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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골드러시」와 『코리안 티처』로 주목받았던 서수진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나 역시 올해 젊작상에서 「골드러시」를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영미권 청소년소설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그럼에도 무척이나 한국적인 소재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장편인 만큼 소설에서는 여러 문제들(교육, 가족, 이민자, 커뮤니티……)이 입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성장소설(하이틴 소설?)의 결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소설은 분량이 짧은 각 장마다 초점을 달리 하며, 호주에 사는 세 명의 한국계 청소년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끝 없는 산불에 시달리는 그 나라처럼, 다사다난하게 흘러가는 아이들의 삶.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지는 한국계 아이들의 커뮤니티를 대표한다. FOB 해솔, ABG 엘리, 그 중간그룹의 클로이. 가까울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실 가장 먼 곳에 있는 이들은 무척 불편한 방식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연대는 아니지만, 유독하고 아름다운 올리앤더 나무와 징그럽고 무해한 거미가 황폐화된 하나의 정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이 괴로운 진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견뎌나간다. 서로 대비되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하면서. 그리고 소설은 이 과정을 무척이나 섬세한 묘사로 따라간다.
작가의 말에 언급된 것처럼 청소년 친구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감상이 보다 궁금해진다. 사실 이 소설에선 거의 모든 것들이... 좋아지지 않는다.(이 지점은 요즈음의 독자들이 가지는 선호와는 반대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죽지 않는다는 말, 내 마음대로 덧그리면 된다는 말, 스토리가 없다는 것을 스토리로 쓰면 된다는 말들은... 소설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짐작케 해주고, 그런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용기를 전달한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우리가 연결되었던 장면을 잊지 말고 다만 살아가자고.
*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