안은 후자의 정의처럼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반갑게 건네는 인사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저 친숙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하게 되는 무의식적인 반사 같은 것이었다. 정말 전자의 정의처럼 진심을 담아 상대가 안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묻게 된 것은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이후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곁을 떠나는 사람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은 슬픔뿐만 아니라 공포와 무력감을 안겨 주었다. 돈이 많든 적든, 젊든 젊지 않든 누구도 코로나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되는 것뿐이었다. 새삼 오늘 무심코 건넨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나니 안녕이란 인사말이 아주 묵직하게 다가왔다. 다정한 그 인사를 통해 너와 나 모두 간밤을 무탈하게 잘 보내고, 오늘도 마주하게 되었다는 감사함을 주고받게 되었다.

안녕이란 말의 의미를 여러 번 곱씹다 보니 이 책의 제목인 ‘안녕을 위하여’ 란 말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나의 안녕, 너의 안녕, 우리의 안녕을 위한 영화와 책 읽기라니! 영화와 책 모두를 사랑하는 나에게 이보다 환상의 조합은 없었다. 책 속에는 내가 봤던 영화, 내가 읽었던 책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한 작품이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낯설거나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안녕에 담긴 작별과 평안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야기했던 모습과 작별하고, 내일의 평안을 도모하는 것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안녕을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연대를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오롯이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내-존재로서 실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로지 관계 맺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모습을 깨닫고 본래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존재다. ‘너’의 존재와 위치를 알 때 비로소 ‘나’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고, 그것을 명확하게 알아야 어느 쪽을 향해 몇 도의 각도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우리의 안녕을 위해 이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강한 유대와 협응이 필수적이다.

변화는 언제나 연결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그 변화를 일으킬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은 어디인지 알아볼 차례다. 그래서 저자가 추천해 준 스무 편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좀 더 숙고해 보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영화는 온기이자 질문이자 웃음이자 죽비이고, 책은 그러한 영화를 이해하고 나의 세계관을 확장해 줄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지, 자연을 살리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고 싶다.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주인공 해롤드처럼 나도 미약하나마 세상을 좋게 만들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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