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시골생활 1 : 나의 고향 짱뚱이의 시골생활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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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 딸 딸 딸 딸 딸이 네 명인 딸 부잣집에 머슴아 같은 작달막한 여자아이.

개펄에서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다니는 짱뚱어를 닮아 이름 지어진 '짱뚱이'.

짱뚱이는 1990년대 후반에 세상에 나왔으니 그때 이미 성인이었던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리에디션으로 나와 만나게 된 만화책 <짱뚱이의 시골 생활>.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에 대한 호기심 반, 초등학생 아들에게 점점 잊혀가는 우리나라 풍습이나 시골의 모습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반으로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흑백의 올드한 톤의 이 책은 아들이 먼저 읽게 되었다. 표지의 짱뚱이의 뭔가 심통 맞고 익살스러운 표정에 끌려서인지, 뭐 이렇게 생겼나 하는 호기심이었는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급기야는 그날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들춰볼 정도로 짱뚱이의 매력에 빠져들어 있었다. 키득거리며 계속 읽던 아들이 또 없어요? 하고 다음 책을 찾았다.



과연 이 책에 나온 정서를 이해할지 싶었는데 나의 기우였다.

시간과 세대를 넘나드는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일까?

뒤늦게 아들에게 넘겨받아 읽어보니 피식 웃음도 나오고 어딘가 심술 맞은 짱뚱이가 오늘은 또 뭔 일을 벌이려나 궁금하고, 어떤 장면은 콧등이 찡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다지도 나의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옛 추억을 이렇게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는지….

짱뚱이가 궁금하여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짱뚱이 시리즈 글 작가가 주인공 짱뚱이라는 것과 그림을 그린, 지금은 작고한 신영식 작가와 환경운동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작가의 아버지가 첫 교직 발령지로 지리산 자락에서 근무하였다고 한다.

그때 유년 시절을 보내며 겪었던 추억을 담아낸 책이라 더욱 실감 났다.

무엇보다 소소하게 어린 시절에 하던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아카시아 파마부터 시끌벅적하게 가족들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했던 가을 운동회, 소풍 등등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특히 짱뚱이가 면 소재지에서 하는 영화를 보러 부모님 몰래 도망쳐 나와 긴 하루를 보낸 장면에서는, 어릴 적 친구들과 옆 동네로 놀이 원정을 떠났을 때가 떠올랐다.

줄곧 살아왔던 동네에서 벗어나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옆 동네로 친구들과 원정 놀이를 떠났을 때 저녁 늦게까지 나를 찾으러 다니시던 부모님과 함께 놀러 갔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고생 끝에 아버지의 자전거에 앉아 잠든 짱뚱이의 모습에서 작년에 돌아가신 다정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라 그 장면을 길게 바라보기도 했다. 꼭 한 번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를 방문해 보고 싶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시골 풍경, 다양한 세시 풍속, 계절의 변화와 생활 모습, 아이들의 놀이에 흠뻑 빠져 읽다 보니 어느새 2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읽고 나니 모두가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아마도 책을 읽게 된다면, 요즘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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