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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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으로 진품 유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했던 전시회에서는 천마 그림의 말다래, 금제 대관을 비롯한 각종 장신구, 무기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익히 봐서 알고 있던 사슴뿔 모양의 금관이 단연코 인기였다.


그 당시 신라는 황금 세공 기술로 서역에까지 알려져서 활발한 교류를 하였다가 정도의 얕은 지식으로 유물을 접하고서 뇌리에서 사라질 무렵, 

강인욱 교수의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속에서 천마 말다래와 금관에 관한 줄줄이 꼬리를 무는 다양한 숨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아. 그냥 스치듯 지날 수 있던 유물 뒤에 숨어있는 깊고도 넓은 반만년의 한국사가 들어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신라금관 사연을 잠깐 찾아보자.

"사슴뿔 금관, 하늘과 땅을 잇다

1921년 발굴된 신라 금관총 금관은 사슴뿔과 나뭇가지를 모티브로 하고, 곡옥을 단 화려하고 독특한 형대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사슴뿔과 나무를 형상화한 금관은 흑해 연안,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나아가서는 서쪽으로 북유럽, 동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유적에서도 비슷한 모티브의 관들이 발견되었다. 북반구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사슴뿔 모양의 관은 하늘의 대리인인 샤먼의 의식에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슴뿔은 매년 자라므로 무한한 생명력을 뜻한다. 또한, 하늘로 뻗어나가는 아름드리나무는 마치 하늘로 이어지는 통로를 연상하게 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상징이었던 사슴뿔과 나무가 관 장식에 쓰인 이유다. 208쪽"


신라 금관을 여러 번 봤지만, 부끄럽게도 나뭇가지와 사슴뿔의 형상이라는 정보는 접한 적도, 궁금해한 적도 없는 거 같다. 아마도 "왜 이런 모양일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아서일 테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유물을 접할 때마다 내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잘 귀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함께 찾아보고 배워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질문은 참 소중한 거 같다.


책에는 천마 말다래에 관해서도 나온다.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상징

자작나무는 한반도 남쪽 신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로 주로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서만 자라는 대표적인 북방계 수종이다. ...중략... 천마총의 말다래도 자작나무 껍질을 복잡하게 가공해서 만들었는데, 그 위에 복잡한 그림을 그릴 정도로 신라에서는 자작나무 공예술이 발달했다. 이는 당시 신라가 북방 지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자작나무를 공급받는 무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음을 가리킨다. -210쪽"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천마 말다래에서 뻗어나간 고고학자의 해석에 감탄했다.


단지 그림에만 몰두했던 짧은 시각을 유물의 재질에까지 닿게 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숨은 정보까지도 알려주니 고고학이 고루하고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라 여겼던 기존 시선이 바뀌게 된다.


이토록 재미있고, 소파에 뒹굴뒹굴하면서도 쏙쏙 잘 이해가 되도록 쉬운 문체로 쓰인 고고학책이라면 더 읽고 싶어질 정도다.

책은 음식, 놀이, 명품, 영원이라는 소주제로 나뉘어서 서른두 개의 유물 이야기로 짜여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 유물의 시대에만 멈춰져 있지 않고 지금까지 연결되어 온 우리들의 이야기도 발견하게 되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유물에 담긴 이야기도 길지 않아 짧게 끊어 읽기에도 좋았다.


그리고 좋았던 것을 하나만 더 꼽아보자면 저자의 여유로운 시각이었다.

우리나라의 유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문화로 향한 고고학자의 시선에서 편협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이를테면, 물론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김치 원조 논란이나 우리나라 인삼이 왜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학자의 시각이 참 여유롭고, 품위가 느껴졌다. 이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관한 정확한 연구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탑재되었기에 가능한 거 같다.

꼭 역사나 유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고고학 책이 나와서 정말 반갑다! 많은 학생과 어른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의 서평단원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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