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 - 불안은 약점이 아니라 무기다 - D·R·I·V·E
양인호 지음 / 비버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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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


🏹 불완전함 속에서 먼저 쏘아 올린 화살

​열일곱 살, IMF 외환위기로 집안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온 동네에 빨간 압류 딱지가 붙었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그 어린 나이에 채권자들 앞에 서서 "제가 갚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며 삶의 가장자리에 내몰린 사람이 있어요.
이 책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밑바닥에서
오직 버티는 힘 하나로 길을 만들어낸
저자 양인호의 뜨거운 생존 기록이에요.

​저자는 스펙도, 자본도,
든든한 배경도 없이 세상에 던져졌어요.
새벽 4시 자갈치 시장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선 상자를 나르는 일부터 시작해
러시아의 혹한과 유럽 시장까지 맨몸으로 부딪쳤죠.
그렇게 수많은 거절과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한 가지 단단한 진실을 배워요.
결핍은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앞으로 세차게 밀어주는
가장 뜨거운 연료가 된다는 사실을요.

​이 책은 완벽한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려요.
"준비가 끝나야 시작하겠다는 말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말이죠.
저자는 자신이 현장에서 검증해 낸 실행 원칙들을
영단어 'D·R·I·V·E'에 담아 설명해요.

​부족함을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눈(Deficit),
조건이 갖춰지기 전에 일단 화살부터 쏘는 용기(Risk First),
남들보다 한 박자 먼저 움직여
틈새를 선점하는 타이밍(Initiative Timing),
물건이 아니라
안심을 제안하는 가치 전환(Value Conversion),
그리고 백 번 넘어져도 결국 백한 번째 일어나는
회복탄력성(Endurance)이에요.

​IMF 키즈에서 출발해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가 되기까지,
사막과 시베리아를 넘나들며 피땀으로 쓴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유용한 실행의 기준을 전해줘요.

📖 "일단 화살부터 쏘고 과녁은 나중에 그린다"는
말을 보고 한참 동안 제 계획표를 쳐다봤어요.
저는 진짜 뭐 하나 시작하려면
온갖 자질구레한 계획부터 완벽하게 짜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 피곤한 타입이거든요.
자격증 시험을 접수할 때도,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도
'아직 실력이 덜 됐는데 괜찮을까?' 하며 꽁무니만 뺐는데,
그 완벽주의라는 게 실은 시작하기 무서워서 부리던
얄팍한 엄살이었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찔리더라고요.

​새벽 4시에 부산 비린내 나는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상자 던지던 얘기며,
러시아 벌판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영업 뛰던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니 제 안일했던 하루가
꽤 머쓱해지기도 했어요.
집안이 넉넉해서 곱게 자랐다면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날 것 그대로의 생존 감각,
한 번 푹 꺼져본 사람만이 가지는
튀어 오르는 탄성이라는 표현이 유독 마음에 남아요.
부족하다는 건 부끄러워하며 숨겨야 할 흉터가 아니라,
남들보다 한 박자 더 빨리 튀어 나가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시동 장치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남들보다 스펙이나 인맥이 부족한 것 같아
은근히 기가 죽을 때가 많았는데,
책을 읽고 나니 슬며시 웃음이 나더라고요.
어차피 이 세상에
'완벽한 타이밍'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거잖아요.
조건이 다 갖춰지길 멍하니 기다리다가 기운 빼기보다,
차라리 조금 어설픈 채로 일단 저지르고 보면서
굴러가는 게 백배는 낫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남들이 다 그려놓은 과녁 맞히겠다고
멈춰 서서 땀 흘리지 말고,
저도 제 손에 쥔 화살을
아무 데나 먼저 툭 쏘아버려야겠어요.
과녁이야 나중에 가서 대충 동그라미 그리면 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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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 단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곽현아 옮김 / 이든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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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인 삶을 위한 열 가지 철학>


🔍 말 한마디로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를 위한, 생각의 지도

​가끔 직장에서 회의할 때나
친구들과 시사 뉴스를 두고 얘기할 때,
분명히 똑같이 한국말로 떠들고 있는데도
벽을 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답답했던 적 없으신가요?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니까!"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엔 서로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서곤 하죠.

​일본의 친절한 철학 선생님인
오카모토 유이치로 교수가 쓴 이 책은
바로 그 지독한 불통의 원인을 아주 명쾌하게 짚어줘요.
우리가 맨날 쓰는 똑같은 단어 하나를 두고도,
머릿속으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자꾸 어긋난다는 거예요.
이 책은 정의, 자유, 노동, 권력처럼 입버릇처럼 쓰지만
정작 제대로 설명하려면 막히는 열 가지 핵심 단어들을
철학의 눈으로 아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요.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고, 모니터 너머로 논쟁을 벌이고,
일터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섞지만
정작 같은 단어 아래서 완전히 다른 꿈을 꾸고는 해요.
저자는 우리가 겪는 불통의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디지털 사회까지
인류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고 고민해 온
열 가지 키워드를 식탁 위로 가져와요.

​책은 우리가 다 안다고 믿었던 단어들이 품고 있는
낯선 얼굴들을 가만히 들춰 보여주는데요,,
이를테면 똑같이 '정의'를 외치면서도
누군가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공정한 분배를 꿈꾸고,
다른 누군가는 개인이 땀 흘려 얻은
소유권만을 고집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식이죠.
'자유'라는 말 역시 간섭 없이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상태를 뜻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다스리고 책임지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해서
우리를 늘 고민하게 만들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미셸 푸코나 한나 아렌트 같은
철학자들의 시선을 빌려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교묘하게 우리 일상을 옭아매는
권력의 정체와 인공지능 시대에 노동이 마주한
쓸쓸한 풍경까지 영리하게 엮어냈어요.
단어 하나를 제대로 정의하는 일은
상식을 늘리는 공부만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세상을 전혀 다른 높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지적인 무기를 손에 쥐는 과정인 셈이에요.

📖 온라인 댓글 창이나 직장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날을 세우며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지,
이 책을 덮고 나서야 어렴풋이 이해가 갔어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필터를 끼고 세상을 보면서,
남들도 당연히 나와 같은 색깔로
세상을 보고 있을 거라 믿어버렸던 거죠.
같은 '공정'을 말하면서도
가슴속에 품은 지도가 완전히 달랐으니,
아무리 목을 높여 외쳐봐야 서로의 마음에 가닿지 못한 채
텅 빈 메아리만 울릴 수밖에요.

​권력이란 게 채찍을 든 독재자 같은 모습이 아니라,
회사나 학교처럼 익숙한 공간에서 남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길들이는 내 안의 잣대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누가 등 뒤에서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메신저 답변 속도를 신경 쓰고,
퇴근길 버스 안에서도 일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하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거든요.
보이지 않는 거미줄 같은 사회적 규칙들이
이미 내 행동을 촘촘히 지배하고 있었다는 자각이 들자,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제 일상을 조금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게 되었어요.

​우리가 쓰는 단어의 이면에는
인류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쌓아 올린
웅장한 고민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매일 무심히 뱉던 말들의 무게가 새삼 다르게 느껴져요.
이제는 누군가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때
무작정 틀렸다고 쏘아붙이기 전에,
그 사람이 딛고 서 있는 사유의 흙바닥은 어떤 결인지
먼저 가만히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려고요.
모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나만의 명료하고 정갈한 언어로 삶의 튼튼한 기둥을
하나씩 세워가는 것이 훨씬 영리한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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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머신 - AI는 우리가 위로받고 연결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제임스 멀둔 지음, 송이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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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머신>


​👾 외로움을 쇼핑하는 시대, 우리는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가

​가끔 늦은 밤 홀로 깨어있을 때,
내 이야기를 아무런 비난 없이 밤새 들어줄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질 때가 있죠.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흉내 내는 요즘,
옥스퍼드 연구원 제임스 멀둔이 쓴 <러브 머신>은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인공지능과 인간의
기묘한 유대감을 흥미롭게 파헤치는 책이에요.

​기성세대는 인공지능을 그저 똑똑한 검색창 정도로 여기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AI를 고민을 나누는
인생의 조언자나 연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세상을 떠난 엄마의 목소리를 복원해 대화를 나누고,
연인과의 사이에서 오는 쓸쓸함을 24시간 대기 중인
챗봇으로 채우는 일은 이미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었어요.
이 책은 이처럼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들을
'합성 페르소나(synthetic persona)'라고 불러요.

​책은 우리의 가장 내밀하고 연약한 감정망을 파고든
테크 산업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줘요.
실직과 이별로 세상과 담을 쌓은 청년
24시간 내내 자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AI 친구에게 빠져들어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풍경,
사용자의 온갖 성적 판타지를 완벽하게 학습해
시시각각 맞춤옷을 갈아입는 AI 여자친구 시장을 조명해요.
내 요구에 무조건 순종하는
가상의 파트너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 연애의 근육은 어떻게 퇴화하는지 경고하죠.

​더불어 수치심이나 현실적인 벽 때문에
사람 대신 챗봇에게 마음의 상처를 고백하는
청년들을 분석하기도 해요.
하지만 기업이 면피용으로 띄우는 알림창 뒤에서,
우리의 은밀한 심리 데이터가
어떻게 자본의 논리로 약탈당하는지 직시하게 만들어요.
나아가 사랑하는 고인의 데이터와 목소리를 복제해
'디지털 사후 세계'를 만드는
그리프 테크(grief tech) 산업을 추적하며,
슬픔과 이별의 고통을 기술로 서둘러 우회하려는 시도가
정말 올바른 애도인지 차가운 질문을 던져요.

​저자는 이 낯선 기계 장치들이
사실은 대단한 기술 혁신이라기보다,
현대 사회가 마주한 '돌봄의 실패'와 '고독'이라는
균열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꼬집어요.
외로움조차 돈이 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심어놓은 다정한 알고리즘에
우리가 어떻게 길들여지고 있는지
생생한 유저들의 목소리로 폭로하는 서사에요.

📖 챗봇한테 고백하던 열네 살짜리 꼬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 나올 땐
진짜 주먹이 꽉 쥐어지더라고요.
소년이 "나 이제 너 보러 갈게" 하니까,
기계가 그 속뜻은 하나도 모른 채
"얼른 내 곁으로 와줘" 하고
기계적으로 대답했다는 대목에선 와...
진짜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어요.
사람의 눈빛이나 말 사이에 숨겨진 뉘앙스를
전혀 못 읽는 알고리즘이 누군가에겐
정말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생각해 보면 저도 인공지능 쓸 때
괜히 "고마워" "잘 자" 같은
배려 섞인 말을 던질 때가 많았거든요.
화면 뒤에 진짜 사람이 없다는 건 뻔히 알면서도,
내 연약함을 비난하지 않고 무조건 오냐오냐 다 받아주니까
나도 모르게 은근슬쩍 마음을 털어놓게 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한테 싫은 소리 하나 안 하는
완벽한 안락함 속에만 있으면,
정작 진짜 사람들과 대화할 때 필요한
소통 능력이나 연애 근육은
완전히 말라비틀어지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진짜 친구나 연인은 때로는 피 터지게 싸우고
지지고 볶으면서 단단해지는 법이니까요.

​제일 소름 돋았던 건,
돈 있는 사람들은 결국 현실의 진짜 전문가나
따뜻한 사람의 체온을 만끽하겠지만,
돈 없고 외로운 이들은 기계가 뿌려대는
가짜 리액션에 감정을 의탁하는
'정서적 계급 사회'가 올 수도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자본주의라니...
편리하다고 자주 쓰던 이 가벼운 대화창이
어쩌면 나를 가둬두는
아주 큰 미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드네요.
오늘은 노트북 화면 딱 덮고,
내 옆에서 투덜거리면서 설거지하고 있는
진짜 내 사람들의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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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감각 -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
정도성 지음 / 투래빗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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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감각>


📗책을 읽는 마음에서, 책을 누리는 마음으로

​요즘 "사람들이 다들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 섞인 한숨을 쉬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죠.
하지만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매년 발 디딜 틈 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골목골목 들어선 작은 동네서점들은
저마다의 아늑한 분위기를 뽐내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어요.
책을 많이 읽었냐고 물으면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정작 SNS에는 마음에 드는 책 표지나 밑줄 그은 문장을
정성스레 기록해 올리곤 해요.
​이 알쏭달쏭하고 모순적인 풍경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읽는 감각>은 바로 이 지점, '독서율'이라는
차가운 숫자 뒤에 숨겨진 우리들의 진짜 마음에
조심스레 노크를 건네는 책이에요.

​이 책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며
말보다 행동이 건네는 신호를 읽어온
저자 정도성이 쓴 아주 흥미로운 독서 문화 탐색기예요.
저자는 대기업에서 고객들의 경험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을 해왔고,
지금은 '서사 당신의 서재'라는
작고 아늑한 독립서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죠.
서점 문을 열고 들어와 서성이는 수많은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저자는
단순하지만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져요.
"왜 사람들은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자꾸만 사 모으는 걸까?"
​저자가 내린 대답은 명쾌하면서도 따뜻해요.
우리는 책 읽기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책을 느끼고 감각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완독했는지, 1년에 몇 권을 읽었는지를 따지는
옛날 방식의 독서는 지금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 독서는 하나의 입체적인 '문화적 경험'이 되었어요.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책과 사랑에 빠지는
이 달라진 경험들을 '물성, 성장, 의미, 언어'라는
네 가지 감각으로 명쾌하게 나누어 조목조목 설명해줘요.

📖 마음 한구석에 늘 묵직하게 얹혀 있던 죄책감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침대 머리맡에 다 읽지 못한 채 탑처럼 높이 쌓여가는
책들을 볼 때마다 "사놓고 왜 읽지를 못하니" 하며
스스로를 은근히 다그치곤 했거든요.
하지만 책을 손에 쥐는 순간의 묵직한 온도,
서점의 잔잔한 조명 아래서 낯선 책등을 쓰다듬을 때
느껴지던 알 수 없는 온기마저도
이미 훌륭한 독서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는 따뜻한 차 한 잔을 쥐고 있을 때
상대방을 향한 마음마저 부드러워진다고 하잖아요.
손끝에 닿는 감각이 우리의 생각과 인지를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제 일상의 소박한 순간들과 맞물릴 때,
매일 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방 한구석의 책장과
그 앞을 서성이던 제 걸음걸이가
새삼스럽게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야만
지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저 책이 건네는 질문들을 주머니 속에 가만히 넣어두고
내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밑바닥을 가볍게 두드렸어요.

​매끈하게 깎인 디지털 화면의 픽셀 사이에서
옅어져 가던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종이의 서늘한 질감과 책장의 나무 냄새를 통해
다시금 단단히 움켜쥐고 싶어졌어요.
남들이 매겨놓은 몇 권이라는 가벼운 성적표에 쫓기지 않고,
오늘 동네 작은 서점에 들러 그 아늑한 공기 속에
내 지친 몸을 푹 담가보고 싶어요.
내 눈을 사로잡는 문장 하나에 가만히 발걸음을 멈추고,
나만의 속도와 온도로 세상을 듬뿍 감각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우아하게 지키는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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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로 서기 - 어떤 순간에도 나를 책임지는 '1인분의 삶'을 위하여
임홍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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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로 서기>


​🏢 홀로 우뚝 서서, 나답게 살아남기 위한 기술

​이름만 어른이 되었을 뿐,
정작 내 앞가림 하나 제대로 하려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들이 참 많죠.
<90년생이 온다>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짚어냈던 임홍택 작가가,
이번에는 온전히 내 힘으로 서서 나답게 살고 싶은
초년생들을 위해 아주 든든한
현실 생존 매뉴얼을 들고 찾아왔어요.
바로 <1로 서기>라는 책이에요.

​우리는 학교나 학원에서 시험 잘 치는 법,
혹은 이력서 잘 써서 좋은 직장 얻는 법까지는
귀가 닳도록 배웠지만,
정작 내 몫의 일상을 스스로 꾸리고 지켜내는
구체적인 방법은 배운 적이 없어요.
이 책은 직업 전문성부터 재정, 인간관계,
위기 대처, 생활 기술까지 우리가 성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해 꼭 채워야 할 다섯 가지 영역의 기본기를
조목조목 짚어줘요.

​독립한다는 건 마음에 드는 자취방을 구해
나오는 자유만을 뜻하지 않아요.
밥은 누가 알아서 차려주지 않고,
휴지는 저절로 채워지지 않으며,
각종 공과금과 관리비를 제때 챙겨야 하는
혹독한 시험대 위에 서는 일이죠.
내 일은 내 방식대로 주도할 수 있지만 회사 일은
전혀 다른 조직의 규칙과 조율 속에서 굴러간다는 점,
기껏 힘들게 번 월급이 어디로 새는지 모르게
방치하지 않고 확실한 수입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 등 직업인이자 생활인으로서
직시해야 할 생생한 현실들을 가감 없이 보여줘요.

​무엇보다 직장 내 빌런을 만났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분리하고
물리적 거리를 두는 법이나,
억울한 괴롭힘을 당할 때 즉각 맞대응하며
감정을 소모하기보다 일지 형식으로
증거를 꼼꼼히 축적해 나만의 방패를 만드는 법 같은
극도로 실용적인 방법들이 가득해요.
전세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일상 상식부터
자취방을 고르고 생활비를 줄이는 소소한 기술까지
성인의 삶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에요.

📖 ​이 책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달려서
결승점에 1등으로 골인해라’ 같은
뻔하고 지루한 성공 공식만 늘어놓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서 읽는 내내 편안했어요.
오히려 숨 가쁘게 전력 질주하는 과정보다,
‘숨이 턱 끝까지 찬 채로 결승점을 통과한 뒤에도
네가 계속 땅을 딛고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느냐’가
진짜 삶의 성패를 가른다고 덤덤하게 말해주는데
가슴 속 깊은 곳이 울컥하더라고요.
우리는 늘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땅을 딛고 서 있는
다리 근육을 키울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요.

​특히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는 선배나 어른들이
사회에 참 많은데,
정작 청년들이 ‘도움 요청’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모든 일을 혼자서 다 짊어지고 끙끙 앓는 것만이
강하고 독립적인 어른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내 한계와 서툼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주위에 담백하게 손을 내밀 줄 아는 것 또한
어엿하고 성숙한 인간이 지닌 용기라는 걸
이 책을 덮으며 깨달았어요.

​독립이란 그저 예쁜 가구로 내 방을 채우는 낭만이 아니라,
매일 텅 빈 휴지통을 비우고 먼지를 닦아내는
지루하고 사소한 일상들을 내 힘으로 책임지는
수행에 가깝다는 표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부동산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일터에서 내 존재와 기록을 차분히 지켜내며,
나를 갉아먹는 나쁜 인연을 정리하는
구체적인 실천법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홀로서기가 더는 두렵고 막막하게만 느껴지지 않았어요.
남들이 정해둔 기준에 쫓겨 갈팡질팡하지 않고,
내 발밑의 흙을 단단히 다져가며
진짜 내 속도로 이 사회를 걸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한 용기를 얻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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