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가 정여울 선생님의 신작 수필집 <문학이 필요한 시간>. 문학을 주제로 한 가벼운 에세이 정도를 상상하고 집어든 책인데, 기실 굉장히 다양한 책들에 대해 논하고 있는 서평집에 더 가까웠다. 그것도 목차로 엿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책들에 대해!그러니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역시 정여울 선생님의 엄청난 인사이트.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책에서 책이 아닌(그러나 문학인) 것으로 자유로이 쏘다니는 방대한 사유에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함도 물론. 그리고 이 모든 작품들에 대한 감상은 곧 ‘문학’이라는 인생의 동반자를 향한 찬사로 수렴된다. 이는 문학을 대하는 정여울 선생님의 깊은 마음뿐 아니라, 읽는 우리가 지금껏 왜 문학을 이렇게 사랑해왔는지, 이 세상에 왜 문학이 그토록 필요한지 알게 한다. 그러한 이유들은 막연하게 펼쳐지기보다 각종 문학 작품들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설명된다.글 사이사이를 채운 사진과 코멘트도 책을 채우는 재미난 볼거리. 이승원 선생님과 여행지에서 찍으신 듯 보이는 사진들은 빼곡한 목차 사이마다 간지가 되어줄 정도로 많은데, 모두 ’문학과 같은 순간으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