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 VOCA 어원편 Lite - 쉽고 가볍게 익히는 어원 학습의 시작 고교 능률 보카 (2021~ 개정)
NE능률 영어교육연구소 지음 / NE능률(참고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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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어느 영어 통역가는 지금도 날마다 단어를 공부한다고 한다. 영어라면 이골이 났을 텐데 매일 어휘를 익힌다고 하니, '그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가 보다.'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초등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한 어학원에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학원까진 이용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레벨테스트를 받으면서 조언도 들을 겸 응시했던 테스트였다. 평소 원서를 많이 읽고 있어 읽기나 어휘 등에는 자신 있어 하던 아이였다. 결과는 대략 만족할 정도로 나왔지만 어휘 영역에서 의외로 구멍이 보였다. 일부러 단어를 공부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원서를 읽으면서 스치는 단어들이 머리에 걸러지지는 않았나 보다.

의식적으로 단어 공부를 하면 아이가 거부감이 일지도 모르기에 고민이 되던 차에 이 책, <능률 VOCA 어원편 Lite>를 만났다.

이 책은 기존에 있던 <능률 VOCA 어원편>에서 어휘수를 반 이상으로 줄여서 중고등 필수 어휘를 쉽고 가볍게 익히도록 짜여 있다.

아마 어휘 학습을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 학생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서인지, 전체적으로 구성도 단순하면서 쉽고 한눈에 쏙 들어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여느 어휘 책과의 차이점은 뭐니 뭐니 해도 어원 풀이다.

재미있는 그림으로 단어와 어원을 풀이하여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편 <능률 VOCA 어원편>에는 어원 학습을 통한 과학적인 단어 암기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그 노하우가 축적되었고, 1,100만 부 이상 판매되어 가히 어휘 학습의 강자로 증명되었다.

어원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는 단어나 말은 같은 뿌리(어원)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아, 하나의 어원을 알면 여러 단어를 외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처음 접하는 단어도 대략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어휘를 공부할 때 어원을 도입하여 이해를 한 뒤 단어를 배우게 되면 파생된 단어들까지 자연스레 알게 되어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거라 본다.

이 책을 알차게 활용하는 법


물론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겐 생소한 접두사, 접미사, 어근 등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거 같다. 그래서 대상을 초등 고학년 학생부터 대상으로 잡았나 보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단어를 설명할 때 한 번씩 이런 어원에 대해 쉽게, 자주, 반복해서 설명해 주면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Word Map인 생겨나지 않을까?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접두사, 접미사, 어근으로 크게 3파트로 나눠서 총 35유닛으로 구성하였다.


책의 목차


각 유닛별로 구성과 특징을 보면, 맨 위를 보면 유닛별로 클래스 카드 큐얼 코드가 있다. 클래스 카드에는 단어의 음원과, 암기, 리콜, 스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리고 5일마다 매칭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어와 뜻을 연결시키는 게임인데, 다른 학생과 점수 순위도 비교할 수 있다.


클래스 카드 이용법


한 유닛의 구성을 살펴보자

큐얼 코드 아래로 어원(접두사, 접미사, 어근)의 이해를 돕는 설명과 그림이 제공된다.

어원에 대한 그림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그려져서 흥미롭고, 간결하게 그 뜻을 나타낸다.

그 아래에는 어원과 연관된 단어의 상세한 어원 풀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원 결합식, 단어의 뜻, 예문, 그리고 단어와 예문의 내용이 모두 담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아이들이 무척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림이 많아서 단어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어희 학습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거 같다.


유닛의 구성과 특징


어휘마다 3회독 체크박스도 있고, 단어 뜻을 풀이한 것에서 또 헷갈릴 수 있는 우리말 단어의 뜻을 친절하게 풀이해 놓은 (문해력+)도 있다. 어우! 정말 훌륭한 포인트다. 사실 아이들이 영어 단어뿐 아니라 그 뜻에 해당하는 한글도 그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가르치는 입장에서 다시 한글 뜻도 공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깨알같이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있어 더욱 믿음직스러운 책이다!

이 뿐 아니다. 나의 학습 진도를 알 수 있는 진도표도 나와있어 확인도 가능하고, 성취감도 볼 수 있다. 또한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 코너를 두어 해당 유닛을 학습한 수 확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인 워드 맵(Word Map)! 한 유닛의 학습을 마치고 다시 복습 겸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별책으로 워크북도 제공하고 있어 다시 유닛을 복습할 수 있도록 별도로 문제지를 구성하였다. 무료 MP3 파일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다운로드해 들어볼 수 있다.

워크북도 별책으로 들어있다.

너무나 알차고, 과학적이며, 재미있게 구성한 <능률 VOCA 어원편 Lite>를 지금 빨리 아이에게 소개하고 싶다. 정말 군더더기 없이 훌륭한 교재를 만들어내는 NE 능률 영어교육의 노하우를 이 한 권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어휘 관련은 믿고 보려고 한다. 단계별로 어휘 학습을 시작하려는 부모님께, 우리 아이 처음 시작 교재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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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김윤정 옮김, 사토 마사루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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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내 세계사 점수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 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데, 다른 나라의 역사에는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아서였다.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세계사를 시험을 봐야 하니 맨 나중으로 미뤄두고, 시험 전날 꾸역꾸역 외웠던 기억이 난다. 연대기적으로 이어지는 교과서의 지식은 방대하지만 뭐 하나 와닿는 게 없는 지루함의 연속이기도 했다. 교과서를 탓하기엔 기본적으로 세계사에 관한 상식도 없었던 거 같다. 아는 이도 별로 없고, 관심 있는 주제도 없던 세계사가 내겐 매력적이지 않았던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내게 한국, 나아가 세계의 역사가 재미있게 다가온 건 역사 속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는 이들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접하면서다. 주로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는 나의 가벼운 역사 상식에 살을 붙이고자 하는 의지가 처음으로 들게 만들었다.

역사는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이야기로 역사를 풀어나가니 비로소 와 닿으면서 관심을 넓혀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 것이다.

역사 전문 강사인 최태성 씨도 역사에 문외한 일 때, 역사 공부를 시작할 때 연대기보다는 인물로 먼저 접근하라 권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맞는 이야기인 거 같다.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는 그런 의미에서 제목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목을 보면 뭔가 365일간 하루 한 장씩 읽으면 야무지게 지식이 쌓일 거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하루 짧은 시간인 5분 정도 투자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들만 익히더라도, 어디에서도 역사 화제에 밀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후루룩 펼쳐봤을 때는 인물당 길어야 2, 대부분 1쪽으로 정리되어 있어, 살짝 가벼운 인물사전 정도로 여겼지만, 읽다 보면 내용이 꽤 많고, 알차다.

여기에 나온 정보만 알아도 일반 상식 이상일 듯하다.

예를 들면, 중세 유럽 편의 미술, 건축 영역에 소개된 인물이 얀 반에이크,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뒤러, 라파엘로, 브뤼헐, 엘 그레코, 카라바조, 루벤스,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을 소개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자세하면서 동시대의 이들끼리는 비교 분석까지 해놓았다. 꼭 필요한 부분을 잘 정리해놓은 중세 유럽 미술, 건축사를 훑는 거 같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추천 도서가 일품이다. 한국에서 다시 첨부한 거 같은데, 한국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본격적으로 관련 도서를 읽으려는 이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다.

 

소개하는 인물의 영역도 넓고 다양하다. 크게 시대별로 묶여 소개되는 인물들을 분야를 세분해 정치, 군사, 경제 경영, 철학, 종교, 과학, 문화, 예술 등으로 나눠 시대적으로 소개했다. 이에 더해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아시아의 인물들은 특별히 중동과 남,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로 지역적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인물사라 훌륭한 이들의 업적만 소개하지는 않는다중국의 3대 악녀로 알려진 측천무후나 서태후 편도 나오고잉카제국을 멸망시킨 비겁한 정복자 피사로와 아스테카 제국을 멸망시킨 잔혹한 정복자 코르테스에 대해서도 나오며무자비한 독재자인 프랑코히틀러스탈린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된다그리고 한 인물에 대해서도 그의 업적과 실책에 대한 후세의 냉정한 평가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인물사에서 출발하는 역사 공부는 재밌다.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을수록 시대적 접근보다 인물적 접근이 더 나을 거 같은데, 이 책은 종적인 시간의 흐름보다 인물들의 소개로 역사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이끄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세계사에 대한 상식을 가지를 뻗어 살찌워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 같아 초등 고학년 학생부터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세계사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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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이유리 지음, 허현경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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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구를 단계로 설명한 매슬로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욕구이론 5단계에서 좀 더 세분화하여 3단계가 더 추가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필수 생존을 위한 욕구 외에, 자존-지적-심미적-자아실현의 요구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상위의 욕구이다.

여기서 자존, 지적 욕구보다 더 상위의 욕구인 심미적 욕구에 주목한다.

문화와 예술, 자연, 환경을 좀 더 아름답게 누리고자 하는 심미적 욕구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이를 통해 우리 일상은 더욱 윤택해질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심미안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닐 거다.

어릴 때부터 보는 눈, 듣는 귀를 넓히고 꾸준히 갈고 닦아야 열리리라.


이유리라는 작가는 어학연수를 위해 영국 연수를 떠났다가 런던 갤러리를 훑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미술에 애정을 잔뜩 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린이들을 위한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이라는 책을 들고 와서, 유명한 그림에 대한 재미난 해설과 시대적 또는 그림에 대한 뒷담화도 들려준다.


초등 딸을 둔 엄마답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볼 때의 느낌을 이해하고, 그런 초등생이 그림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그 지식수준이 모자라거나 유치한 게 아니다.

모나리자의 대기 원근법부터 인상파의 유래, 카메라 산업의 발달에 따른 미술 트렌드의 변화까지 샅샅이 짚어준다. 또한 그림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도 소개하고 있어 그림에 대해 흥미와 집중을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은 당장 미술관에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미술관에서 보티첼리가 평생을 짝사랑했던 시모네타의 얼굴이 보고 싶어질 테고, 몬드리안이 필사적으로 그었던 마스킹 테이프 탄생 이전의 그의 그림을 보고 싶을 테고, 오른손을 왼쪽 무릎에 올려놓아 기가 막히게 구도를 잡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싶을 테니깐.......

그 의미를, 그 배경을 알기까진 그저 달력이나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그림에 불과했지만, 왜 유명한지 이유를 묻고, 그에 대해 답을 얻은 친구들은 이전에 느끼던 명화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부터 이 책을 어린이 미술 교양서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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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 내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49가지 호르몬 법칙
마쓰무라 게이코 지음, 이은혜 옮김 / FIKALIFE(피카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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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것이 참 많다.

14세 이후에는 매달 한 번씩 시작하는 월경부터, 임신, 출산, 완경에 이르기까지 호르몬의 지배 속에서 여자의 일생을 살아낸다.

그런 어마어마한 위력의 여성 호르몬이 40년 동안 분비되는 게 고작 티스푼 하나 정도라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여성 호르몬뿐 아니라 어떤 호르몬이든 그 분비량은 극히 소량이라고 하니 호르몬의 기능에 새삼 놀란다.

이 책은 이러한 호르몬에 대해 연구한 일본 최고의 호르몬 관리 전문가이자 산부인과 전문의가 쓴 호르몬이 우리 몸에 보내는 신호에 대한 책이다.



학창 시절엔 생체리듬 주기를 엄청 따졌던 거 같다. 그 시절 유행하던 게 바이오리듬이라고 해서 한 달 동안 내 몸의 변화를 살펴보고, 나름 괜찮은 컨디션의 날과 그렇지 않을 날을 따져 일정도 짜보고 시험 대비도 했던 거 같다. 이렇듯 몸은, 특히 여성의 몸은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지금도 월마다 그러하지만, 지금은 중년에 접어들어 어느덧 완경을 바라보니 생애 주기적으로 대비도 필요한 듯하여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에서는 크게 4장으로 나누어 호르몬이 한 달 변화, 일생의 변화를 살피고, 여성 호르몬의 파도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변화와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3장에서는 호르몬을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드는 건강한 생활 습관도 소개하고 있어서 월경을 시작하는 초중학생부터 완경기에 이른 중년, 노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다. 4장에서는 여성의 생애 주기별 호르몬 관련 질병에 대해 나온다



책의 구성은 가벼운 만화로 시작하여 관련 정보를 짧게 잘 구성하여 필요한 부분을 알려준다. 책이 작고 가벼워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월경 중 증후로 요통이 느껴지면 그 원인을 알려주고, 냉증에 좋은 각종 음식물 정보와 생활 속 대처법에 대해 나온다.


읽기 쉽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라 어린 여성부터 노년의 여성까지 쉽게 읽힐 거 같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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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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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설렘이 무색할 만큼 무계획이 계획이던 2022년 나의 새해는 <미드나잇라이브러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전날 저녁에 읽던 것을 밤새 읽었던 거 같다.

재작년부터 코로나와 함께 하던 터라 그날이 그날 같고, 모든 행동반경이 좁아들어 연말연시 모임도 줄어든 탓도 있지만, 유독 올해는 '새해'라는 의미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기대감도 들지 않고, '또 한해 어찌 채우나? 아니 버티어 내나?'하는 막연한 부담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살 한 살 나이 드는 나와 커가는 아이에 대해 불안감도 깔려있던 거 같다. 그 즘에 아무 생각 없이 <미드나잇라이브러리>를 손에 들고 가볍게 읽다가보니 점점 빠져들어 밤새 읽었다. 왜 그렇게 좋았을까? 이 책이 주는 힘이 있어서인가 긴 시간 동안 여운이 느껴졌고, 그 당시 마음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내 주변인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였다.

그리고 너무 좋아서 새해 나의 sns 첫 프로필 사진을 이 책의 커버로 바꿀 정도였다.

그 책이 주었던 '힘'은 아직까지 정의할 수 없지만...... 뭐랄까 위안, 잔잔한 희망을 주었다.

이번엔 매트 헤이그의 신작 <위로의 책>이 나왔다. 냉큼, 빛의 속도로 서평을 신청했다!!!

잠깐 저자에 대해 소개하자면, 매트 헤이그는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 활동한다. 더 알아보면, 그는 24살에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 이비사 섬으로 이사하여 여자 친구와 살다가 갑자기 정신적 위기를 맞고 절벽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한다.

물론 절벽에서 마지막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돌아서서 현재까지 작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경험이 그에게 작가라는 삶을 선사했다. 여전히 지금도 그의 우울증은 계속되고 있다 한다. 작가도 말했듯이 딱히 확실한 우울증의 치료법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24살 이전의 그와 지금이 다른 점은 글을 읽고, 쓰면서 자신의 우울을 드러낸다는 거 같다.

그는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는 그에게 위안을 주었던 유용한 처방과 조언들을 담아 <위로의 책>을 엮어냈다.

이 책은 일하는 틈틈이 책상 위에 두고 읽어나갔다. 천천히 읽어나가기에 좋았던 거 같다. 좋으면 필사도 했다. 그림도 한참 바라보고, 산책할 때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책의 글귀들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같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그림마저 아름답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고, 위로받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었다고는 하나 관통하는 생각도 있는 거 같다. 이를테면 '드러내자.', '괜찮다.',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쁜 것과 좋은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 또한 지나간다.'라는 말들을 곳곳에서 자주 내비친다.

위안이 많이 되었던 글귀들을 몇몇 소개해 보면,

"마음속에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침묵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에는 출구가 있다. 말할 수 없다면 글을 쓰면 된다. 쓸 수 없다면 읽으면 된다. 읽을 수 없다면 들으면 된다. 말은 씨앗이다. 언어는 우리가 삶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때로 언어는 가장 큰 위안이 되어준다."51p

"요즘은 가끔 내가 원하는 걸 적는다. 이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잔인할 정도로, 굴욕적일 정도로 솔직해져야 한다." 53p

"글쓰기는 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불안감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54p

"가면을 쓴 것 같은 느낌, 혼자만 끼지 못하는 느낌,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 모순 같지만 이런 사실이 때로는 오히려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 고립은 보편적인 것이다." 85p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애쓸 필요는 없다. 당신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아이폰이 아니다. ... 가치는 '행동'이 아니라 '존재'자체에 깃들어 있다."85p

"지금의 나는 예전 마음속의 혹독한 날씨에서 낯설지만 기분 좋은 위안을 발견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남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데서,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노래하게 만드는 회복력에서 느끼는 위안이다." 102p

"흐르게 놔두어라. 내면의 생각을, 억눌린 감정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죄책감으로 얼룩진 비밀을, 아픈 기억을, 구석에 숨어 있는 마음을, 어색한 진실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불편한 생각을, 잠재된 갈망과 거부된 욕망을, 댐에 가득한 물을. 압력이 커져서 댐이 커지게 하지 말고 흐르게 놔두어라. 흐르게 놔두어라."107p

"불완전함은 인간적이다. 결함이 있다는 건 완전히 인간적인 일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장소, 살아온 환경에 대한 편견이나 불확실한 생각이 자리한다는 건 지극히 인간적이다. 사람은 끔찍한 동시에 기적 같은 존재다. 탁월하고 선하기도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엉망진창이기도 하다." 166p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지적함으로써 우월한 기분을 느끼면 절대로 용기의 미덕을 갖출 수 없다. 진정한 미덕은 내면의 결함과 갈망을 들여다보고 자기 잘못과 모순을 바로잡을 때 얻을 수 있다" 167p

뇌과학자들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인간은 안전한 것을 모두 기억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을 기억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생존에 유리하도록 뇌가 설계되었다 한다. 우리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 것에 더 크게 반응하고, 그런 것들을 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저마다 위안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와의 대화도 좋았고, 나만 볼 수 있는 비밀 일기장도 도움이 되었다. 어떤 때에는 동네의 작은 성당에 가서 조용히 기도도 해보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특히 많이 쓰는 방법 중 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펼쳐들고 읽어나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작가도 말하듯이 이런 흔들리는, 불안한 존재인 인간에게는 언어가 있기에 어두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정의하고, 드러내고 바라보면서 치료가 시작되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며 겪었던 방법을 작자가 제시하는 데 나한테도 적용하고픈 게 참 많아서 내 인생에 좋은 등불이 되어줄 거 같다.

부디 이 책을 읽어가며 내 안의 어둠을 비춰 오히려 어둠이 환한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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