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소녀 발 차기 작은 스푼
황선애 지음, 서영 그림 / 스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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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소녀 우리영. 늘 당차고, 씩씩하고, 정의감 넘치는 우리영에게도 한 가지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가정주부인 '창피한' 아빠.

남들 아빠처럼 멋지고 큰 회사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일하시면 좋겠지만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시면서 여동생과도 아기자기 잘 놀아주시는 아빠.


언제부터인가 이런 아빠가 부끄럽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당당하지 못하다. 오죽하면 아빠가 엄마처럼 자격증 하나 없어 일을 못하시나 염려하여, 고소득 보장 감정 평가사 자격증을 권하기도 한다. 평소 자신들의 감정을 잘 살피는 아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 나름 신박한(?)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런 리영이의 편견을 깨준 분이 있으니 바로 담임선생님.

담임선생님도 어릴 때 우리영처럼 아빠가 집안일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시고, 누구보다 잘 키워주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영은 그간 들킬까 숨겨왔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있다.

나 또한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도 당연히 그래야지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게 꽤 많다.

누군가 그 편견을 깨주길 바라면서도 어김없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볼 때 그 색깔 안경을 낀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안경을 편안하게 벗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겼던 누군가가(이 책에서는 담임선생님인 거 같다) 평소 치부라고 여겼던 부분을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고, 또 전혀 개의치 않을 때다. 그런 모습에서 겹겹이 싸놓았던 나의 편견의 껍질이 벗겨진다.

하지만 아직 내 선에서는 타협이 안 되는 기준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중 남녀 지위나 역할 문제에선 나 또한 우리영의 모습이 보인다.

부끄럽지만 소설 속 리영이처럼 남자가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만일 맞벌이라면 남자는 여자보다 연봉이 높아야 한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그러려면 남자가 여자보다 더 나은 직종에서 일해야 한다고도 여기고.

아들을 키우면서 항상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교육한다. 나의 편견이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수되는 중이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보다 더 야무지고, 나름 능력자였던 나의 엄마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앞서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나에게 심어주신 거 같다. 아이고... 리영이나 나나 아직도 ^^;;

이러니 우리영에게 편견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주거나 공감해 주는 어른인 선생님과 같은 존재가 늘 필요한 거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납득하는 그 순간 편견이 깨지고 내 안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런 시간이 자주 찾아왔으면 싶다.

항상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식의 사고를 일깨워주는 이들과 교류하고 싶다. 그 방법에는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에게는 우렁 소녀 발차기와 같은 좋은 책, 영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 등을 듣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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