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 -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죽음 직전 깨달은 인생의 법칙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경희 옮김 / 페이지2(page2)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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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


​🤷‍♂️ 다 가졌는데도 왜 이렇게 허무하고 죽고 싶을까?

​러시아 문학의 끝판왕이자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써서
세계적인 명예와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쥐었던 대문호 톨스토이.
남들이 보기엔
모든 걸 다 가진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었는데,
쉰 살이 되던 정점에서
느닷없이 지독한 우울증에 걸려버려요.
"도대체 왜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 하나에
꽉 막혀서 매일 죽고 싶다고 징징댈 정도로
깊은 어둠 속으로 굴러떨어졌거든요.

​돈도, 명예도, 똑똑한 머리도 전혀 소용이 없었어요.
톨스토이가 쓴 <참회록>과 <인생론>을
읽기 쉽게 엮어낸 <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는,
그 똑똑한 천재가 머리 싸매고 끙끙 앓다가
책장을 덮고 밭으로 달려가 삽을 쥐며
스스로 길을 찾아낸 생존 기록이에요.

​톨스토이는 자기가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에
뜻밖의 곳에서 답을 찾았어요.
맨날 땀 흘려 일하면서도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보면서 깨달은 거죠.
"머리만 굴리며 사는 기생충 같은 삶에는 답이 없다.
몸으로 직접 살아내야 한다!"라고요.
​그래서 귀족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손수 장화를 꿰어 신고 밭을 갈기 시작해요.
책은 생각만 더럽게 많이 하고 정작 움직이지는 않아서
맨날 불안해하는 요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톨스토이 특유의 거침없는 돌직구들을 던져요.

✔️​생각은 답을 안 준다
아무리 머리로 멋진 인생 계획을 세워봤자
생각은 우리를 구원해주지 못해요.
꽃이나 동물들은 "왜 살지?" 고민 안 해도
다 행복하게 잘 살잖아요.
인간만 자꾸 머리를 쓰니까 오히려 제 발등을 찍게돼요.

✔️​고통은 그냥 엔진일 뿐
살면서 겪는 고통은 나를 망가뜨리러 온 괴물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아주 유용한 엔진이자
몇 번이고 갈아 쓰는 쟁기 같은 도구에요.

✔️​답은 결국 딴 사람한테 있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인생은
결국 파멸로 가기 십상이에요.
진짜 행복해지고 싶다면
남을 나 자신보다 조금 더 아껴보고,
내가 먼저 사랑을 팍팍 베풀어야 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세상에 보낸 그 사랑이 돌고 돌아
나를 살리러 돌아와요.

​이 책은 고뇌의 미로 속에 갇혀서
한 발짝도 못 떼고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골치 아픈 생각을 끄고 일단 걷고, 일하고, 사랑하며
눈앞의 벽을 냅다 들이받으라고 응원하는
아주 화끈한 행동 안내서예요.

📖 ​저도 평소에 침대에 누워서
"나는 왜 살지?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곤 하거든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한테 등짝을
아주 제대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에요 😹
톨스토이가 말하길, 우리가 아등바등 고민하는
그 똑똑한 체하는 절망보다 그냥 오늘 하루 땀 흘리며
한 걸음 내딛는 평범한 발걸음이
훨씬 더 진짜 삶에 가깝다고 하잖아요.
머리만 굴리며 사는 건 내 불안을 가리려고 치는
얄팍한 엄살이었다는 생각에 속이 뜨끔해졌어요.

​내 몸뚱이를 소중히 아끼기만 하느라
정작 밭을 갈지 않는 사람은
음식도 생명도 다 잃게 된다는 쟁기 비유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상처받기 싫어서, 실패하기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방구석에만 가만히 누워 있는 제 모습이
딱 녹슬어가는 쟁기 같았거든요.
차라리 밖에 나가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몸으로 부딪쳐 보는 게,
닳아 없어질지언정 훨씬 쓸모 있고
개운한 삶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조차도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에게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 대목에선 용기가 났어요.
내가 이기적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들은
내가 죽으면 다 사라지지만,
남을 위해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과 친절은
그 사람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남는 법이니까요.
내일은 깨달음을 기다리지 않고,
억지로라도 대문을 열고 나가
동네 한 바퀴부터 크게 걸어보려고요.
진짜 삶의 비결은 골치 아픈 머릿속이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발바닥 밑에 굴러다니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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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탓 나쁜 탓 이상한 탓
남상훈 지음 / 북캠퍼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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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탓: 좋은 탓 나쁜 탓 이상한 탓>


​🤷‍♂️ 일이 안 풀리면 일단 누구 탓부터 하세요?

​계획이 엉망이 되면 직장 상사나 회사 시스템을 원망하고,
약속 장소에 늦으면 날씨와 교통 체증을 탓하죠.
그것도 안 되면 "오늘 진짜 삼재인가" 하면서
팔자 탓을 하다가, 결국엔 "내가 못나서 그렇지 뭐"
하고 스스로를 쥐어뜯기도 해요.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탓'을 하며 살아가는데요.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에서 조직을 가르치는
남상훈 교수가 쓴 이 책은 이 지긋지긋한 마음의 습관을
아주 흥미롭게 파헤치는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가 남을 원망하거나 자책하는 게
감정싸움만이 아니라,
실은 머릿속에서 '도대체 원인이 뭔지' 밝혀내려고
이성을 필사적으로 굴리는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말해요.

​우리가 이토록 집요하게 범인 찾기(탓)에
목을 매는 이유는 사실
'내 삶을 내 뜻대로 조종하고 싶다'는
통제 욕구 때문이에요.
원인을 알아야 다음번에 똑같이 안 당한다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뇌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게으르다는 점이에요.
인과관계를 차분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대로 상황을
아주 단순하게 편집해 버려요.
남이 실수하면 "저 사람은 원래 인성에 문제가 있어"
라며 사람 기질 탓을 하고,
자기가 실수하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
라며 상황 탓을 하는 식이죠.

​저자는 우리나라 특유의 아주 매운맛
'K탓' 문화를 날카롭게 꼬집어요.
한국 사회는 남 탓(내로남불)도 엄청나게 잘하지만,
동시에 내 탓(자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IMF 외환위기 때 세계적인 경제 붕괴 현상마저
"내가 더 열심히 노력 안 해서 직장에서 잘렸다"며
온전히 자기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요.

​책은 이렇게 섣부르게 내린 남 탓과 내 탓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망가뜨리고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지
심리학 이론을 곁들여 유쾌하게 설명해줘요.
잘못된 탓의 고리를 끊어내고 건강한 탓으로 돌려세우는 법을
제안하는 실용적인 심리 처방전 같은 책이에요.

📖 ​이 책을 읽다 보니까 그동안 내가 일이 안 풀릴 때마다
했던 행동들이 다 밑천 드러나서 얼굴이 슬쩍 뜨거워졌어요.
일이 꼬였을 때 "다 저 인간 때문이야!" 해버리면
뇌는 일단 머리 안 쓰고 편하잖아요. 나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근데 그게 결국 내 불안감 좀 달래보겠다고 부리던
비겁한 자위책이었을 뿐,
정작 진짜 원인을 고칠 기회는 영영 날려버리는
바보짓이었다는 걸 아주 팩트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에요.

​나 자신을 사정없이 쥐어뜯는 '자책'이
남 탓보다 백배는 더 독하다는 부분에선
완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무슨 일만 생기면 머릿속에서 혼자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냐" 하고 웅얼대던 목소리들,
그거 사실 다 짐작이고 가짜인데
바보같이 그걸 진짜인 줄 믿고 혼자 땅굴을 팠던 거죠.
내가 신도 아니고 우주 만물을 다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기예보 어긋난 것까지 다 내 탓이라며
사서 괴로워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에요.

​이제는 무슨 트러블이 터졌을 때
단 한 명 빌런 지목해 놓고 "휴 범인 찾았다! 끝!"
하고 섣부르게 마침표 찍는 짓은 그만해야겠어요.
그 마침표는 문제를 제대로 안 게 아니라,
그냥 골치 아파서 대충 덮어버린
가짜 뚜껑일 때가 많으니까요.
앞으로는 누구 탓이든 내 탓이든
냅다 손가락질부터 해대기 전에,
"진짜 상황이 어땠더라?" 하고 한 템포 쉬면서
물음표를 던지는 똑똑한 반항을 시작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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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나
주세페 카토첼라 지음, 이소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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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나>


​🇮🇹 하나 된 이탈리아라는 찬란한 축제 뒤,
총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

​우리가 흔히 아는 이탈리아 통일 역사는
가리발디 장군 같은 멋진 영웅들이 붉은 셔츠를 입고 돌격해
나라를 하나로 합친 찬란한 신화잖아요.
하지만 주세페 카토첼라의 소설 <이탈리아나>는
그 화려한 건국 축제 이면에 가려져
철저하게 잊히고 버려졌던 사람들의
진짜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이 소설의 한가운데에는 19세기 후반,
가난과 억압에 맞서 산속으로 들어가 총을 들었던
실존 인물 마리아 올리베리오, 일명 '치칠라'라는
매력적인 여성의 삶이 살아 숨 쉬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낯선 단어인 '브리간테(Brigante)'는
원래 산적이나 무장 도적을 뜻하는 말이에요.
하지만 통일 이탈리아 역사 속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존재들이었어요.
​북부 엘리트 중심으로
나라가 급격하게 합쳐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남부 지방의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은
오히려 통일 전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과 착취에 시달리게 돼요.
당장 굶어 죽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린 이들이
생존을 위해 무장 봉기를 일으켰고,
국가에서는 이들을 한낱 잡범이나
'산적(브리간티)' 무리로 규정해 사냥하듯 토벌해 버려요.
.
​주인공 마리아 역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늘 배움을 갈망하던 총명한 아이였어요.
그저 가족들과 평범하고 오순도순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부조리한 현실과 폭력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죠.
남부 여성들을 옥죄던 가혹한 가부장제와 굶주림 속에서
벼랑 끝까지 밀려난 마리아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산속으로 들어가
전설적인 여성 브리간테 '치칠라'로 다시 태어나게 돼요.

​작가는 이들을 억지로
착한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아요.
그들이 저지른 잔인한 폭력과 모순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왜 평범했던 민중들이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배신당해 스스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남부의 뜨거운 흙먼지 냄새와 함께 생생하게 그려내요.

📖 역사책에 단 몇 줄의 '폭도'나 '산적'으로 기록되고
쓸쓸히 사라져간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를
조명하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통일이나 개혁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장 오늘 아침 먹을 빵을 빼앗아가는
깡패 짓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는 걸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거든요.
힘 있는 자들이 쓰는 뻔한 역사 뒤에는
늘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지워진
진짜 약자들의 눈물이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요.

​똑똑했던 시골 소녀 마리아가
남부 특유의 숨 막히는 가부장제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총을 든 사수이자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은 몰입감이 넘쳐요.
멋진 정치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답게 살아남고 싶어서 총을 쥔 거였거든요.
숲속 험한 바위 틈에서 잔인하게 총을 쏘아대던
치칠라의 독한 모습 뒤로,
평범하게 행복하고 싶었던 한 인간의
진짜 외로움이 겹쳐 보여 씁쓸하기도 했어요.

​선과 악이라는 편리한 반쪽짜리 잣대로
사람을 너무 쉽게 평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부 사람들의 떼강도 짓은 분명 나쁜 범죄지만,
그들을 그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은 건
모른 척 등 돌린 국가와
돈줄을 쥔 북부 자본가들이었을 테니까요.
오늘날까지 이탈리아가 남쪽 북쪽 갈라져서
으르렁대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건 물론이고,
당장 내 주변에서 '어쩔 수 없다'며 조용히 소외당하는
이웃들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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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피케이션 -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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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시티피케이션>


💩 우리가 쓰는 모든 앱이 시간이 갈수록
'개똥'이 되는 진짜 이유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인스타그램...
처음엔 세상 편하고 공짜라며 우리를 유혹했던
이 고마운 플랫폼들이 요즘 왜 이렇게 광고 범벅에
쓸데없는 알림만 울려대는 쓰레기로 변했을까요?

​디지털 권리 운동가인 코리 닥터로가 쓴
<엔시티피케이션>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느끼는
이 지독한 불쾌감에 아주 찰진 이름을 붙여준 책이에요.
똥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뜻의 이 신조어 하나로,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우리의 영혼과 지갑을
야금야금 털어먹고 있는지
그 얄팍한 사기극을 낱낱이 폭로해요.

​저자는 모든 잘나가는 플랫폼들이 예외 없이
'개똥화(Enshittification)'되는
슬픈 4단계 법칙이 있다고 꼬집어요.

✔️​사용자 꼬시기
일단 초반에는 서비스도 엄청 좋고 다 퍼줘요.
공짜로 노래도 듣게 해주고 배달비도 아끼게 해 주며
사람들을 잔뜩 끌어모으죠.

✔️​사업자 가둬두기
사용자가 바글바글해지면,
이번엔 판매자나 크리에이터들을 불러들여
"여기 손님 많으니까 장사해라" 하며 가둬버려요.

✔️​가두고 털어먹기
모두가 이 플랫폼 없으면 안 되는 상태가 되면,
본색을 드러내고 수수료를 무식하게 올리거나
광고판을 덕지덕지 붙여서
가치를 전부 자기 주머니로 챙겨요.

​✔️거대한 똥 더미
이제 검색창엔 정답 대신 돈 낸 광고만 뜨고,
나쁜 꼴 안 보려면 돈 내고 구독하라고
사용자들을 협박하는 껍데기만 남게돼요.

​아마존에서 최적의 상품을 검색해도
정작 광고비 낸 비싼 물건이 맨 위에 뜨고,
어도비가 연간 라이선스 돈 아끼겠다고
팬톤 컬러를 유료 구독으로 돌려
디자이너들의 색깔을 인질로 삼는 양아치 같은 짓들이
다 여기서 나와요.
갤런당 무려 1만 달러짜리 정품 잉크를 팔아먹으려고
카트리지에 칩을 박아 호환 잉크 사용을 법적으로 막아버리는
HP 프린터의 횡포도 마찬가지죠.

​이 책은 기업들이 "우리는 혁신적인 연결을 선물합니다"
라고 사기 치는 이면에서,
어떻게 사용자를 가두고 판매자를 쥐어짜며
독점 체제를 굳혀 가는지
아주 매콤하고 유쾌하게 털어내는 책이에요.

📖 인터넷 쇼핑몰에서 뭘 검색할 때마다
내가 진짜 찾는 물건은 저 밑바닥에 처박혀 있고,
온통 '광고' 딱지 붙은 비싼 것들만
맨 위에 도배되어 있던 이유를 이제야 확실히 알았어요.
예전에는 똑똑하고 고마운 무료 비서 같았던 앱들이,
왜 갈수록 돈 내고 구독 안 하면 숨도 못 쉬게
사람을 가두는 감옥처럼 변했는지 딱 알겠더라고요.
빅테크 기업들이 말하는 그 화려한 연결의 힘이라는 건,
우리를 인질 삼아
꼼짝달싹 못 하게 묶어두는 쇠사슬이었던 셈이죠.

​내 돈 주고 산 내 프린터나 스마트폰조차
기업의 지식재산권이라는 해괴한 방패 때문에
제 뜻대로 고쳐 쓰지 못하게 가로막는 대목에선
진짜 실소가 터졌어요.
잉크 카트리지 리필 좀 했다고 기기 안에 락을 걸어버리고,
그걸 풀면 중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세태가
얼마나 오만하고 황당한가요.
"착한 기업이 되자"던 구글조차 주주들 돈벌이를 위해
유능한 개발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오직 수익에만 눈이 멀어 썩어가는 현실을 보니,
한때 정보의 바다라고 불렸던 인터넷이
거대한 기업들의 깡패 같은 영토 싸움터로
변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저자가 "우리에겐 도망칠 권리가 있다"며
든든한 해결책을 던져줄 땐 속이 다 시원했어요!
우리가 앱을 못 떠나는 건
그동안 쌓아둔 데이터나 인맥이 아까워서인데,
이걸 다른 플랫폼으로 통째로 이사 갈 수 있게
대문만 열어줘도
기업들이 우리 눈치를 보기 시작할 테니까요.
매번 기업들이 짜놓은 판에
고분고분 길들여지는 호갱이 되기보다,
내 물건은 내가 고쳐 쓰겠다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부당한 독점에는 딴지도 걸 줄 아는 똑똑한 반항아가 되어야
내 지갑과 인터넷의
진짜 주권을 지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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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남긴 것
애너 퀸들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리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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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가 남긴 것>


🍳 밥상 차리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 멈춰버린 집구석 분투기

​보글보글 찌개 끓이고 두부 썰던 엄마이자 아내 애니가
갑자기 부엌에서 쓰러져 죽었어요.
진짜 허무하고 뜬금없는 이별이죠.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너 퀸들런의 소설
<애니가 남긴 것>은 그렇게 중심축이 툭 끊겨버린 가족이
애니 없는 첫 일 년을 어떻게 버둥거리며 살아내는지
보여주는 책이에요.

​가족의 사소한 빈자리가 집안 전체를 어떻게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지 소름 끼치게 보여주는 책이에요.
​평생 요양원 조무사로 일하며 네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던
서른일곱 살 애니가 어느 날 저녁 식사로 두부를 썰다
부엌 바닥에 툭 쓰러져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요.
이 비극적인 첫 장면 이후,
소설은 애니가 사라진 집구석에 남겨진 아빠 빌과
네 아이들이 겪어내는 지옥 같은 첫 일 년을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아주 촘촘하게 보여줘요.

​주인공들은 슬퍼하느라 바쁜 게 아니라,
당장 굴러가지 않는 일상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장례식장의 검은 상복을 벗자마자 이들에게 닥친 건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바구니와 텅 빈 부엌 찬장이에요.
엄마 냄새가 밴 행주를 누군가 빨아버릴까 봐
방구석 깊숙한 곳에 숨겨놓는 사춘기 딸 알리,
속상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엇나가며
집안의 든든한 맏이 역할을 거부하는 오빠 앤트,
그리고 매일 밥상을 차려주고 아이들을 챙기던
아내의 ‘손길’이 사라지자 당장 사는 법을 몰라
머리를 쥐어뜯는 아빠 빌까지.

​여기에 요양원 동료들과 이웃들은 찾아와
"애니는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며
착하디착한 추억담을 늘어놓지만,
정작 딸 알리는 그 성인군자 같은 소리에 속이 뒤집어져요.
가끔은 짜증도 내고 피곤에 찌들어 있던,
진짜 날것의 인간 애니를 어른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예쁘게 포장해서 가짜로 박제해 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슬픔에서 겨우 한 발짝 벗어나려 하면
"내가 엄마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스스로를 배신자처럼 채찍질하는 이 가여운 가족들.
소설은 이들이 서로 "내가 더 아프다"며 날을 세우고,
서툴게 밥을 태워 먹고, 엉망으로 엉킨 빨래를 개면서도
신기하게 조금씩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로 소생해 나가는
일 년의 발자국을 탄탄하게 담아냈어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소름 돋았던 건,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는 꼬락서니가
너무나 지질하고 못나서였어요.
보통 책이나 영화에서는 가족이 죽으면
세상에서 제일 애틋한 사이였던 것처럼 꺼이꺼이 우는데,
여기선 부엌 찬장 앞에서
"빨래는 누가 하지?" "나 이제 밥은 어떡하냐" 하면서
당장 자기 손발 불편해진 것부터 원망하잖아요.
그 이기적이고 찌질한 모습들이 너무 진짜 사람 같아서
보는 내내 심장이 쿡쿡 쑤시더라고요.

​게다가 사춘기 딸 알리가 어른들 위선에 대고
빽 소리 지르는 장면들이 그렇게 속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위로한답시고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갔단다" "엄마는 천사였어" 하고
예쁜 말로 대충 덮어버리려는 어른들한테,
"우리 엄마 가끔 피곤해 쩔어 있었고 성질도 부렸다"
면서 굳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날카롭게 들이밀잖아요.
슬픔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분노로 터뜨리는 그 삐딱한 깡다구가,
차라리 훨씬 건강하고 솔직한 애도처럼 느껴졌어요.

​솔직히 우리도 살면서 진짜 소중한 사람을 보내고 나면,
슬며시 웃음이 나거나
맛있는 걸 먹을 때 덜컥 죄책감부터 들잖아요.
'내가 벌써 그 사람을 잊어가나? 나 진짜 못됐다' 하면서요.
잊는 게 배신처럼 느껴져서
일부러 더 아파하려 버둥거리는 그 질척한 감정들을,
작가는 차분하게도 따라가요.
상실이라는 커다란 흉터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도
우리는 결국 또 내일 아침에 눈을 뜨고 빨래를 개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게 먹먹하면서도 안도감을 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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