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법 슬기로운 학교생활
윤미영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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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멋진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의 저자 윤미영 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 같다. 저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동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30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교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여러 가지 고민을 듣게 되면서 학생들과 좀 더 깊게 소통하고자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를 전공하기까지 한다. 이후 담임교사와 진로상담부 교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본격적으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전문 청소년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단하다!


청소년의 상담과 심리에 관심이 많은 저자도 어릴 적 친구관계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청소년들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진심이 모아져 이번에 슬기로운 학교생활 시리즈로 <조별 과제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법>이라는 청소년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책이 나왔다. 제목부터가 딱 맞춤 처방 심리 해결책 같지 않은가!


저자소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청소년 상담을 하며 고민을 수집하고 분류하여 네 가지 범주로 나눠 사례를 구성하였다. 다음 네 조의 친구들 고민을 들어보자.

1조 친구들은 조별 과제를 하다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진상 친구들 때문에 피해의식기 생겨 고민이다. 거절을 못 하는 누군가는 팀에서 점점 '호구'가 되어가거나 호구를 넘어 자신을 막 대하는 '분노 유발자'때문에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항상 나만 희생하는 거 같고, 나만 배려해야 하는 거 같은 상황은 왜 되풀이되는 걸까? 이게 고민이라면 1조의 고민 상황의 해결책인 '조별 과제를 하다가 폭발하지 않는 대화법'으로 해결을 모색해 볼 수 있겠다.



2조 친구들은 그저 수행평가인 줄 알았던 조별 과제를 하다가 평소 친하다고 여긴 친구와 멀어지고, 학교까지 싫어져서 고민이라고 한다. 어떤 친구는 아직 친구 관계 맺기에 서툴러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고, 이유 없는 손절을 당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조별 과제를 하다 보면 자기주장만 하고 나를 무시하는 친구도 있다. 이제 나도 남들처럼 베프나 찐친이 생겨났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싶으면 윤미영 선생님의 솔루션2. '분노 방출 전에 나를 다독이는 생각법'을 펼쳐보자. 내가 상처받은 것은 부끄러운 것일까? 상처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처받은 나를 진정 위로하는 이는 누구일까? 진정한 내 편은 누구일까? 책에서는 이 모든 해결의 키맨은 바로 자신이라고 답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숨기고 싶은 단점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열등감을 극복한다고 하니 나도 자존감 높이는 방법을 익혀보고 싶다. 자존감 높이는 팁 중 일부만 소개하면,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록하기(감정 일기, 칭찬 일기, 감사 일기 쓰기),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 혼자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취미 갖기, 사소한 성공 경험이라도 지나치지 말고 그 기분을 적어보기 등이 있다.


3조 친구들은 조별 과제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대해 고민이 깊다. 어쩌면 조별 과제를 하다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게 과제보다 사람에 대해서가 더 많은 거 같기도 하다. 어떤 친구는 넘사벽이라 내가 못나 보이고, 어떤 친구는 지나치게 나르시시스트 같기도 하고 평소엔 잘 몰랐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친구들도 있다. 어디 친구뿐인가. 집에 오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서먹하거나 너무 부담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갈등은 가정이건 학교건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되고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솔루션3을 살펴보자. 친구와 더욱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화법, 진짜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다.


4조의 친구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그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다. 때론 우리가 무시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집단에서 형성된 편견에 젖어들 때 애써 내 안의 감정이나 느낌을 알려고 하지 않고 외면해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눌러버린 감정은 내 마음이 보내오는 알람을 꺼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비록 불쾌한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를 일깨워주려는 마음의 신호인데 말이다. 원만한 조원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가능하다. 선생님의 솔루션4에서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나와의 소통법에 대해 잘 나온다.


사실 조별 과제를 해야 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이더라도 인간관계가 제일 어려운 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다만 그 시기보다 좀 더 나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좀 차이랄까? 한창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청소년기에는 외부의 시선이나 반응에 예민하고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오늘 흔들리더라도 좀 더 나에게 관대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본다면 조금은 덜 흔들릴 내일이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나와 세상을 찬찬히 알아가면 어느샌가 단단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깊이 공감하고 연구한 여러 사례별 솔루션이 담긴 이 책이 있다면 그런 단단한 나에게 좀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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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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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처럼 배시시 웃고 있는 편안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다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수필가로서도 뛰어나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작품들도 함께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준 멋진 기행문 작가이기도 하다.

책표지


이번에 나온 책 '사랑이 무게로 느껴지지 않게'는 작가의 오래된 1977년의 수필집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2002년 판을 재편집하여 나온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의 발표 연대를 함께 표기하였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마다 이 글이 언제 쓰여졌는지 연대를 확인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책의 내용 중


출간된 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독자를 끌어당기는 박완서의 수필만이 지닌 매력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도 한국에서, 7,80년대를 여성작가로서 일상을 살아내며 부지런히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을 통해 그 시대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어볼 수 있어서 아닐까?

그리고 그때마다 느꼈을 감정이나 생각은 가식적이지 않고 정갈한 그녀의 글귀 곳곳에서 전해져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듯 시골에서 초등학교 때 상경하여 겪은 소심했던 소녀의 상경기부터 네 아이들을 키우고 뒷바라지하며 북적 북적 정신없던 가정주부로서의 삶. 커다란 불행을 겪으며 고통을 마주하던 시기부터 뒤늦게 등단하였지만 여전히 자신의 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주부가 아닌 작가로서의 고뇌 등등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내가 남보다 도덕적으로 살았대서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죽고 자식이 나중에 죽는 것은 평범한 사람 누구나가 누릴 수 있는 순리라고 여겨서이다. 그래서 더욱 내가 당한 남다른 역리가 부끄럽고 사람을 피해 혼자 있어도 하늘 땅이 부끄럽다. 예전부터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들이 그 애를 읽고 나자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된 것도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낯섦이어서 남들과 조화를 이루는 데 불편할 적이 많다. 다행히 남은 자식들이 창의 불빛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지척에서, 수프가 식지 않을 만한 이웃에서, 이 나라 끝에서, 혹은 지구의 반대 방향에서 돌봐 주고 걱정해 주어 살아 나가는 데에 힘이 돼 주고 있다. 나는 자식들과 이런 멀고 가까운 거리를 좋아하고, 가장 멀리, 우주 밖으로 사라진 자식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도 있는 신비 또한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남겨진 자유가 소중하여 그 안에는 자식들도 들이고 싶지 않다. 내가 한사코 혼자 살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순순히 외롭다고 대답한다. 그게 묻는 이가 기대하는 대답 같아서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너는 안 외롭냐? 안 외로우면 바보'라는 맹랑한 대답을 하고 있으니, 이 오기를 어찌할 거나.

- 내가 걸어온 길, 58, 59쪽-


두 번째로 꼽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읽을 수 있어서다. 작가는 실로 격동의 대한민국의 시기를 모두 겪었다. 1931년에 태어나 2011년에 작고하였으니, 굵직한 현대사를 여성으로서 살아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유년기의 일제 강점 시기 이야기나 한국전쟁, 이산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시골을 유난히 좋아하고 시골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작가가 시골에서 생활하던 유년시절을 신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시대와 맞물린 암울했던 가족사를 살짝 꺼낼 때마다 언뜻 그 시절의 어려움을 짐작할 뿐이다.

7, 80년대 아이를 다섯이나 키우며 가정주부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이지만 그 시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얘기할 때는 외부로 향한 주파수가 항상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성동본 금혼법에 대해 역사적 과학적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그 근거 없음을 이야기하거나 동네 할머니들의 한담 속에서 찾아낸 지독한 시집살이로 새색시가 담배를 시작한 예를 들어 장발 단속에 대해 한마디 할 때는 속이 다 시원하다. 사람의 내면과 외부로 향한 시선은 매우 정확해서 핵심을 짚어내어 지혜롭게 글로 풀어낸다.

사람의 마음 속엔 이런 용수철 같은 게 있는 법이다. 이 용수철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오르지 않게 법의 규제에도 묘미가 있어야지 미련해서는 안 되겠다. 그중에도 미니스커트나 장발족 단속은 좀 어떨까 싶다. 젊은이들의 옷이나 머리란 어차피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게 마련 아닐까?                               

                                          -노상 방뇨와 비로드 치마, 177쪽-


책에는 작가의 여생이 담긴 사진, 사용하던 물건, 

손편지, 육필 원고 등도 담겨있다.


그리고 부모가 되어 박완서의 수필을 읽으니 또다른 내용들도 눈에 들어온다. 자식을 키우며 지녔던 부모로서의 견고한 철학도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오히려 앞서가는 시각도 볼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간 딸들에게는 자유로운 연애를 권하거나 아이들과 주고받은 메모나 편지 등에서 권위적이지 않지만 품위 있는 부모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또 어쩔 수 없이 몇 안 되는 갈림길 중 선택을 강요받던 그 시기를 부모로서, 작가로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개인주의적이고, 현실참여에 소극적인 지식인이라는 비난을 들을지언정, 자신의 옷이 아니면 절대 입지 않았던 작가 나름의 소신과 우직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작가의 밑바탕은 이념이나 사상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정, 그리고 희망에 더 닿아있던 게 아닐까?

나는 또 대학에 다니는 애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데모하지 말라고 이른다. 혹시 데모에 휩쓸리게 되더라도 행여 앞장서지는 말고 중간쯤에서 어물쩍거리다가 뒷구멍으로 살금살금 빠지라고 이른다. 그 애들의 경멸의 시선이 다소 따갑지만 웅얼웅얼 그런 소리를 한다. 나는 올 1년 내내 이렇게 가족들에게 비겁과 보신을 가르쳤다. 잠 안 오는 밤 문득 이런 내가 싫어진다. 구역질 나게 싫어진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또 한 살 미운 나이를 먹고, 추한 나이테를 두를 내가 싫다. 잠 안 오는 밤, 나는 또 1년 동안 내가 작가랍시고 쏟아 놓은 말들이 싫어진다. 나는 또 작가랍시고 느닷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던 찬반 앞에서 무력하게 떨던 내가 싫다. 찬반 중 어느 쪽이 내 소인인가 보다는 어느 쪽이 보신에 이로울까부터 생각했던 내가 싫다. 실상 나는 내가 작가임에 손톱만큼의 긍지를 못 가진 채 다만 두려워하고 있다. 왜 이렇게 두려워해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처음 얻어들은 작가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이광수였다. -중략-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한 나는 내가 작가임을 두려워할밖에 없을 것이다.                          

 - 추한 나이테가 싫다, 246, 247쪽 -


그럼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걸까.

나는 어려운 것은 잘 몰라도

사는 행복 중에서 필요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벼르고 별러서 장만하는 재미, 

또 그렇게 해서 장만한 것에 대해 갖는 애착 등도

꼭 맛볼 만한 중요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아쉬운 것 없이 다 갖춰 주는 것은

자식에게서 중요한 행복 중의 하나를 빼앗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없는 것 없이 다 갖춰 놓은 곳에 몸만 들어가 생활한다, 그게 무슨 재미란 말인가.

생활에 맥이 풀리면 권태로울 것은 당연하고

자연히 딴 곳에서 재미나 자극을 구할 밖에 없을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줘야 할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아닐까.

완성되고 구비된 물건이나 행복이 아니라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 말이다.

-난 단박에 잘살 테야, 227, 228쪽-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380쪽-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느 연대의 에세이를 읽더라도 인간을 향한 따뜻하고 진심 어린 작가의 애정을 볼 수 있어 그녀의 글에 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서도 오래 묵은 그녀의 따뜻한 글귀 하나하나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건 글 안에 담겨진 그녀의 따뜻한 고백, 응원, 위로 등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더욱 그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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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 소녀 발 차기 작은 스푼
황선애 지음, 서영 그림 / 스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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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소녀 우리영. 늘 당차고, 씩씩하고, 정의감 넘치는 우리영에게도 한 가지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가정주부인 '창피한' 아빠.

남들 아빠처럼 멋지고 큰 회사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일하시면 좋겠지만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시면서 여동생과도 아기자기 잘 놀아주시는 아빠.


언제부터인가 이런 아빠가 부끄럽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당당하지 못하다. 오죽하면 아빠가 엄마처럼 자격증 하나 없어 일을 못하시나 염려하여, 고소득 보장 감정 평가사 자격증을 권하기도 한다. 평소 자신들의 감정을 잘 살피는 아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 나름 신박한(?)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런 리영이의 편견을 깨준 분이 있으니 바로 담임선생님.

담임선생님도 어릴 때 우리영처럼 아빠가 집안일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시고, 누구보다 잘 키워주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영은 그간 들킬까 숨겨왔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있다.

나 또한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도 당연히 그래야지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게 꽤 많다.

누군가 그 편견을 깨주길 바라면서도 어김없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볼 때 그 색깔 안경을 낀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안경을 편안하게 벗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겼던 누군가가(이 책에서는 담임선생님인 거 같다) 평소 치부라고 여겼던 부분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고, 또 전혀 개의치 않을 때다. 그런 모습에서 겹겹이 싸놓았던 나의 편견의 껍질이 벗겨진다.

하지만 아직 내 선에서는 타협이 안 되는 기준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중 남녀 지위나 역할 문제에선 나 또한 우리영의 모습이 보인다.

부끄럽지만 소설 속 리영이처럼 남자가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만일 맞벌이라면 남자는 여자보다 연봉이 높아야 한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그러려면 남자가 여자보다 더 나은 직종에서 일해야 한다고도 여기고.

아들을 키우면서 항상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교육한다. 나의 편견이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수되는 중이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보다 더 야무지고, 나름 능력자였던 나의 엄마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앞서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나에게 심어주신 거 같다. 아이고... 리영이나 나나 아직도 ^^;;

이러니 우리영에게 편견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주거나 공감해 주는 어른인 선생님과 같은 존재가 늘 필요한 거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납득하는 그 순간 편견이 깨지고 내 안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 자주 찾아왔으면 싶다.

항상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식의 사고를 일깨워주는 이들과 교류하고 싶다. 그 방법에는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에게는 우렁 소녀 발차기와 같은 좋은 책, 영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 등을 듣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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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독서평설 2023.12 독서평설 2023년 12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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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능은 킬러 문항은 사라졌다고는 하나하나의 지문을 꼼꼼히 읽어야 풀이가 가능한 문항이 많았다고 한다.

이전엔 다양한 분야의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요구했다면, 이번 수능은 그 방향을 약간 달리했다고 봐야 할까?

아이가 아직 수능까진 거리가 있는 나이대라 자세히 수능 문항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문해력이나 국어능력은 어릴 때부터 쌓아지는 영역이라 항상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초등 저학년부터 비문학, 문학 구분하여 독해 문제집을 들이밀기에는 뭔가 글에 거두절미한 내용만 있는 거 같다. 그렇다고 진득하게 앉아 책을 붙들고 읽기엔 은근히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많은 분야의 책을 어떻게 찾아볼 것인가? 게다가 나는 워킹맘이다 ㅠㅠ

이럴 때 떠오르는 게 영역별로 잘 구성된, 나이대별로 쫙~~~제시해 줄 수 있는 잡지다! 이런 필요에 딱 맞게 독서평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독서평설의 역사를 살펴보니, 33년의 발행 역사를 가졌다.

국내 유수한 시사잡지도 33년이면 부침을 겪다 폐간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독서평설은 오히려 그 지평이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작년부터는 연령 단계를 더 낮춰 '첫걸음' 단계도 나와 운 좋게 우리 집 초2 아들은 첫걸음 독서평설을 창간호부터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초등 독서평설로 갈아타 구독하고 있지만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어서도 읽게 될 거 같아 중학독서평설을 미리 만나 보았다.



이번호 중학독서평설의 내용 구성을 보자.

통합교과특집으로 그 달의 특색 주제를 여러 교과의 통합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내용을 다룬다. 이번 달에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다뤘다.

'크리스마스에는 과학을'이라는 제목으로 크리스마스를 과학이라는 돋보기로 바라보고 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별의 안내를 받아 베들레헴으로 향한 부분을 천문학의 시각에서 초신성이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핼리 혜성이라고 보는 의견이 흥미롭다. 그리고 산타가 48시간 동안 평균 0.42km 떨어진 8억 8000만 가구에 선물을 배달하려면 무려 초속 2060km로 이동해야 하고, 0.0003초마다 한 집을 방문해야 한다는 내용이 물리학적으로 보면 터무니없지 않다는 의견도 재미있다. 상대성의 이론에 따르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 밖에 다양한 기사들이 지식교양, 진로진학, 독서문해, 시사논리, 교과심화, 쉼터 등으로 나눠 실려있다.

각 섹션 별로 내용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았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수준이 있는 글로 대부분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정보로 채워졌다. 지식교양 '도시를 걷는 시간 '코너는 지리교사이자 여행책 작가가 연재하던 거 같던데, 이번 호가 마지막 내용이라 한다.

체코 프라하에 대해 소개하고 있지만, 유럽의 EU에 대한 설명부터 체코가 회원국이지만 유로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국가라는 점,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며 한 나라에 국한한 게 아닌 주변국과 함께 연계한 정세, 경제까지 관심을 갖게 한다. 또한 프라하의 봄, 벨벳 혁명 등과 같이 그 나라나 도시에 얽힌 세계사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 보면 좋을 영화나 OTT 작품 소개 코너도 따로 있어 관심이 갔다. 이번에는 <쓰리 빌보드>라는 영화에 대해 소개하는데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가 쓴 감칠맛 돌게 영화를 소개해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도움받을 섹션이 참 많다.

특히 진로진학 파트에서, 강명규 스터디홀릭 소장의 캉쌤 진학 상담소 코너가 좋았다. 이번 호에는 2028학년도 대입 미리 보기가 나와, 헷갈리는 2028년 수능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했다.



전공이나 직업에 대해 알게 되는 코너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리학과에 대해 소개하고, 관련 대학이나 직업, 관련 전공까지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 쌓이면 진로를 고민할 때 도움이 될 거 같다.

교과 심화 코너도 있어, 경제, 한국사, 과학, 영어 등등 각 과목별로 다양한 주제를 깊이 다룬다. 나는 독서 문해라는 코너도 좋았다. 문학, 글쓰기, 말하기 등에 대해 다루는데, 이번 달에 김종길의 <성탄제>라는 시와 백온유의 <유원>이라는 소설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가볍게 읽으려 펼쳤다가 묵직하게 오래오래 머물게 되는 중학 독서 평설!

한 번 집에 들이면 쭉~~~연장하게 되는 게 아마, 코너마다 각자 특색 있고 정성 들인 글이 모여있어 가능한 게 아닐까?

괜히 독서평설 독서평설 하는 게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이 잡지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초등 첫걸음부터 시작한 우리 집 꼬마는 아마 앞으로도 중학, 고교까지 쭉 보게 될 거 같다.


추신: 초등 독서평설 12월호도 간단하게 목차만 실어본다. 중학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이 겹치지 않아 초등 고학년이라면 함께 구독해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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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 불편한 사람들을 끊어내는 문단속의 기술
스튜어트 에머리 외 지음, 신봉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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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방으로 표현한 발상이 신선했다.

그리고 그 방의 출입문을 지키는 문지기와 방 안을 수시로 관리하는 관리자를 둔다는 설정도.

무엇보다 이들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인간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무척 어렵다. 오죽 조심스럽고 어려우면 알쏭달쏭한 사람에 관한 속담도 여러 가지다.

최근에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처럼 처음에 봤던 느낌과 달리 정말 나랑은 계속 틀어져 서서히 거리를 넓혀 가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렇게 되기까지 거의 1년 가까이 걸려 깨달았으니, 나이가 들어도 사람에 관한 판단은 어렵다.

그런데 예전에는 이런 불편한 관계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나의 기준, 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방에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그리고 계속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틀어지는지 찬찬히 살펴보지 않았던 거다. 아니 살핀다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두는 게 맞겠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든 일단 관계를 시작해 보고 점점 안 맞아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상처를 확인하고 또 달래보는 과정을 겪었던 거 같다.

이 책은 왜 그 피곤한 과정을 굳이 반복하려고 드는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Who’s in your room?’이라는 물으며.

내 마음에, 내 인생에 불편함만 가져오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끊어내는 기술(방의 규칙 10가지가 그것이다)을 알려준다. 애초에 내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그리고 내 방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사람이 들고 올 짐까지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다시 한번 아무나 들일 수 없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많은 사례도 나온다. 그 사례가 가족일 경우에는 가슴 아프다. 그러함에도 내 방은, 내 인생의 주체는 나이기에, 내가 정신 바짝 차리고 방을 관리해야 한다. 가족도 서랍장에 올려놓거나 상자에 담아 자물쇠로 잠글 수도 있는 거다. 누구보다 내가 중요하기에.

여태 나를 힘들게 한 이들을 상자에 넣어둔다는 상상만으로도 뭔가 시원하고 방이 넓어지며, 개운해진 느낌을 받는다.

 


이제부터 찬찬히 내 방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그들의 위치를 정해주는 작업을 수시로 하면서 방부터 넓혀봐야겠다. 그래야 나의 숨, 에너지를 어떻게 또 조화롭게 배분하여 인생을 풍요롭게 살지 보일 테니.



 

    - 책 속에서-

당신이 하나의 방 안에서 평생을 산다고 상상해보라. 그 안에는 당신과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이 모여 있고, 그들의 기질, 내력, 성격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 방은 무한히 넓다. 당신은 살면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과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그 방을 업데이트하고 확장할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방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16

 

사실은 당신의 감정적인 현들이 타인의 감정적인 현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때로는 서서히, 때로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에 가깝다. 이것이 유쾌하게 느껴지는 순간(공명)도 있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순간(불협화음)도 있다. 요점은, 은유적으로 말해 당신은 여러 개의 현을 가진 악기라는 것이다. 당신의 방에 누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당신을 떨리게 하는 감정적, 지적, 신체적, 영적 현들에 관한 문제이다. 당신은 이러한 진동들 가운데 많은 부분을 겉으로 드러낼 것이다. 예컨대, 사람하는 사람을 만나면 환한 얼굴로 반기는 반면,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을 보면 그가 유발하는 불협화음으로 인한 불쾌한 내적 경험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 25

 

사람들은 죽으면서 타인의 기대를 따르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가장 많이 한다. ,왜 그런 후회를 하는 것일까? 평생 타인의 기대, 요구, 필요, 갈망, , 좌절, 욕망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현의 은유로 돌아가서, 그들은 자신의 악기와 진동수가 불일치하는 다른 악기들과 공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것이다. - 27

 

내 방에는 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발견의 여정에 속도가 붙었다. -33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아는 것, 그 가치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문지기에게는 그것이 당신의 일상적인 욕구와 혐오보다 중요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42

 

방의 규칙 #3 미래 비용이 더 중요하다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을 듯해서 다시 말하자면, “당신의 방예는 누가 있는가?”는 스스로에게 온전히 솔직해지기 위한 평생의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란 쉽지 않은데, 우리가 좋은 관계와 나쁜 관계 등 인생의 모든 관계에 감정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당신이 어떤 인간관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수 있다. 이 관계를 끊으면 그 투자 비용은 영영 회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투자한 것보다 앞으로 더 투자할 것을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 - 70

 

당신의 문지가가 방에 들어올 사람들을 깐깐하게 선별하는 동안, 당신의 관리인은 최악의 딜브레이커들을 특별한 공간으로 안내해야 한다. -중략- 당신의 관리인은 원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서 이 상자 안에 가둘 수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을 꺼낼 수도 있다. 사람들을 분류하고 상자에 집어넣는 권한은 전적으로 관리인에게 있으며, 사람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딜브레이커는 자물쇠 상자 안에 감금되고, 그 상자는 선반 위에 올려진다. -129

 

엔진과 닻 구분하기

곁에 있으면 힘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불타는 열정이든 차분한 자신감이든 특유의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 함께하는 순간이 기대되는 사람이 있는가? 그들은 분명 당신의 엔진이다. 반대로 당신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전화가 끔찍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메일 답장을 미루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그것은 그들이 당신의 닻이라는 좋은 증거이다. 당신의 반응을 떠올려보자. 누군가의 존재가 당신에게 분노를 일으킨다면, 그들은 닻이다. 당신은 앞에서 설명한 자물쇠 상자 훈련을 통해 그들을 보내주는 의식을 진행할 수 있다. - 136

이 책은 에 관한 단순한 은유와 함께, 당신의 힘을 되찾아오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긍정적인 요소에 더 넒은 공간을 부여하고, 부정적인 요소에 더 좁은 공간을 할애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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