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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방랑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아.. 역시나 가족에 대한 평범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가족 방랑기> 책 제목을 내용과 너무 적절하게 만든것 같다.
"싫든 좋든, 우린 가족이야!" 라고 말하는 가족.
위로 세명의 언니와 막내 리리코. 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이 막내 리리코 이다. 리리코 밑으로 태어나지 못한 남동생(순전히 리리코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은 엄마 배속에 있을때 자신때문에 유산되고 말았다. 리리코는 항상 마음속의 남동생 폰키치(리리코가만든이름)에게 말을걸곤 한다.
첫째 언니, 아리코. 결혼한 언니이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해 이혼을 하고 만다.
둘째 언니, 고토코. 가족 이야기로 끄적대던 에세이식 이야기로 상을 두번이나 타게 되서 작가가 되고 만다. 하지만 재능이 있진 않아서 한번 쓴 소설 이후로는 더이상 소설을 쓰지 못한다.
셋째 언니, 모토코. 생얼굴처럼 보이게 매일 거울 앞에서 화장 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언니, 아빠와 함께 가게를 새로 이끌어 나간다.
넷째 리리코인 나. 열일곱 입시생. 상상속의 동생 폰키치에게 시시콜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시끌벅적한 한 가족의 이야기. 너무 따뜻하고 또 때론 엉뚱해서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던 책이었다.
특히나 할머니의 죽은 고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아빠의 눈물들.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중.소로 분류해. 그날 외식하는 집이 정해져 있는 애주가 아빠. 교육문제라면 심각해지는 열혈 엄마.
너무 재미있게 본 책이 었다. 가족 방랑기!!!
하지만 나는 요즘 들어 생각하곤 한다.
나쁘다고 생각한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좋아 보였던 일이 불행의 입장권이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불행이니 행운이니 하는 건, 선이 아니라 한순간의 점에 지나지 않고, 그 점이 어떤 선을 그려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활이란, 살아간다는 건, 좋아한다는 감정을 닳아 없애는 거라고...
그런 바쁜 와중에 나는 왠지,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 진실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흐느껴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장례식장보다도, 정신없이 바쁜 리큐어숍 야지마 쪽이 오히려 고별식이라는 이름에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가게를 열고 싶었던 게 아니고, 하물며 멋지게 화악 해보이고 싶었던 것도 아니며, 틀림없이 택시 안에서 했던 말대로 평소처럼 하고 싶었던 거다. 할머니의 죽음이란 것을 예삿일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