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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
시노다 세쓰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디오네 / 2008년 10월
평점 :
처음 접하는 일본 작가이다. 시노다 세쓰코 씨. 하지만 그가 낸 또 다른 한권의 책 <도피행>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기 전이긴 하다. 기대된다. <도피행>은 또 얼마만큼의 읽는 기쁨을 줄것인지..^^오히려 역자이신 이영미 님이 더 많이 접해본 분인것 같다.. ^^
일본 작가 중. 온다리쿠 작가의 소설들은 읽고 있노라면 미스테리와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고. 오쿠다 히데오 의 소설들은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 하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그 두명의 작가를 겹쳐 놓은 듯한 기분이다. 표지를 보면 웃음만 날것 같은데 말이다. ^^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시노다 세쓰코 씨의 코믹 로맨스 소설이다.
신이치 씨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키는 작고, 수입이 적고, 출신대학 수준도 낮은 책에서 말하는 '3저'인 남자다. 심지어 외모까지도 별로인- 하지만 어느 날, 대타로 나간 인터뷰에서 한 여성과 만나게 되는데, 리카코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도쿄대를 나왔고. 신탁은행 개발부에서 일하며 연봉은 신이치씨의 4배를 받는다. 게다가 대단한 미모의 여성. 그녀와 만난것을 계기(그녀가 신이치씨의 비행기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인데..)로 급속도로 만남이 이루어졌고, 급속도로 결혼에까지 골인한다.
멋진 직장과 외모. 경제적 여건. 이 모든것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도 단점이 있었으니. 정리 정돈을 안한다는 것과 혼자 힘으로는 신변 정리조차 못 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방은 켜켜히 먼지가 쌓였고. 옷장속에는 입다 벗어 놓은 속옷과 땀에 절은 와이셔츠가 난무했다. 그리고 곧 이은 그녀의 고백. 임신이었다.
하지만 신이치는 깔끔한 남자였으니 그는 바쁜 그녀 대신 주부처럼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의심이 들었다. 빠른 결혼과 임신- 그리고 그녀의 집안생활에 대한 성격- 그리고 그녀가 대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오카모토(유부남)라는 녀석이 의심스러웠다. 오카모토의 아이를 임신해놓고서 나와 결혼해 모든것을 덮어 쒸우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임신을 했고. 임산부에게 이것저것을 따져물어볼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신이치였다. 출산준비를 하고.. 리카코와 이런 저런 다툼속에서도(임산부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거나. 야근을 하며 늦게 들어오는 등등) 의심과 출산의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출판부에서는 육아아빠의 일기를 써보라고 권한다. 드디어 출산날- 신이치 씨는 자신과 똑 닮은. 다른 누구의 아이라고 한점 말할 수 없는 자신의 딸과 대면하게 된다.. 감동--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육아- 아내는 출근을 한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단순한 결혼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쓴 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고 애잔한 어떤 느낌을 준다.
아내가 집안 살림에는 영 젬병인데도. 눈물 뚝뚝 흘리며 돌변하는 아내에게 어쩔 수 없어 하는 신이치.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대신 집안일을 하는 신이치이지만. 또 속으로는 불평을 해대지만, 한켠의 다른 마음으로는 그런 그녀를 받아들인다.
아이를 싫어한다는 한 남자가 자신과 똑 닮은 자신의 아이를 마주하고 그 아이가 자신의 눈을 쳐다볼때 느꼈다는 황홀감-
너무도 유쾌한 소설이었는데도 애잔한 찡한 마음이 느껴졌다.
중간 중간. 신이치 씨의 육아일기도 가미되어 있어서 좋았던-
남편들이 읽어도 괜찮은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대체 이 결혼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걸까.
자기는 분명 유능하고 미인이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여자에게 매료된 남자였다. 어떤 여자든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자신은 오히려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새삼스레 느끼는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갓난아기가 사회의 보호를 받는다는 실감이다. 나는 서른한 살의 남성이므로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보호를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시장을 보러 가면 물건을 각자 알아서 담는 슈퍼에서도 계산대 아주머니가 "내가 도와드릴께요"라며 도와준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거대한 혹이 몸 앞에 붙어 있는 상태이므로 - 게다가 그것은 자주 이쪽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을 뻗기도 한다. - 그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아기만 안고 있으면 은행 강도를 해도 청원경찰까지 하하 웃으며 못 본척해줄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