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마 속담 1 - 일상생활 놓지 마 속담 1
신태훈 지음, 나승훈 그림, 정상은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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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네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가?

코믹 만화계의 은근한 강자! 놓지 마 시리즈는 어딜 갖다 놔도 참 잘 어울린다.

과학, 맞춤법, 어휘, 한자. 이제는 속담까지.

그런데 아이들은 이 가족들한테 열광한다. 우리 집 10살 꼬마도 예외는 아니다.

침대 속에서 낄낄대고 있는 아이 손에는 어김없이 놓지마 과학 시리즈가 들려있었고, 얼마 전에는 맞춤법 시리즈를 보고 또 봤다.

만화이지만 은근히 알려주는 게 많은지라 부모인 나도 평소 간식 먹듯 야금야금 조금씩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책도 들여놓는다.

이번엔 놓지 마 속담 일상생활 1편이 나왔다하여 바로 책을 만나보았다.



과연 집으로 온 책은 바로 아이 손으로 들어가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아이가 다음날 바로 학교로 가져가고, 침대 속에서 읽기를 반복하기에 그러했다. 이번에도 먹힌 거 같다.^^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뭘까?

 

우선 만화의 내용이다. 만화는 학습하고는 살짝 거리가 있는 엽기+코믹+ 매우 개성 있는 가족들로 이야기를 채운다.


물론 모티브는 속담을 주제로 삼았지만, 만화만 따로 봐도 내용이 억지스럽지 않고 재미있다. 속담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상황을 보면서 연상하는 것이라 만화의 내용이 재밌다. 사실 어떤 내용은 속담의 내용이 바로 와닿지 않는 경우는 있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경우, 직접적인 내용 제시가 아니어서 살짝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속담이라는 게 상황과 맥락에 놓여서 쓰이며, 그 문장에는 옛날 용어나 화법도 쓰이기에 그 이해 자체가 어려운 법이다.

 


속담을 담은 만화가 끝나고 나면, 속담 써먹기라는 코너가 있다. 가족끼리 카톡방에서 대화를 하는 내용으로 설정하여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했다. 만화로 파악한 속담의 내용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하도록 하고, 나아가 비슷한 속담이나 사자성어, 서양의 속담도 익히도록 했다.

 

그리고 속담 상식이라는 코너도 좋다. 읽는 중간중간에 코너가 있어, 어려울 수 있는 속담 속 전통문화 상식을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너가 참 마음에 든다. , 외양간, 소를 이용한 농사, 우물, 천 냥은 얼마인지 등등 속담 뜻을 알려주기 위해 따로 자료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그리고 여러 개의 속담을 배운 뒤 익힌 속담을 다양한 퀴즈와 활동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코너도 준비했다! 속담 퀴즈와 속담 놀이터 코너에서는 빈칸 채우기, 숨은 단어 찾기, 미로 찾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운 속담들을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마당별로 나와 있다.

 

만화도 재밌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딱 필요한 코너가 적절하게 있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믿고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놓지 마 속담>이다! 이번에도 아이는 놓지 못하고 계속 들여다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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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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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딸 딸 딸 딸 딸이 네 명인 딸 부잣집에 머슴아 같은 작달막한 여자아이.

개펄에서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다니는 짱뚱어를 닮아 이름 지어진 '짱뚱이'.

짱뚱이는 1990년대 후반에 세상에 나왔으니 그때 이미 성인이었던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리에디션으로 나와 만나게 된 만화책 <짱뚱이의 시골 생활>.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에 대한 호기심 반, 초등학생 아들에게 점점 잊혀가는 우리나라 풍습이나 시골의 모습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반으로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흑백의 올드한 톤의 이 책은 아들이 먼저 읽게 되었다. 표지의 짱뚱이의 뭔가 심통 맞고 익살스러운 표정에 끌려서인지, 뭐 이렇게 생겼나 하는 호기심이었는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급기야는 그날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들춰볼 정도로 짱뚱이의 매력에 빠져들어 있었다. 키득거리며 계속 읽던 아들이 또 없어요? 하고 다음 책을 찾았다.



과연 이 책에 나온 정서를 이해할지 싶었는데 나의 기우였다.

시간과 세대를 넘나드는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일까?

뒤늦게 아들에게 넘겨받아 읽어보니 피식 웃음도 나오고 어딘가 심술 맞은 짱뚱이가 오늘은 또 뭔 일을 벌이려나 궁금하고, 어떤 장면은 콧등이 찡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다지도 나의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옛 추억을 이렇게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는지….

짱뚱이가 궁금하여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짱뚱이 시리즈 글 작가가 주인공 짱뚱이라는 것과 그림을 그린, 지금은 작고한 신영식 작가와 환경운동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작가의 아버지가 첫 교직 발령지로 지리산 자락에서 근무하였다고 한다.

그때 유년 시절을 보내며 겪었던 추억을 담아낸 책이라 더욱 실감 났다.

무엇보다 소소하게 어린 시절에 하던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아카시아 파마부터 시끌벅적하게 가족들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했던 가을 운동회, 소풍 등등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특히 짱뚱이가 면 소재지에서 하는 영화를 보러 부모님 몰래 도망쳐 나와 긴 하루를 보낸 장면에서는, 어릴 적 친구들과 옆 동네로 놀이 원정을 떠났을 때가 떠올랐다.

줄곧 살아왔던 동네에서 벗어나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옆 동네로 친구들과 원정 놀이를 떠났을 때 저녁 늦게까지 나를 찾으러 다니시던 부모님과 함께 놀러 갔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고생 끝에 아버지의 자전거에 앉아 잠든 짱뚱이의 모습에서 작년에 돌아가신 다정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라 그 장면을 길게 바라보기도 했다. 꼭 한 번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를 방문해 보고 싶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시골 풍경, 다양한 세시 풍속, 계절의 변화와 생활 모습, 아이들의 놀이에 흠뻑 빠져 읽다 보니 어느새 2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읽고 나니 모두가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아마도 책을 읽게 된다면, 요즘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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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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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으로 진품 유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했던 전시회에서는 천마 그림의 말다래, 금제 대관을 비롯한 각종 장신구, 무기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익히 봐서 알고 있던 사슴뿔 모양의 금관이 단연코 인기였다.


그 당시 신라는 황금 세공 기술로 서역에까지 알려져서 활발한 교류를 하였다가 정도의 얕은 지식으로 유물을 접하고서 뇌리에서 사라질 무렵, 

강인욱 교수의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속에서 천마 말다래와 금관에 관한 줄줄이 꼬리를 무는 다양한 숨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아. 그냥 스치듯 지날 수 있던 유물 뒤에 숨어있는 깊고도 넓은 반만년의 한국사가 들어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신라금관 사연을 잠깐 찾아보자.

"사슴뿔 금관, 하늘과 땅을 잇다

1921년 발굴된 신라 금관총 금관은 사슴뿔과 나뭇가지를 모티브로 하고, 곡옥을 단 화려하고 독특한 형대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사슴뿔과 나무를 형상화한 금관은 흑해 연안,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나아가서는 서쪽으로 북유럽, 동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유적에서도 비슷한 모티브의 관들이 발견되었다. 북반구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사슴뿔 모양의 관은 하늘의 대리인인 샤먼의 의식에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슴뿔은 매년 자라므로 무한한 생명력을 뜻한다. 또한, 하늘로 뻗어나가는 아름드리나무는 마치 하늘로 이어지는 통로를 연상하게 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상징이었던 사슴뿔과 나무가 관 장식에 쓰인 이유다. 208쪽"


신라 금관을 여러 번 봤지만, 부끄럽게도 나뭇가지와 사슴뿔의 형상이라는 정보는 접한 적도, 궁금해한 적도 없는 거 같다. 아마도 "왜 이런 모양일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아서일 테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유물을 접할 때마다 내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잘 귀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함께 찾아보고 배워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질문은 참 소중한 거 같다.


책에는 천마 말다래에 관해서도 나온다.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상징

자작나무는 한반도 남쪽 신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로 주로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서만 자라는 대표적인 북방계 수종이다. ...중략... 천마총의 말다래도 자작나무 껍질을 복잡하게 가공해서 만들었는데, 그 위에 복잡한 그림을 그릴 정도로 신라에서는 자작나무 공예술이 발달했다. 이는 당시 신라가 북방 지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자작나무를 공급받는 무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음을 가리킨다. -210쪽"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천마 말다래에서 뻗어나간 고고학자의 해석에 감탄했다.


단지 그림에만 몰두했던 짧은 시각을 유물의 재질에까지 닿게 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숨은 정보까지도 알려주니 고고학이 고루하고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여겼던 기존 시선이 바뀌게 된다.


이토록 재미있고, 소파에 뒹굴뒹굴하면서도 쏙쏙 잘 이해가 되도록 쉬운 문체로 쓰인 고고학책이라면 더 읽고 싶어질 정도다.

책은 음식, 놀이, 명품, 영원이라는 소주제로 나뉘어서 서른두 개의 유물 이야기로 짜여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 유물의 시대에만 멈춰져 있지 않고 지금까지 연결되어 온 우리들의 이야기도 발견하게 되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유물에 담긴 이야기도 길지 않아 짧게 끊어 읽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좋았던 것을 하나만 더 꼽아보자면 저자의 여유로운 시각이었다.

우리나라의 유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문화로 향한 고고학자의 시선에서 편협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이를테면,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김치 원조 논란이나 우리나라 인삼이 왜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학자의 시각이 참 여유롭고, 품위가 느껴졌다. 이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관한 정확한 연구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탑재되었기에 가능한 거 같다.

꼭 역사나 유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고고학 책이 나와서 정말 반갑다! 많은 학생과 어른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의 서평단원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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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나만의 경계를 찾는 법 알고십대 4
노윤호 지음, 율라 그림 / 풀빛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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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지금, 지나온 십 대를 돌이켜보면, 즐거웠던 기억보다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고민했던 나날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 시기에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래서 그건 해결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때 한 번쯤 이런 나의 고민을 누군가가 진단해 주고, 위로해 주고, 함께 고민해 주었다면 좀 나았을까?


나이 든 지금도 사실 그때 그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었다기보다는 옅어지고, 흐려졌을 뿐 그 문제는 평생 안고 가는 거 같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자코 있던 몸 안의 균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그 문제는 풀리지 않고 한 번씩 내 마음이 힘들어지는 걸 보면. 다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체념까지는 아니고,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생겼다는 정도이다.


이번에 알고십대 시리즈 4권으로 <이제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라는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뭔가 선언하듯 나를 돌보기로 한 것이 마음에 들어 바로 책을 선택했다.


저자는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로 2015년부터 힘든 상황에 놓인 수많은 청소년을 만나온 노윤호 변호사이다. 책은 노 변호사의 좌우명인 '나이가 어리다고 인권이 작은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에 맞게 참 많은 청소년의 문제를 여러 방면으로 연구하고 고민하여 담아냈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책에, 혼란스러워하는 십 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고 위로하였으며, 나아가 이에 대한 제언으로 저자 본인의 십 대 경험, 청소년 변호사로서 접했던 현장, 인류학, 심리학, 뇌과학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하여 제시하고 있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눠진다.

1. 자꾸만 내 감정에 흔들리곤 해요: 나 자신과 올바른 관계 맺기

이유 없이 내가 싫을 때┃걱정이 너무 많아서 걱정┃오늘도 찾아온 우울함과 무기력함┃나도 분노 조절 장애?┃나를 해치는 나쁜 습관, 그리고 자해

2. 답답한 관계에서 도망쳐 자유롭고 싶어요: 가까운 이들과 올바른 경계 짓기

나를 힘들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꾸 간섭하는 부모님┃형제자매, 친구일까 경쟁자일까?┃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3.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자꾸 휘둘려요: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기

친구가 없으면 안 돼┃타인이 보는 나에 얽매이게 될 때┃왜 내가 따돌림을 당해야 하지?┃좋아하는 사람이 내 세상의 중심이 되었을 때┃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중요해

4. 사회 속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요: 더 넓은 관계에서 중심 세우기

성적으로 인정받고 싶은데┃꾸고 싶은 꿈이 없다면┃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장마다 구체적인 청소년들의 사례를 들어 누구나 겪는 문제라는 걸 알려주고, 그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말한다. 그리고 이해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스로 해결해 보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치는 십 대에 대해 나온다. 그중 걱정이 많은 불안한 십 대의 사례로, 따돌림 피해를 보았던 걱정이 많은 중3 민아와 시험을 걱정하는 은영이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저자는 걱정이 많은 것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인류의 뇌의 진화 과정을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걱정으로부터 나를 떼어 놓는 방법으로 세라 나이트의 '걱정 떼어 놓기 방법'도 적용하여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면 걱정 많던 시절을 예로 들려주어 위로와 동시에 극복했던 방법도 알려주어 적극적인 해결의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는 청소년기에 주로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주고, 이에 대한 어른다운 위로와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따뜻한 전문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청소년기를 지나며 점점 부모와 멀어져 가는 자녀들이나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문제에, 이해보다는 나무라고 비난하기만 하는 차가운 시선보다 따뜻하고 진심 어린 어른, 품어주는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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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고 이야기 - 공교육의 비밀 병기
임혜림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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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SKY 입학을 꿈꾸며 고등학교는 특목, 자사고 진학부터 고민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학업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을 아직 치룬 적이 없고, 부모 세대보다는 많이 똘똘해진 아이들을 보며 꿈을 꾸게 되는 게 아닐까? 나 또한 특목고, 국제고 등등의 정보부터 찾아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전국에 있는 특목, 자사고에 대해서는 알아도 내가 사는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의 특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무래도 공립 학교, 공립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특목, 자사고보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 같다.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은, 교사들은 순환 배정이니 학교나 학생에는 크게 애정이나 관심이 떨어지는….


나 또한 공립 학교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매년 서울대 입학자를 15명 안팎으로 내는 시골 공립 고등학교가 있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바로 한민고등학교이다. 첫 졸업자를 2017년 배출한 후 매년 일반고 중에서 특목, 자사고에 버금가는 입시 실적을 내는 학교이다. 또한 학원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환경으로 공교육의 힘만으로 이뤄냈다는 점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조적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 해서 학교의 위치를 찾아보니, 경기도 파주, 주변에 아~~~무 시설도 없는 산골 중의 산골이었다.

정말 이곳으로 경기도의 우수한 아이들이 면접시험까지 보고 들어온다고 하니…. 과연 어떤 장점이 있는 곳일까?


우선 한민고를 간략히 소개하면, 2014년에 군인 자녀 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고등학교이며, 정원의 70%를 군인 자녀, 30% 경기도 거주 학생을 선발한다. 특이한 점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거다.

그리고 최근에는 비평준화된 경기도 일반고에서 서울대 등을 포함한 주요 상위 대학의 진학률이 높아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공교육 비밀 병기 <한민고 이야기>라는 책에는 이러한 한민고의 교육과정과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솔직히 책을 받아 들고 며칠은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하였다. 마치 교육부 자료처럼 정형화된 디자인과 글씨체, 빡빡한 내용으로 처음부터 빠져들어 읽기 힘들었다. 교육과정 연수 자료를 보는 듯한 많은 양의 정보가 담겨 있어 더욱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고, 장마다 실은 학생들의 수기를 읽어가며 조금씩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메모를 할 만큼 소중한 대입 관련 정보와 원칙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민고의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자기 주도와 탐구력을 기르는 학교 교육과정,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사람들이었다. 그중 개인적으로 꼽은 특징이나 장점 위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선택한 내용 외에도 책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부단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골라 정리해 본다.


한민고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일단 학교가 구조적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며, 월 1회 귀가가 허용되는 구조이기에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 사용도 학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규칙적인 생활과 자기 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학교와 조금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1학년 때에는 공통 교육과정, 2학년 때에는 진로 선택 교육과정, 3학년 때는 심화 과목 선택 운영을 한다. 이 중 선택 교과에서 이 학교만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수학과 과학에서 보면 보통 3학년까지 운영하는 과정을 1, 2학년에 거쳐 운영한 뒤 3학년부터는 관련 고급 교과를 수강하는 것이다.


고급 교과 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나 진로를 정할 때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 같다. 실제 학생 수기를 보면, 의예과에 진학한 학생이 고3 때 심층 교과로 배운 과정을 다시 대학에 와서 접하게 되었다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과제 연구 수업이나 학술제 등 장기적인 탐구 프로젝트들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관심을 가는 분야를 1년 가까이 시간을 쏟아가며 연구해 보는 것이 고등학교 때 가능하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이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는 학생들의 수기를 보면서 살아있는 교육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에 그 에너지를 연구 주제를 탐구하면서 보내는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에 찌들어 있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연구 주제에 푹 빠져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좌절, 희열을 느끼며 성장하게 될까? 아주 부러웠던 고등 시절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학생들 전원이 시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니 학교에서는 더욱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학술 대회뿐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 부서 운영과 자율 동아리 활동, 15개의 악기 강좌와 오케스트라 운영, 해외 유수 대학과 연계한 국제반 운영, AI 반 운영, 주말의 다양한 종교 프로그램, JROTC반(Junior ROTC) 운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초청 강연, 학생 주도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 도서관 행사인 불광불독의 날 등등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특목고, 자사고도 아닌, 더군다나 든든한 재정의 사립고도 아닌 일반 공립 고등학교에서 이 모든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바로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게 한 사람들에게 주목해 보았다.

한민고에는 우선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 스스로가 시작하고, 관리하고, 진행한다. 아침에 일어나 시작하는 아침 운동 참여부터 방과 후 활동, 동아리 부서 구성, 연구 주제 선정 등등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여 하는 것이다. 말로만 자기 주도가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3년간 붙어 다니는 친구들은 경쟁자가 아닌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다. 졸업생들의 수기를 보면 다른 학교와 달리 친구들끼리 졸업 후에도 고민을 함께 나누고 연락하며 지내는 등 인생에 있어 '내 편을 얻었다', '함께 나아가는 공생 관계'라고 표현할 정도다. 서로 고등학교 3년을 동고동락하며 진정한 우정과 건전한 경쟁을 하는 바람직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교육은 물론 때론 인생과 진로의 멘토 역할을 병행하는 든든한 조력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고교학점제의 선도학교로 다양한 주문형 강좌를 마련하려는 관리자와 교사들의 노력과 개설이 어려운 전문 분야의 과정도 다양한 방법으로 수강하게끔 고민하는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원해 주려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고민하는 연구 주제나 신변 상담 등을 일과 시작 전에 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 강사를 인맥 등을 총동원해 섭외하려는 등의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열의가 느껴져 감동스럽기도 했다.


친구들끼리 서로 윈윈하며, 선후배 간에, 앞뒤에서 끌어주며 도와주고, 선생님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니 한민고 사람들 간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외부와 차단한 뒤, 우수한 학생들만 골라 선별하여 교육하면 이런 이상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서도 자발적으로 학교로 찾아와서 후배들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 졸업생들을 보며 학교에 대한 ‘애정’, ‘신뢰’, 나아가 ‘한민고 사람’이라는 ‘정체성’, ‘프라이드’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 학부모, 교사들이 서로 신뢰하며, 스스로 그러나 함께 성장하려는 한 마음이기에 가능한 거 같다. 결국 교육이란 훌륭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사람인 것 같다.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함께 한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다. 개인이 한민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10주년이지만 앞으로의 한민고 20주년, 30주년이 더욱 기대된다. 그래서 내가 한민고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사람이다.” 225쪽 학생의 수기 중


특히 요즘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힘들어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데, 이렇게 한마음으로 사회에 공헌하려는 인재를 길러내는 한민고의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공교육에 대해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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