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평점 :
<벽을 드나드는 남자>
사회적으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착한 역활로 많이 나온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엑스맨 등등 사회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주인공들이다. 안타깝게도 마르셀 에메의 벽을 드나드는 주인공은 큰 그릇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느 날 알게 된 초능력은 갑자기 생긴 명예, 돈, 그리고 권력처럼 사람을 망쳐 놓았다. 그는 평소 자신을 심하게 괴롭히던 직장 상사를 골탕 먹이는 일을 계기로 나쁜 길로 빠진다. 물론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사회에 평생 헌신적으로 살아야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을 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나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유롭게 벽을 드나들면서 금고를 터는가 하면 남의 아내를 건드린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점점 큰 범죄를 지를수록 타락해가는 주인공이 안타까웠다. 사람의 기본적 도리를 버린 것이다. 마지막에 벌 받게 되는 부분에선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능력을 좋을 일에 썼으면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싶다.
<생존 시간 카드>
법령이 매기는 사람의 가치에 따라 생존 시간이 달라지는 세상은 2011년 영화 In Time이랑 비슷했다. 나이가 많거나, 직업이 없거나, 가난하거나 부유하다는 이유로 정해진 수명을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불공평한 법보다도 더 화가 나는 부분은 남의 불운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이들에 대한 부분에서였다.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면, 끝없이 충족되지 않는 욕심을 보여줬다. 부자들은 암시장을 통해 구매한 생존 시간 배급표로 한 달 안에 5년 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과 돈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빈곤층 차이가 심해지는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속담>
가장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힘들게 하는 주인공이 미웠다. 자신은 착하다는 위선.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이유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위선. 힘 없는 자식이랑 약한 할머니께 시도 때도 없이 닦달하는 못된 심보. 힘만 안 썼지, 가정 폭력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여린 마음을 가릴려고 겉으론 강한척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유없이 가족을 학대하는 주인공이 미웠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들은 가족인데 오히려 우습게 여기다니... 그리고 화려하게 쓰는게 잘 쓴 글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다.
이 외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 이 담겨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