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50만 부 기념 우리들 에디션)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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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시다. 고3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잔잔한 영어 수업으로 책상과 자주 인사하게 만들었지만, 야간 자율학습 시절 공부가 뒷전인 학생들을 한 번씩 복도 계단으로 불러 공부할 마음이 들도록 인상적인 말씀을 조근조근 해주시던 김희경 선생님.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고3 시절의 선생님이 떠올라 그리움과 동시에 치열하지 않았던, 항상 70% 정도의 열의로 대강대강 헤쳐나갔던 나의 고3 시절에 대한 반성도 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라면, 어느 때보다 들뜨고 끓어오르는 시기인 12~18세의 나이에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혈기 왕성한 이 시기에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공부를 해야 하니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 익힌 지식만큼은 중년의 되어서도 잘 떠나지 않고 몸에 배긴 듯 항상 새겨있다. 배움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긴 한다 보다.

이 책은 공부를 하려고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혹여 공부에 매진하다가도 지쳐버린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에세이다.

2015년에 출간되어 벌써 50만 부가 팔렸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부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지 알 만하다.

이번에 나온 책은 50만 부 기념 에디션으로, 중간중간 훈남 고등학생의 삽화와 작가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야기인 듯한 Beyond Story가 곁들여지고, 마지막으로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힐링 포토카드까지 부록으로 담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지는데, '한 번은 힘주어 해주고 싶은 이야기', '마음을 다지는 순간, 공부는 재미있어진다', '마음을 키우는 순간, 공부는 재미있어진다'가 그것이다. 파트 1에서는 주로 작가가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던 15세 철부지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변에 논밭만 있는 시골 중에서도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저자는 어느 날 머리를 얻어맞은 듯 잉여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학창 시절을 깨닫게 됩니다. 깨달음 후 서점으로 달려가 5, 6학년 문제집부터 학기별로 사다 공부하기 시작한다. 기초 자체가 없던 영어, 수학을 풀이하면서 최악의 현 수준과 맞닥뜨리며 비참함도 느끼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결심이 말라버리기 전에 도전한다. 그러면서 마음만 바꾸었을 뿐인데 공부가 점점 재미있어지는 자신도 발견한다.

"공부, 뛰어들기까지가 어렵지 막상 또 해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추운 겨울날 30층 높이 빌딩에서 철골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손톱 닳아져라 밭 매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책상 앞에 앉아 고작 종잇장 만지작거리면서 연필 끄적거리는 게 전부잖아요. <중략>

막연한 마음으로 무작정 버티기만 할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참는 시기가 조금 지나니까 또 재미있어 좋아할 만한 구석이 금세 찾아지더라고요. 그건 점점 '달라지는 나'였어요. 순간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잘 써보려고 고민하는 나,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나, 좋아지고 있다고 확신이 마음속에서 자리 잡은 나...-65,67쪽"

파트 2는 경쟁의 대상을 어제 보다 더 나은 '나'로 잡고, 넘어서야 할 목표로 점수가 아닌 내 '마음'에 두고 마음을 다지도록 잔잔하지만, 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도깨비방망이나 요술램프는 현실에 없고, 공부를 잘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재미가 없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부는 고달프고, 어느 정도까지 참아내야 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어찌 공부뿐이랴? 작가는 그토록 즐거운 게임조차도 재미없는 단계를 참고 견뎌야 재미있는 단계로 접어드는데, 알량한 노력으로는 공부가 재미있어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볼 때 어려움을 견뎌내면 두 번째로 볼 때는 훨씬 편해진다. 같은 것을 세 번째, 네 번째 볼 때는 더욱 수월해진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이후로는 이제 공부가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공부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벅찬 감동도 소개한다.

"제가 공부하면서 경험해 본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서울대 법대 합격자 발표 때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공부 잘된 날 하루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가방을 싸던 순간이었습니다. 묵직한 확신에 휩싸여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이었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에 들려고 이부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다 합쳐봐야 100번이 좀 못 됐을 겁니다. 그렇대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날들이 제가 살면서 경험해 본 모든 순간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요. -147쪽 "

아, 인생을 살며 이런 뿌듯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반짝이게 하고, 힘든 순간에 일으켜 세워주며,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쌓여지겠구나!

공부를 함으로써, 더 나은 학교, 기회, 직장도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도 있겠지만, 공부하며 느낀 벅찬 감동의 순간들로 나에 대한 긍정, 자신감, 지지가 쌓여가는 거였구나! 이러한 경험 자체가 참으로 귀하고 값지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파트 3에서는 다시 한번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부에 앞서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다른 사람과 말고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며', '나의 최대치'와 '나의 한계'와 싸우도록 한다. 또한 공부가 되도록 구체적인 습관까지 말해준다. 이를테면, 수직으로 꼿꼿이 앉기,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기 등등.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이른바 고수가 된 이들의 예화도 소개한다. 마이클 조든, 판소리 명창 박동진, 초밥 장인 오노 지로, 엑소 카이 등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덮고 나면 단박에 공부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강남 엄마들은 5권씩 사서 손 닿는 곳 곳곳에 두었다던데, 빈말이 아니다.

공부가 하고 싶은 사람, 공부가 하기 싫은 사람, 왜 공부하는지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영양가 풍부한 힐링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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