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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잡아먹힌 신부님
백목란 / 문릿노블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너무나 문릿노블스러운 작품.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어느 마을. 산신이 노했으니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무당의 말에 가난한 집의 필요없는 딸인 인해가 제물로 선택된다.
재혼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새아버지와 형제들의 구박속에 힘들게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인해는 그 인생이 서러워 제물이 될 것을 거절하지만 강제로 꽁꽁 묶여 신부복이 입힌 채 산 속에 버려진다.
그렇게 한 없이 울다 지쳐 기절해 깨어보니 화촉이 밝혀진 신방.
초가 꺼지고 어둠 속에서 처음 만난 신랑 청련은 매우 다정하지만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 플롯의 글인데, 원작의 플롯을 따라가려다보니 납득이 안가는 설정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인해는 산신에게 제물로 바쳐졌을 때 사람들은 인해에게 신부복을 입혀 산에 버린다.
산신에게 신부를 바친다는 의미거나, 산신이 호랑이 같은 짐승이라면 먹잇감으로 바친 것일텐데, 신방에서 어둠 속에서 청련을 처음 만났을 때 인해는 속으로 어떤 '괴물'일까 걱정한다. 신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고 갑자기 괴물이라니...
그리고 청련이 계속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도 나오지 않는다.
야수처럼 짐승의 얼굴을 지닌 것도 아니고 매우 아름답게 생긴 외형에다, 에로스처럼 얼굴을 보이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보여준다. 거기다 자신의 본신이 여우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키니, 신부님이 싫어할까봐 뱀이라고 말 못하고 여우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뱀을 싫어하지 않냐면서.
여우던 뱀이던 어차피 사람이 아닌 건 똑같은데 뭐지? 싶음.
그냥 원작에서 괴물이니 청련도 괴물이다 말고는 딱히 설명이 안됨.
마지막으로 거슬린 점은, 원작인 '미녀와 야수'에서의 벨처럼 여주가 고향마을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고 하는데, 여주를 매우 잘 단장시켜서 혼자 보낸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야수가 성을 떠나면 안되는 제약때문에 혼자 보내놓고 애타게 기다리는 장면이 찡했지만, 이 작품에선 그런 제약도 없는데 혼자 보낸다. 그러니 악귀같은 가족들한테 걸려 결국엔 죽음을 당하지...
청련이 다시 살려주지만 그 장면도 맘에 안든다. 아무리 되살릴 수 있다고 해도, 자기 신부가 머리가 깨져서 죽어있는데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죽었나.”
“아, 아니오! 살아 있소! 의, 의원을 데려올 것이오.”
번쩍 정신이 든 백석이 외쳤다. 놀란 와중에도 죽었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는 것을 판단할 정도는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파묻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이건 장독대를 묻으려고 파 놓은 것이오.”
“대체 무엇이 아쉬워 이곳에 오겠다 하신 겁니까.”
사내가 중얼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피에 젖은 채 늘어진 인해의 몸을 품에 안았다. 몹시도 소중하게 안는 모습에 백석과 연석은 저도 모르게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기를 바라느냐.”
“예, 예? 아, 아니, 그보다 그년, 인해를 이리 내놓으시오!”
물론 위에 인용문 바로 직후에 살리긴 하는데, 이런 장면을 쓸 때는 죽어있는 여주한테 먼저 집중을 하고, 여주를 살려놓고 그 다음에 진행하는 게 훨씬 좋아보인다.
읽는 사람은 뭐야, 인해 죽었어? 이러고 마음이 콩닥콩닥하고 있는데 남주라는 사람은 죽었나? 라고 묻고 있으면... 답답해...
어차피 몰래 따라와서 볼 거였으면 왜 가냐고 물어보고 같이 가던가, 잘 차려입고 나타나봤자 죽으라고 꽁꽁 묶어서 산에 버린 가족들은 오히려 뜯어먹을 생각만 하려는 걸 몰라서 혼자 보냈는 지... 답답해 진짜...
원작 플롯을 잘 따라갔지만 벨과 인해의 처한 상황은 다른데 너무 따라가기만 하니 이해가 잘 안되는 설정이 여럿 있었지만 집착집착애정애정한 남주 보는 맛이 흐뭇했으므로 별점은 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