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우리의 편견을 깨부수는 21세기 무당 홍칼리의 인터뷰집. 비슷한 결을 가진 여섯 명의 무당들을 인터뷰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소회 등이 간략하게 담겨 있다. 홍칼리라는 특별하고 매력적인 저자의 힘도 분명하지만, 각양각색 (소위 ‘MZ’한…) 무당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획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무당을 다루는 콘텐츠는 세상에 많고 많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머릿속에 남은 이미지는 <곡성>이나 <검은 사제들>, 그도 아니라면 <만신>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인 2022년, 위 영화들처럼 지극히 영적인(혹은 전근대적인) 직업으로만 여겨지는 무당들의 일상은 어떨까? 역사 속에서 우리의 정치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살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 인터뷰집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안겨준다. 여전히 무당들은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지금/여기서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는 것을 직업 삼는 이들의 이야기는 퀴어․페미니스트․비건인 저자 홍칼리에 의해 옮겨지기에 더욱 특별하다. 생과 사, 영과 물을 매개하는 무당이라는 직업의 존재 가치처럼 책은 무(巫)의 세계 속에 있는 이들을 그 밖에서 살아온 독자와 연결해준다. 기꺼이 남들의 사연을 듣기만 했던 무당들이 풀어놓는 저 스스로의 이야기는 익히 봐온 미디어 속 모습과도, 가벼운 우리의 상상과도 다르다. 낯선 무당의 언어가 튀어나오곤 하는 대화에서도 이들은 결코 기존의 편견 속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단지 이들 또한 자신이 믿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이를 사랑하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특정한 운명의 길을 선택해온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