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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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확실한 내 생각이나 방향성 있는 관점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는 나침반이 필요했고, 갈림길을 지나와서도 미궁에 빠진 듯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앞을 휙휙 지나쳐가는 삶의 국면들에 사로잡혀 버리는 내 모습에서 삶 전체를 조감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정리된 생각 방식을 찾고 싶었다.


이를 찾기 위해 읽기 쉬운 책부터 읽어보았지만, 이 또한 기본적인 철학적 지식을 가지도 있어야 가능했다. 삶에 철학을 적용한 에세이 책을 찾던 중 제목부터 끌리는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도 흥미롭지만, 저자 기욤 마프랭 또한 현재 프로 사이클 선수이다. 저자가 사이클과 철학에 심취하여 양립하기 어려운 양 분야의 전문가라 더욱 끌렸다.


전에 어느 신문 칼럼에서 글을 참 잘 쓰는 축구선수(아마 일본의 정대세 선수였던 거 같다)를 알게 되어 그 뒤로 그 선수를 눈여겨본 적이 있을 만큼 운동선수이면서 인문학적 면모를 갖춘 사람들은 아무래도 별종처럼 보이는 거 같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운동선수도 이해했으니, 본인이 이해한 걸 쉽게 풀어썼으리라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설명을 기대한 나의 얄팍한 계산도 한몫했다.


-목차-


그런 나의 기대는 <1부 투르를 향하여> 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ㅠㅠ

철학자의 이름이나 사상도 어려운데, 사이클 대회의 준비 과정 및 낯선 스포츠 용어와 선수들의 이름까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상의 사이클 대회에 나온 철학자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유쾌하고 코믹한 철학책을 기대했던 나는 읽다가 집중이 잘 안되었다고 고백한다.


<2부 경기>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야 하나 고민하는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읽어나갔다. 철학에 대해 잘 모르니 이 벨로조프(사이클을 타는 철학자)들이 난관을 극복할 때 어떤 말이나 행동하는지 그 상황을 상상하며 읽었다.

그랬더니 나름 웃긴 부분도 있고, 밑줄 그을 말들이나 태도도 보였다.

아마도 '철학'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부담감을 1부에서는 내려놓지 못하고, '이해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다. 그냥 그들이 하는 말에 코웃음도 쳤다가, '아,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는 이런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며 읽어나가면 좀 더 재미있었을 거 같다.


이 책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현대 사르트르까지 시대별 유명 철학자들이 나오고,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처럼 철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도 나와서 투르에 참가한다.

책을 읽으며, 경기 준비부터 스테이지21까지의 각 유명인들의 말과 태도를 가볍게 읽어나간다면 어렵던 철학도 조금은 가볍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책 속으로>

인상적이었던 몇몇 대목을 적어 보자면

니체를 사랑하는 스포츠맨으로서의 작가의 사심 가득한 이야기이다.


"운동선수로서 나는 이 근대 스포츠 깃발에 새겨진 정신 속에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월등한 실력의 프로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 잘 그리고 멋지게 승리하는 것이다. 화합의 힘이 강조되려면 우선은 개인의 야망이 실현되어야 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이 야망이 실현된다고 믿는 것도 착각이다. 챔피언이 되려면 연구와 작업이 요구된다. 하나의 직업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대 스포츠는 위선을 띠고 있다. 광고라는 병풍으로 스포츠가 정말 겪고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사력을 다하는 어떤 동물성을 띠고 있다. 땀조차 흘리지 않으면서 다만 '유 캔 두 잇'같은 광고 문구만 읊어댄다고 되지 않는다.

나는 니체 철학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올림픽 이데올로기보다 스포츠의 실질적 체험을 더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사이클 선수인 나는 오늘날 유행하는 이타주의보다 니체가 인정한 개인주의에 훨씬 공감한다. 경쟁과 이타주의는 하나로 결집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립된다. 왜 스포츠가 적과 죽을힘을 다해 맞붙어 싸우는 전투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는가? 그렇게 고백하는 것이 부끄러운가? 우리의 동물적 충동을 감추기보다 경쟁이라는 제도화된 틀 안에서 승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100쪽

위기의 독일팀을 설득하는 감독 아인슈타인의 설명이다.

"시간과 공간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 아니 단 하나의 것이라 봐야 합니다. 전 우주에 펼쳐진 큰 천 같은 것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말하는 중력은 터진 구멍, 그러니까 그 어마어마한 천 속에 난 함몰 부분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지구 위에 있는 사이클 선수입니다. 당신은 이 지구 구멍 한 가운데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그 구멍 속으로, 그 바닥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하지만 당신이 뭔가를 한다면! 페달을 밟으면 돼요. 할 수 있다면 페달링을 더 빨리, 더 세게, 더 높이! 왜냐하면 속도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공간이 그만큼 수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러니까 자전거는 간단해요. 거리가 줄도록 가속을 하면 됩니다. 이번엔 이해됐나요? 페달에 온몸을 의지하면 구릉의 길이가 좀 짧게 느껴질 겁니다!" -85쪽


아인슈타인은 속도가 증가할수록 공간이 수축된다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가속할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축지법이 가능하다! 단,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면….


그리스 팀을 이끌던 소크라테스에게 항상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화가 난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거센 비난을 해오자 오히려 기뻐하며 코앞에 경기를 두고 홀연 자취를 감추는 장면이다.


"사실 난 이 순간을 정말 기다려왔소. 그대들이 나로부터 벗어나는 이 순간을 말이오. 중략. 내가 절대 분명하게 자르지 않고, 그저 질문을 하는 정도에 만족한 것은 그대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자유롭게 놔두고 싶어서였소. 내 생각엔 그 순간이 이제 온 것 같소. 그대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페달링을 할 때가 온 거요. 자, 따라서 이제 난 엄숙히 선언하오. 벨로조피아의 삶에서 나는 이제 완전히 물러나겠소. "-130쪽

"...진실을 말하노니, 철학을 한다는 것은 해석을 하는 것일세.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게. 그런 게 철학이 아닐세. 세계를 변화시키려고도 하지 말게. 철학은 그런 게 아닐세. 철학은 그저 문제 속으로 각자 들어가는 거제. 자기 견해를 내기 위해서 말이지. 물론 일반적인 철학 이론들은 중요하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이론들을 스스로 실험하는 것일세. 철학은 직접 체험되는 것이네."-132쪽

오호~~철학은 이론들을 아는 것보다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 감독의 말이 와닿는다~~


다음은 수도원 생활까지 한 파스칼이 니체와 만나는 장면이다.

니체로부터 신은 없다는 엄청난 소식을 접하고 잠시 허무에 빠져 고뇌는 파스칼. 공허감과 무의미에 대항하기 위한 파스칼의 선택은 과연….

'(니체로부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는 잠시 의기소침하게 자전거 옆에 앉아 있다가 길을 찾으며 어떤 부름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신은 정말 죽었나 보다.

-중략- 이어 파스칼은 아까의 그 이상한 현현, 그러니까 니체가 그에게 했던 말을 다시 생각했다. 다음 투르 드 프랑스를 위해 훈련 중이라고 했다. 경쟁은 그의 새로운 절대라고 했다. 파스칼은 사이클 경기는 하찮은 것이며 사소한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중략- 바로 그런 사소함 또는 하찮음을 인정하고 그저 '놀이'로 하면 되었다. 그냥 하니까 하는 것이다. -중략- 신 없는 삶은 비참한 삶이다. 하지만 신은 더 이상 해결책이 돌 수 없다. 신이 사라지면서 공허가 남겨졌다. 그 공허에 흰 베일을 드리울 필요가 나에게는 있다. 그렇다면 투르가 이 베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40~147쪽


이 밖에도 상금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마르크스로 인해 팀원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장면까지….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녹아져 있다.


철학에 대한 무거운 부담감은 버리고, 가볍게 다가가면 더 잘 읽히는 철학 코믹버전의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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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오사카/간사이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오사카/교토/고베/나라/간사이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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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기 전까진 지역 명소와 역사, 문화, 음식부터 해 볼 만한 체험까지 미리 자료를 읽어보거나 점검해야 할 정보가 참 많다. 분야가 제각각 달라 여러 책을 보지만 여행할 때는 눈썹도 짐이라 여행지의 지도와 정보를 축약한 얇은 여행 책자 하나 달랑 들고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여행지에 가보면, 여러 정보가 뒤섞여 미처 가져오지 못한 책이나 정보지에 대한 아쉬움도 느꼈을 것이다.

 

요즘 일본 여행을 고민하다가 지도와 특별한 테마로 여행책을 잘 만드는 에이든에서 일본 오사카 간사이 여행 지도가 나왔다고 하여 솔깃했다.

 

지도책이라 예전 가이드북 형태의 두꺼운 책을 떠올렸는데, 예쁜 분홍 박스가 도착했다. 박스의 전면에는 오사카성이 보이는 오사카의 한적한 골목이, 후면에는 저녁 무렵의 도톤보리가 그려져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받은 양 설레며 상자를 열어보고 감탄했다~~~

오사카와 간사이 지도 각각 1, 오사카/ 간사이 여행 지도책이 1, 아날로그 감성이 뿜어져 나오는 트레블 노트가 들어있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종이 재질이 특이했다. 끝을 살짝 접어보니 구김이 심하게 가지 않는다. 살짝 찢어도 봤지만 찢어지지 않고 살짝 늘어난다. ! 또 한 번 감탄한 순간이다. 지도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찢어지는 재질도 아니고, 물에 젖는 재질도 아닌 고급 수입지인 방수 종이로 된 지도라고 한다.

 

나와 한 몸이 되어 여행지를 누비다 보면 2~3일도 못 가 지도가 너덜너덜해지고, 접힌 부분은 해져서 찢어지거나 인쇄된 부분이 닳아 안보이기 마련인데, 이런 재질이라면 여행 끝까지 말짱할 거 같다. 역시 여행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꼭 필요한 부분을 잘 챙겼다!! 역시 여행에 최적화된 에이든 지도다!

 

지도를 살펴보면 여행명소부터 교통정보, 음식점, 숙소, 시장을 비롯한 쇼핑명소까지 모두 한눈에 보이도록 해놓았다. 음식점은 소바, 어묵, 초밥 등등 전문 식당에 대한 안내까지 담았다. 그뿐 아니다. 도시 간 이동 방법과 그 지역에 머무를 때 유용한 패스부터 구매 방법, 도시별 여행 팁까지 담았다. 이 모든 게 이 지도 한 장에 나오다니!!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 오랜 기간 여행을 준비하며 본 여러 가지 책에 나온 정보를 따로 지도에 적어놓아 보기 좋게 꾸며놓고 여행 준비를 마친 이의 든든한 준비물 같다. 꾸며놔 보는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이 정도 정보라면-이미 관련 책이나 정보를 접했다는 전제하에-이 지도 한 장이면 여행을 알차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따로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검색이 필요 없을 거 같다.

 

지도와 별도로 구역별로 페이지로 나눠 소책자로도 나타냈다. 지도에 있는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 여러 사람이 여행하면서 같은 내용의 지도와 책을 나눠 보면 유용하게 쓰일 거 같다.


트래블 노트에는 지역별로 가보거나 체험할 만한 내용의 체크리스트가 프리뷰로 나와 있다. 그리고 지역마다 트래블 플랜과 빈 지도가 나온다. 트래블 플랜에는 꼭 해봐야 할 것들을 적도로 해놨고, 그 옆의 빈 지도에는 내가 가본 곳에 플래그 스티커를 붙이도록 해놨다. 노트를 꾸미면서 은근히 성취감과 뿌듯함도 느낄 거 같다.

 

여행에 대해 좀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이 지도 한 장과 함께 낯선 장소에 떨어져도 여행을 잘할 것만 같은 든든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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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엄마들에게 - 엄마는 잘 모르는 사춘기 아들의 몸 마음 변화와 학교생활, 공부까지
이진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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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게 사춘기를 보냈던 터라 부모의 겪어온 시절도 닮을까 걱정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나와 성별이 다른 아들이니. 폭풍전야처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다. 물론 나의 마음 준비겠지만 아들의 사춘기가 두렵기에.

21년 차 초등 교사이면서 사춘기 아들 형제를 키우는 '아들 육아 전문가'인 이진혁 작가는 <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엄마들에게>라는 책을 고맙게도 딱 맞춰 만들었다! 아들이 사춘기라고 하니 나보다 한 보 살짝 먼저 나가고 있어 아들 키우는 나에게 이런 귀한 책을 읽게 해주어 정말 다행이라 여기며 책을 쭉 훑어보았다.


우선 저자의 이력이 다채롭다. 사춘기 아들의 아빠이자 교사로서, 그간 <아들을 잘 키운다는 것>, <초등 아들 첫 습관의 힘>, <초등 집 공부의 힘>을 썼고, 부모 및 교사 대상 강연과 연수도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맡은 업무도 그렇게 힘들다는 요즘 고학년 학생 담당과 학교 폭력 업무를 수년간 해왔다. 직접 '아들의 사춘기'라는 비를 몸소 맞고, 다양한 사춘기의 양상을 보일 학생들과 학교 폭력 관련 사안이라는 소나기도 맞아가며 쓴 책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책은 마지막 3장의 내용이 60% 이상 차지한다.


1장에서는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겪는 일반적인 모습을 이야기한다.

청춘의 꽃인 여드름 관리부터 리모델링할 수밖에 없는 아들의 뇌 공사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이 시기 아들의 뇌는 수초화가 한창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때 아들의 뇌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충동을 조절하고 계획을 세우는 전두엽과 다른 뇌 부위가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의 거의 차단에 가까운 느슨함으로 인해 아들은 계획성과 준비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충동조절이 안되니 짜증도 심해지고, 감정 기복도 심해 실랑이를 겪게 되는 일이 잦을 것이라고 한다. 안타깝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겠다. 아들의 변화와 함께 부모가 알아두면 좋을 훈육 방침이나 정보를 <한 걸음 더>코너를 두어 설명해 주니 큰 도움이 된다. 숙지해서 아들과의 실랑이와 '간 보기'에 대한 현명한 원칙 세우기, 사춘기 때 수치심을 주지 않는 혼내기와 잔소리하기 등을 배워두어야겠다.

2장에서는 사춘기를 관통하는 아들에 대하는 부모의 큰 원칙이 담겨있다. 사춘기 아들과 지내다 보면, 부모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종종 앞설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원칙은 우리를 다시 '이성의 친구'로 만들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머릿속에 잘 정리된 원칙은 의식적으로 그 상황을 대처하도록 돕는다고 하니, 이 책에서 들고 있는 5가지 원칙을 잘 새겨두어야겠다. 아... 벌써 득도할 거 같은 느낌은 왜인지...

원칙 1. 아들만의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지켜준다.(화장실에 오래 머무는 건 정상적인 모습입니다~~다만, 한 번씩 화장실 선반 깊숙한 곳이나 환풍기 구멍, 화장실 천장 등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있나 수색하는 건 잊지 마세요. ^^;;)

원칙 2. 부모 자신을 먼저 돌보고 나서 아들을 상대한다.(아들 외에도 우리 멘탈을 흔드는 게 많죠? 대출금.... 다른 가족원들의 문제... 이웃집 또는 직장 멤버들 간의 갈등... 등등 우리가 먼저 흔들리지 맙시다!)

원칙 3. 부모가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새기고 또 새길 대목이 많아요!!!)

원칙 4. 아들의 경계를 존중한다. (아들과 부모 사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나와 타인 사이 등등 선 넘지 맙시다!!)

원칙 5.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행한다.(아빠, 엄마의 역할이 다르고, 한부모 가정의 경우도 고려해 보자!)

3장부터 본격적으로 5파트로 나눠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무래도 사춘기라는 특수한 발달 단계와 더불어 학업의 문제, 게임과 스마트폰 등의 전례 없는 디지털 기기의 노출, 더욱더 민감해지는 이성 문제, 학교 폭력 문제 등이 발생하기에 그럴 것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 경고등이 여러 번 울렸다. 물론 나의 생각과 양육방식에 대한 경고음이었다. 순서대로 쭉 읽어나갔지만, 재독할 때는 반 보 앞서서 요즘 문제가 발생할 만한 사안에 대비하여 중간중간 찾아가며 읽은 데에 큰 조언을 받을 거 같다. 안 그래도 요즘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초3학년인 아들과 약간의 실랑이를 하였는데, 262~264쪽에 나와있는 스마트폰 사용 원칙을 읽으니 내 머릿속이 정리되는 거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 앞서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이제라도 접하게 되어 감사하다. 스마트폰 사용 동의서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를 미리 나눠봐야겠다.



나름 훈육 원칙이 내 머릿속에 있다고 여겼었는데, 막상 그 문제 상황에 닥쳤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매뉴얼이 없던 내게 부지런한 육아 선배가 시행착오 끝에 필요한 매뉴얼만 정리해서 딱 안겨준 느낌이다. 

이러니 막연하지만 표현 못 했던 내 생각도 간결히 정리되고, 아이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부모와 쪼금은 가까워진 거 같다. 사춘기 아들에 대해 상황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고민하게 해주고, 원칙도 정리해 주니 두고두고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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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말 역사 용어 150 - 다지쌤이 콕 집은 초등 사회/중등 역사 필수 용어 뭔말 용어 200
이다지 지음, 김용길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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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해서는 재밌게 읽거나 듣다가도 비슷한 업적이나 분위기의 인물이나 사건, 제도 등 역사 용어가 나오면 일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여러 정보가 엉켜 헷갈리기 시작한다.

꽤 길게 역사를 접하거나 공부한 어른인 나도 이런데, 5학년 역사를 공부하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역사 용어가 생소한 건 당연할 거 같다.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다지 강사는, 이화여대 사학과 수석 졸업생이자 현재 인기 최고의 인기 역사 강사답게 초등학생 및 중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만들었다.


저자는 역사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양이 많고, 외울 게 많다'라고 생각할 거라고 한다. 이렇게 역사 과목이 외울 게 많다 보니 무엇을 정확하게 외우고 이해해야 하는지조차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 말한다.

과연, 입시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는 강사답게 학생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역사는 중요한 핵심 용어들만 잘 정리해 두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이를 착안하여 서로 관련 있는 사건이나 인물, 제도 등을 함께 묶어 그 용어의 배경과 전개 과정, 영향까지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뭔말 역사 용어 150'을 펴냈다.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핵심 용어들만 뽑아 정리한 책이라 역사 공부를 할 때 이 한 권으로 정리가 된다.

저자는 역사 용어로 150개를 선정하였다. 한국사 102개, 세계사 48개이다.

소개한 역사 용어를 살펴보니, 정말 헷갈리지만 이것들만 꼭 붙들고 외우면 역사에 어느 정도 눈이 뜨일 성싶을 만큼 전문적이면서 꼭 필요한 용어들이다!

<역사 용어>


그럼 이 책으로 어떻게 공부할까?

이 책을 공부하는 방법은 팁으로도 소개하고 있다.

먼저 퀴즈를 풀며 흥미를 유발한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와 만화가 재미있어 아이와 함께 읽으며 퀴즈를 풀어보았다. 퀴즈는 나조차도 헷갈리는 게 꽤 있었다. 하지만 역사 공부를 처음 하는 경우라도, 퀴즈에 그림이나 대화, 그리고 아예 '단서'라는 정보가 나오니 너무 겁먹지 말고, 부모님도 자녀와 같이 풀어봐도 좋을 거 같다. 퀴즈마다 난이도도 표시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준 있는 문제는 난이도를 보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이렇게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니 답을 빨리 알고 싶다! 바로 다음 장 2쪽에 거쳐 헷갈리는 용어를 짝으로 비교하였다.

비교하면서 본격 학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초중등에서 꼭 알아야 할 역사 용어 150개를 순차적이면서 비슷하고, 헷갈리는 것을 선별하여 짝으로 묶었기에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용어에 대해 풀어놓은 내용을 읽어보면 쉬운 말로 풀어났기에 초등학생이 읽어도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용어 바로 아래의 한 줄 요약과 용어 옆이나 설명 하단에는 한자 풀이도 나와있어 신경 써서 만든 책이라 여겨진다.

무엇보다 용어 설명의 하단부에 나오는 한 판 그림을 칭찬하고 싶다! 개념이면 개념 풀이답게, 시기나 인물 설명이면 시간이나 인물 특징답게 잘 그려놨고, 참 재미있다! 그림에 더해 사진자료도 적절하게 잘 제시했는데,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 배치나 구성이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보기에도 편안하고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



용어를 공부했다면 다음 장에 정답 공개와 함께 다시 한번 핵심 정리를 하도록 한다. 그림을 곁들인 해설과 깔끔한 표 정리가 한눈에 들어와 내 머릿속에 이렇게 딱 새겨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표 바로 아래에는 이다지 강사의 부캐 다지쌤의 깨알 팁도 나온다. 원래 작게 쓰인 내용이 더 재미있는 건 나만 해당되는 걸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한국사 용어나 세계사 용어 공부가 끝나면 종합 테스트도 하면서 내 실력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을 받아들고 재미있게 잘 읽히는 역사책을 만나 읽는 내내 즐거웠다. 용어 공부 책이라 재미없을 거 같다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술술~~재미있게 잘 읽힌다. 몇 번 반복해서 읽으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익힐 수도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지나친 자신감일까?



이 책을 통해 메가스터디 뭔말 용어 학습 시리즈를 처음 접했는데, 역사 용어를 재미있게 읽어 다른 영역인 과학 용어와 국어 용어도 이렇게 재밌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역사에 있어 탑을 찍는 수석 강사의 비법 노트를 얻었다는 든든함 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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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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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시다. 고3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잔잔한 영어 수업으로 책상과 자주 인사하게 만들었지만, 야간 자율학습 시절 공부가 뒷전인 학생들을 한 번씩 복도 계단으로 불러 공부할 마음이 들도록 인상적인 말씀을 조근조근 해주시던 김희경 선생님.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고3 시절의 선생님이 떠올라 그리움과 동시에 치열하지 않았던, 항상 70% 정도의 열의로 대강대강 헤쳐나갔던 나의 고3 시절에 대한 반성도 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라면, 어느 때보다 들뜨고 끓어오르는 시기인 12~18세의 나이에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혈기 왕성한 이 시기에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공부를 해야 하니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 익힌 지식만큼은 중년의 되어서도 잘 떠나지 않고 몸에 배긴 듯 항상 새겨있다. 배움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긴 한다 보다.

이 책은 공부를 하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혹여 공부에 매진하다가도 지쳐버린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에세이다.

2015년에 출간되어 벌써 50만 부가 팔렸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부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지 알 만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50만 부 기념 에디션으로, 중간중간 훈남 고등학생의 삽화와 작가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야기인 듯한 Beyond Story가 곁들여지고, 마지막으로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힐링 포토카드까지 부록으로 담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지는데, '한 번은 힘주어 해주고 싶은 이야기', '마음을 다지는 순간, 공부는 재미있어진다', '마음을 키우는 순간, 공부는 재미있어진다'가 그것이다. 파트 1에서는 주로 작가가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던 15세 철부지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변에 논밭만 있는 시골 중에서도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저자는 어느 날 머리를 얻어맞은 듯 잉여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학창 시절을 깨닫게 됩니다. 깨달음 후 서점으로 달려가 5, 6학년 문제집부터 학기별로 사다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초 자체가 없던 영어, 수학을 풀이하면서 최악의 현 수준과 맞닥뜨리며 비참함도 느끼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결심이 말라버리기 전에 도전한다. 그러면서 마음만 바꾸었을 뿐인데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지는 자신도 발견한다.

"공부, 뛰어들기까지가 어렵지 막상 또 해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추운 겨울날 30층 높이 빌딩에서 철골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손톱 닳아져라 밭 매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책상 앞에 앉아 고작 종잇장 만지작거리면서 연필 끄적거리는 게 전부잖아요. <중략>

막연한 마음으로 무작정 버티기만 할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참는 시기가 조금 지나니까 또 재미있어 좋아할 만한 구석이 금세 찾아지더라고요. 그건 점점 '달라지는 나'였어요. 순간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잘 써보려고 고민하는 나,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나, 좋아지고 있다고 확신이 마음속에서 자리 잡은 나...-65,67쪽"

파트 2는 경쟁의 대상을 어제 보다 더 나은 '나'로 잡고, 넘어서야 할 목표로 점수가 아닌 내 '마음'에 두고 마음을 다지도록 잔잔하지만, 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도깨비방망이나 요술램프는 현실에 없고, 공부를 잘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재미가 없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부는 고달프고, 어느 정도까지 참아내야 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어찌 공부뿐이랴? 작가는 그토록 즐거운 게임조차도 재미없는 단계를 참고 견뎌야 재미있는 단계로 접어드는데, 알량한 노력으로는 공부가 재미있어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볼 때 어려움을 견뎌내면 두 번째로 볼 때는 훨씬 편해진다. 같은 것을 세 번째, 네 번째 볼 때는 더욱 수월해진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이후로는 이제 공부가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공부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벅찬 감동도 소개한다.

"제가 공부하면서 경험해 본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서울대 법대 합격자 발표 때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공부 잘된 날 하루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가방을 싸던 순간이었습니다. 묵직한 확신에 휩싸여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이었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에 들려고 이부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다 합쳐봐야 100번이 좀 못 됐을 겁니다. 그렇대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날들이 제가 살면서 경험해 본 모든 순간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요. -147쪽 "

아, 인생을 살며 이런 뿌듯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반짝이게 하고, 힘든 순간에 일으켜 세워주며,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여지겠구나!

공부를 함으로써, 더 나은 학교, 기회, 직장도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도 있겠지만, 공부하며 느낀 벅찬 감동의 순간들로 나에 대한 긍정, 자신감, 지지가 쌓여가는 거였구나! 이러한 경험 자체가 참으로 귀하고 값지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파트 3에서는 다시 한번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부에 앞서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다른 사람과 말고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며', '나의 최대치'와 '나의 한계'와 싸우도록 한다. 또한 공부가 되도록 구체적인 습관까지 말해준다. 이를테면, 수직으로 꼿꼿이 앉기,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기 등등.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이른바 고수가 된 이들의 예화도 소개한다. 마이클 조든, 판소리 명창 박동진, 초밥 장인 오노 지로, 엑소 카이 등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덮고 나면 단박에 공부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강남 엄마들은 5권씩 사서 손 닿는 곳 곳곳에 두었다던데, 빈말이 아니다.

공부가 하고 싶은 사람, 공부가 하기 싫은 사람, 왜 공부하는지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영양가 풍부한 힐링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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