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고 이야기 - 공교육의 비밀 병기
임혜림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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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SKY 입학을 꿈꾸며 고등학교는 특목, 자사고 진학부터 고민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학업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을 아직 치룬 적이 없고, 부모 세대보다는 많이 똘똘해진 아이들을 보며 꿈을 꾸게 되는 게 아닐까? 나 또한 특목고, 국제고 등등의 정보부터 찾아보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전국에 있는 특목, 자사고에 대해서는 알아도 내가 사는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의 특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무래도 공립 학교, 공립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특목, 자사고보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 같다.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은, 교사들은 순환 배정이니 학교나 학생에는 크게 애정이나 관심이 떨어지는….


나 또한 공립 학교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매년 서울대 입학자를 15명 안팎으로 내는 시골 공립 고등학교가 있다고 해서 궁금해졌다. 바로 한민고등학교이다. 첫 졸업자를 2017년 배출한 후 매년 일반고 중에서 특목, 자사고에 버금가는 입시 실적을 내는 학교이다. 또한 학원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환경으로 공교육의 힘만으로 이뤄냈다는 점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조적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 해서 학교의 위치를 찾아보니, 경기도 파주, 주변에 아~~~무 시설도 없는 산골 중의 산골이었다.

정말 이곳으로 경기도의 우수한 아이들이 면접시험까지 보고 들어온다고 하니…. 과연 어떤 장점이 있는 곳일까?


우선 한민고를 간략히 소개하면, 2014년에 군인 자녀 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고등학교이며, 정원의 70%를 군인 자녀, 30% 경기도 거주 학생을 선발한다. 특이한 점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거다.

그리고 최근에는 비평준화된 경기도 일반고에서 서울대 등을 포함한 주요 상위 대학의 진학률이 높아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공교육 비밀 병기 <한민고 이야기>라는 책에는 이러한 한민고의 교육과정과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솔직히 책을 받아 들고 며칠은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하였다. 마치 교육부 자료처럼 정형화된 디자인과 글씨체, 빡빡한 내용으로 처음부터 빠져들어 읽기 힘들었다. 교육과정 연수 자료를 보는 듯한 많은 양의 정보가 담겨 있어 더욱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고, 장마다 실은 학생들의 수기를 읽어가며 조금씩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메모를 할 만큼 소중한 대입 관련 정보와 원칙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민고의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자기 주도와 탐구력을 기르는 학교 교육과정,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사람들이었다. 그중 개인적으로 꼽은 특징이나 장점 위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선택한 내용 외에도 책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부단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골라 정리해 본다.


한민고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일단 학교가 구조적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며, 월 1회 귀가가 허용되는 구조이기에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학교에서 지내야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 사용도 학교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규칙적인 생활과 자기 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학교와 조금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1학년 때에는 공통 교육과정, 2학년 때에는 진로 선택 교육과정, 3학년 때는 심화 과목 선택 운영을 한다. 이 중 선택 교과에서 이 학교만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수학과 과학에서 보면 보통 3학년까지 운영하는 과정을 1, 2학년에 거쳐 운영한 뒤 3학년부터는 관련 고급 교과를 수강하는 것이다.


고급 교과 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나 진로를 정할 때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 같다. 실제 학생 수기를 보면, 의예과에 진학한 학생이 고3 때 심층 교과로 배운 과정을 다시 대학에 와서 접하게 되었다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과제 연구 수업이나 학술제 등 장기적인 탐구 프로젝트들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관심을 가는 분야를 1년 가까이 시간을 쏟아가며 연구해 보는 것이 고등학교 때 가능하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이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는 학생들의 수기를 보면서 살아있는 교육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에 그 에너지를 연구 주제를 탐구하면서 보내는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에 찌들어 있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연구 주제에 푹 빠져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좌절, 희열을 느끼며 성장하게 될까? 아주 부러웠던 고등 시절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학생들 전원이 시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니 학교에서는 더욱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학술 대회뿐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 부서 운영과 자율 동아리 활동, 15개의 악기 강좌와 오케스트라 운영, 해외 유수 대학과 연계한 국제반 운영, AI 반 운영, 주말의 다양한 종교 프로그램, JROTC반(Junior ROTC) 운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초청 강연, 학생 주도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 도서관 행사인 불광불독의 날 등등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특목고, 자사고도 아닌, 더군다나 든든한 재정의 사립고도 아닌 일반 공립 고등학교에서 이 모든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바로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게 한 사람들에게 주목해 보았다.

한민고에는 우선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 스스로가 시작하고, 관리하고, 진행한다. 아침에 일어나 시작하는 아침 운동 참여부터 방과 후 활동, 동아리 부서 구성, 연구 주제 선정 등등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여 하는 것이다. 말로만 자기 주도가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3년간 붙어 다니는 친구들은 경쟁자가 아닌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다. 졸업생들의 수기를 보면 다른 학교와 달리 친구들끼리 졸업 후에도 고민을 함께 나누고 연락하며 지내는 등 인생에 있어 '내 편을 얻었다', '함께 나아가는 공생 관계'라고 표현할 정도다. 서로 고등학교 3년을 동고동락하며 진정한 우정과 건전한 경쟁을 하는 바람직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교육은 물론 때론 인생과 진로의 멘토 역할을 병행하는 든든한 조력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고교학점제의 선도학교로 다양한 주문형 강좌를 마련하려는 관리자와 교사들의 노력과 개설이 어려운 전문 분야의 과정도 다양한 방법으로 수강하게끔 고민하는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원해 주려는 어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고민하는 연구 주제나 신변 상담 등을 일과 시작 전에 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 강사를 인맥 등을 총동원해 섭외하려는 등의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열의가 느껴져 감동스럽기도 했다.


친구들끼리 서로 윈윈하며, 선후배 간에, 앞뒤에서 끌어주며 도와주고, 선생님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니 한민고 사람들 간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외부와 차단한 뒤, 우수한 학생들만 골라 선별하여 교육하면 이런 이상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서도 자발적으로 학교로 찾아와서 후배들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 졸업생들을 보며 학교에 대한 ‘애정’, ‘신뢰’, 나아가 ‘한민고 사람’이라는 ‘정체성’, ‘프라이드’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 학부모, 교사들이 서로 신뢰하며, 스스로 그러나 함께 성장하려는 한 마음이기에 가능한 거 같다. 결국 교육이란 훌륭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사람인 것 같다.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함께 한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다. 개인이 한민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10주년이지만 앞으로의 한민고 20주년, 30주년이 더욱 기대된다. 그래서 내가 한민고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역시 사람이다.” 225쪽 학생의 수기 중


특히 요즘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힘들어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데, 이렇게 한마음으로 사회에 공헌하려는 인재를 길러내는 한민고의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공교육에 대해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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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등급 고득점의 비밀 - 현직 국어 교사가 알려 주는 상위 1% 초중고 국어 공부 로드맵
김지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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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니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의 의미를 어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사공이 합심해서 배를 산으로 끌고 갔으니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공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국어 1등급 고득점의 비밀>의 서두에 나온 사례로 요즘 아이들의 심각하게 떨어진 문해력을 알 수 있다.

여러 과목의 교과서와 문제집들을 접하다 보면 그 근간에는 항상 문해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느낀다. '3R's '라는 용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국어는 모든 학습의 출발점이자 도구 교과인 셈이다. 잘 읽고 내용을 이해해야 학습이 되는 것이고, 개념이 쌓이는 것이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국어는 수학이나 영어에 비해 로드맵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할 로드맵이 없으니 그때그때 유행하는 사교육에 휩쓸려 방향 없이 흘러가다 아예 국어의 끈을 놓기도 한다. <국어 1등급 고득점의 비밀>은 이러한 국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어 공부 로드맵을 알려준다. 그것도 1등급 고득점을 지향하며.


저자는 17년 차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다. 또한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아이를 키우거나 그간 수많은 학생들의 입시를 지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시기별로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4부와 부록으로 나누어졌다. 1부에서는 요즘 심각해진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를 짚어보고, 초중고별 국어 공부 로드맵의 필요성과 각 시기별 핵심과제를 간략하게 소개해놓았다. 2~3부는 시기별 국어 공부의 특징과 목표, 본격적인 국어공부 방법을 소개한다. 부록에는 최상위권 고3 학생들에게 듣는 국어 공부 노하우, 출제자의 눈으로 보는 문제 풀이 비법, 국어 교육 관련 참고할 만한 사이트가 실렸다. 이 책은 부록마저 알차다. 부록도 끝까지 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입시 국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아이들은 미디어와 짧은 영상에 익숙해져 문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국어 1등급은 언감생심이고, 오히려 국어에 대해 뚜렷하게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 학부모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초중고 국어 공부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 걸까?


1. 초등 국어 공부 로드맵

초등은 문해력을 위한 기초 체력을 키우는 단계이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독서이다.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고, 교과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확장하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사고력을 신장해야 한다.

책에서는 초등 시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엔진'을 장착하기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온다. 책을 고를 때 아이에게 선택권을 줄 것과 학습 만화도 제지하지 않고 시리즈 만화책을 사주라거나 만화책에서 줄글로 갈아탈 수 있는 징검다리 책도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을 시간적, 체력적, 심적 여유가 생기도록 아이들에게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깊이 공감했다.



이 밖에 초등 시기에 막연하게 부담감을 느끼는 한자 교육이나 논술 교육에 대해서도 너무 큰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이야기해서 초등 학부모로서 안심이 되었다. 저자는 한자 교육의 적기로 초등 5~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정도라 한다. 이때 가볍게 한자 학습지 등으로 시작해서 한자 급수로 따져 7급 정도 수준의 한자어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다고 한다. 또한 논술 공부의 적기로 초등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를 들고 있는데, 굳이 입시의 논술 전형을 염두에 두고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쓰기 활동을 너무 싫어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글을 많이 읽도록 격려하며 쓰기 부담은 잠시 내려놓도록 권하고 있다.

초등 시기의 국어 공부의 방향을 잡았다면 '초등 국어 로드맵 따라가기'를 통해 구체적인 국어 공부 방법을 따라 할 수 있다.

초등 국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와 쓰기이다. 12년 동안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갈고닦는 시간이 바로 초등 시기이기에, 이에 대한 학년별 성취 기준을 잘 따라가 달성하면 된다.

학년별 성취 기준은, 초등 1~2학년에서는 바르게 쓰고 또박또박 읽기, 초등 3~4학년에는 중심 문장과 내용 찾기, 초등 5~6학년에는 다양한 매체 경험과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키우기 등이다.


공부 방법 중 관심이 갔던 부분은 초등 1~2학년의 소리 내어 읽기와 3~4학년의 기사문을 활용한 중심 문장 찾기 연습, 5~6학년의 같은 주제를 두고 관점이 다른 두 개의 칼럼을 비교하는 활동이다.

우리 집의 아이는 초등 3학년인데 어린이 신문을 꾸준히 읽고 있다. 지금은 아직 비판 의식이 크지 않아 내용 이해 확인 대화만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아이의 수준이 된다면, 주중에 하루 정도 저자가 권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활용교육 사이트를 활용해 책에 나온 활동을 적용해 보고 싶다.


2. 중등 국어 공부 로드맵

중등은 본격 입시 레이스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입시 국어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인 것이다. 이를 위해 개념어를 확실히 이해하고 정리하며, 비문학 독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문법의 기초도 정리해 두어야 한다.

책에서는 입시 국어부터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을 출간한 시점이 2028년 대입 개편안이 나오기 전이라 2027년도까지의 입시 국어를 정확하게 정리해놓고 있으니 이점을 유념해 읽기 바란다.


요즘 중학교에서는 국어과의 수행 평가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필 평가로는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 측정이 어렵기에 점점 평소 수업 시간의 수행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기에 무엇보다 평가를 챙기는 꼼꼼함과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교 홈페이지의 평가 계획과 채점 기준안 확인하기, 시험 문제의 조건 꼼꼼히 확인하기를 하도록 한다. 과목마다 체크해야 할 수행 평가 과제를 덤벙거리다 놓치는 경우도 대비하여 '아코디언 파일' 활용팁까지 나와있다.



이 밖에도 비문학을 접하고 시작할 시기라 본격적으로 비문학 독서와 신문 읽기, 독해 문제집 풀이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문학적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소설 전문을 읽어볼 것과 수행 평가 단골 영역인 화법과 작문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하니 슬슬 입시의 시동을 거는 때라는 게 와닿았다.

중학교 때는 사고를 확장하고 개념을 확실히 이해해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를 위해 학년별로 꼭 해야 할 국어 공부를 로드맵으로 제시한다.

중학교 1학년 기본기를 다지는 세 가지 방법, 중학교 2학년 내신 시험 대비하기, 중학교 3학년 고등 국어 대비하기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눈길이 갔던 부분은 국어과 교사가 여러 명인 점을 들어 단원의 학습 목표 확인과 교과서의 날개와 본문 뒤의 '학습 활동'을 내신 대비하여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 국어를 미리 대비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과 추천 문제집도 나와 있어 예비 중학생부터 중학생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3. 고등 국어 공부 로드맵

고등은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잡는 실력을 다지는 시기이다. 1학년 때는 내신을 관리하고, 2학년에는 수능 및 모의고사 공부도 해야 하고, 3학년에는 EBS 연계 교재를 공부해야 하는 시기이다.

고등학교 파트는 내신과 입시 국어 공부를 다루기에 이 책에서 많은 지면을 활용해서 구체적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직은 초등 학부모로서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1타 강사도 알고 있는 국어 공부의 본질인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와닿았다. 국어의 긴 지문을 스스로 읽어내고 글의 내용을 구조화하고 요약해야 하는데, 지금의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먹기만 하고 있다고 한다. 수학도 스스로 문제 풀이를 통해 사고력이 향상되듯이 국어 또한 스스로 읽어내어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심지어 반나절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풀어 보는 경험을 쌓아야 사고력이 생긴다고 하니 어느 과목이나 공부의 본질은 결국 동일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위해 '예습'을 통한 생각 연습과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도록 제안한다. 이 밖에, 방대한 문학 공부 방법, 비문학 공부 전략, 화작과 언매 선택 시 고려할 점, 중등과 다른 수행 평가 준비, 자소서를 대체하는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술 요령까지 다루고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


고등학교 국어 공부 로드맵으로 실전을 대비하는 학년별 공부 목표와 핵심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는데, 고1 국어 내신을 잘 받아야 하는 이유와 고3의 EBS 연계 출제의 의미와 공부법을 마치 고등학생인 양 되풀이해 읽었다.


이어 나오는 부록인 1등급 선배들의 국어 공부법과 출제자의 눈으로 보는 문제 풀이 비법을 읽으며 책대로 하면 나도 국어 1등급을 곧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마저 들었다.

현직 교사가 수많은 학생들의 입시를 지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다 담은 책이지만, 국어 교사답게 책은 술술 잘 읽히도록 쓰였다. 복잡한 입시와 이를 대비한 시기별 로드맵을 한눈에 잘 담아 정리해서, 역시 전문가라 필요한 핵심을 딱딱 잘 짚어낸 것 같다. 흔들림 없는 국어 고득점 1등급을 원하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님께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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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
마이클 하이엇.대니얼 하카비 지음, 이지은 옮김 / 글로벌브릿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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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나 긴 연휴에 집을 떠나 낯선 곳에 가게 될 때 나는 일상에서 고민하던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 단지 일상을 떠나 공간에서 잠깐의 시간을 갖더라도 기분이 전환이 되듯이, 내 생각의 전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올 때가 많다.


관성이 일상뿐 아니라 내 머릿속도 지배해 항상 해오던 패턴대로 생활하고 생각한다. 큰 에너지 들이지 않고 인생 흘러가는 대로 사니 과연 이게 내가 생각한 대로 잘 사는 건지 고민되기도 한다. 그냥 끌려가는 건가? 싶다가도 바쁜 일상에 이런 고민은 사치 같기도 하다.


<나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들>은 이런 부초 같은 인생 살이를 멈추고 한 번쯤 내  인생을 돌아보고, '인생계획서'를 설계하도록 차근차근 그리고, 분명하게 설득한다.


공동 저자인 마이클 하이엇과 대니얼 하카비는 현재 자기 계발 및 코칭 리더십 전문가로서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총 열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을 나열해 보면 이 책이 알려주는 인생 로드맵이 한눈에 보인다.

제1장 표류를 인정하라

제2장 인생 계획서란 무엇인가

제3장 인생 계획서가 주는 혜택

제4장 인생의 끝을 설계하라

제5장 우선순위를 정하라

제6장 인생의 경로를 그려라

제7장 온전히 하루를 바쳐라

제8장 계획을 실행하라

제9장 계획에 숨을 불어넣어라

제10장 놀라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라.


1~3장까지는 우리 인생에서 표류를 인정하고, 내 현실을 점검하고, 인생의 목표를 분명히 하도록 알려준다.

4~7장은 균형 있는 삶과 일을 위해서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8~10장에서는 나의 인생계획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실행 전략 안내와 동기 부여를 해준다.

이 책에는 '인생 계획서'를 강조한다. 아니, 인생 계획서에 대한 안내서이다.

한 달짜리 방학에 앞서서도 방학 생활 계획표를 짰는데, 하물며 나의 인생의 계획표가 없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반성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생 계획서'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에 나온 인생 계획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생 계획을 세우려면 우선 하루를 온전히 이 계획에 할애할 장소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트나 필기구 또는 기록 장치만 있으면 된다. 이런 하루를 마련했다면, 이제 차근차근 아래의 단계를 밟아나가면 된다.

1단계 당신의 장례식에서 낭독될 추도문을 작성하라.

인생 계획은 당신의 삶이 어떻게 마무리되고 싶은지를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삶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 당신과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당신의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들은 당신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당신은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생각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당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적어보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 주길 바라는지 적어본다면, 이전의 질문들과 더불어 잘 엮으면 추도문이 만들어질 것이다. 글을 써서 보다 구체적으로 당신 인생의 최종 도착지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다.

추도문의 예시 86-87쪽


2단계 당신의 인생 계정을 설정하라.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작성하려면,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인생 계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저자가 코칭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인생 계정으로는 다음과 같다.

인생 계정 그래프와 인생 계정 예시 100-101쪽


책에서는 보통 인생 계정으로 '영적 생활, 결혼 생활, 부모, 사회관계, 재정, 개인'등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책의 98~103쪽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계정 리스트와 각 계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적게는 다섯 개에서 많게는 열두 개의 계정이 적당하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항목으로 작성하면 된다.


3단계 인생 계정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라.

내가 정한 인생 계정의 잔고를 살펴보자. 각 계정에 충분한 잔고가 있는지, 계정 간에는 균형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내가 설정한 계정의 잔고를 확인하면 된다.


4단계 인생 계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라.

내가 설정한 인생 계정에 순위를 달자.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을 잘 돌보는 일을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5단계 각각의 인생 계정의 계획서를 작성하라

인생 계정을 설정했고,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각 인생 계정의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책에서는 다섯 가지 섹션으로 나눠 인생 경로를 설정하도록 돕는다.

  • 목적 선언하기 : 각 인생 계정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쓴다.

  • 발전화된 미래를 상상하여 쓰기 : 내 인생 계정의 목표가 현실화된 미래의 모습으로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현재형으로 쓴다.

  • 나에게 영감을 주는 글귀 찾기 : 나의 목표와 공명하는 문장을 하나 찾는다.

  • 현재의 현실을 직시하기 : 내가 상상한 미래를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어디에 있는지 정직하게 바라본다. 여기서는 정직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

  • 구체적인 약속하기: 여기서는 내가 구상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들을 약속한다. 이를 위해 SMART 방식으로 약속을 한다. 이는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실행 가능하고(Actionable), 현실적이며(Realistic), 시간을 정하도록 (Time-bound) 한다.

이렇게 세운 실행 계획서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저자는 이렇게 세운 인생 계획을 책장에 고이 모셔두지 말고, 매일매일 읽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계획을 점검하며, 분기별 한 번씩 점검 및 1년에 한 번 점검을 통해 계획이 실제 내 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확인하도록 한다. 계획에 숨을 불어넣는 과정을 통해 어느덧 내 인생의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을 여행하더라도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분명히 입력하고 떠나는데, 하물며 우리의 인생의 방향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당장 하루를 온전히 바쳐 인생 계획서를 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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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다낭 여행지도 2024-2025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다낭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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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다낭 여행을 준비하다가 코로나로 접고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지도가 든 상자를 받으니 나에게 주는 여행 선물 상자 같기도 하고, 잊고 있던 여행 준비의 설렘도 떠오른다.


상자를 열어보면 여행을 위한 준비물들로 구성된 패키지의 짜임이 아주 실용적이고 남다르다.

방수지도, 맵북, 트래블 노트, 깃발 스티커가 그것이다!

다낭 여행을 준비하는 지인이 있다면 선물용으로 주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우선 지도를 살펴보면, 다낭 여행 지도, 다낭+호이안 여행 지도가 각 1장씩 들어있다. 이 지도 한 장으로 다낭 여행을 갈 수도 있을 만큼 자세한 정보가 나온다. 여행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 한 장에 각 분야별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낭 여행에서 일정의 여유가 있다면 근처 호이안까지 둘러보게끔 다낭 + 호이안 지도까지 담았다.

지도에 대해서 크게 칭찬받을 만한 것은 방수 종이라는 거다. 돌가루를 넣어 만든 친환경 재질이라 찢어지지 않고, 오염될 걱정도 전혀 없다. 비가 수시로 갑자기 쏟아지는 베트남에서는 필수 아이템이다!! 지도가 모두 2장이 들어있다. 그중 다낭 지도는 다낭 시내와 미케비치, 미안비치 주변을 자세하게 실었다. 각 지역의 숙소, 가볼 만한 곳들, 쇼핑장소(다낭은 시장에서 쇼핑이 아주~~~유명하다!), 음식점까지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장에 담았다. 특히 가볼 만한 곳은 빨간 동그라미 안에 하얀 별 표시를 해두어서 그 지점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다. 지도의 테두리에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방법부터 교통수단, 유명 호텔과 리조트 셔틀 번호, 베트남/다낭 대표 음식 다낭에서 살만한 것들, 골프장, 그밖에 유용한 정보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있다.


그리고 베트남의 전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호이안 여행 지도도 들어있다.

이 지도의 구성도 다낭 지도와 비슷한 형태인데, 호이안 올드타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강과 비치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와 대표 리조트, 추천 스파와 마사지 숍까지 안내했다. 이 지도 한 장이면 다른 정보 책자를 굳이 읽지 않아도 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한 지도이다!


지도에 이어 맵북은 지도의 내용을 쪼개어 담은 소책자이다. 이 책자 또한 자세히 나와있어, 해당 지역을 여행할 때 지도보다 작은 크기라 바로 볼 수 있어 좋다.


트래블 노트의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멋진 여행을 만들 수 있다.

해당 지역을 여행할 때 할 수 있는 장소, 먹을 것, 관광할 거리, 액티비티, 쇼핑까지 모두 리스트로 작성해 놓았다. 그곳에 체킹 하면서 미리 계획을 짜보고 움직이면 더욱 짜임새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을 해 본 자만이 만들 수 있는 지도와 다양한 준비물들을 보며, 그 아이디어에 감탄 또 감탄을 했다.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 한다는 말을 이제 안 해도 될 거 같다. 앞으로도 에이든의 여행 지도는 계속 나올 테니!

이런 멋진 여행 준비물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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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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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확실한 내 생각이나 방향성 있는 관점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는 나침반이 필요했고, 갈림길을 지나와서도 미궁에 빠진 듯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앞을 휙휙 지나쳐가는 삶의 국면들에 사로잡혀 버리는 내 모습에서 삶 전체를 조감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정리된 생각 방식을 찾고 싶었다.


이를 찾기 위해 읽기 쉬운 책부터 읽어보았지만, 이 또한 기본적인 철학적 지식을 가지도 있어야 가능했다. 삶에 철학을 적용한 에세이 책을 찾던 중 제목부터 끌리는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도 흥미롭지만, 저자 기욤 마프랭 또한 현재 프로 사이클 선수이다. 저자가 사이클과 철학에 심취하여 양립하기 어려운 양 분야의 전문가라 더욱 끌렸다.


전에 어느 신문 칼럼에서 글을 참 잘 쓰는 축구선수(아마 일본의 정대세 선수였던 거 같다)를 알게 되어 그 뒤로 그 선수를 눈여겨본 적이 있을 만큼 운동선수이면서 인문학적 면모를 갖춘 사람들은 아무래도 별종처럼 보이는 거 같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운동선수도 이해했으니, 본인이 이해한 걸 쉽게 풀어썼으리라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설명을 기대한 나의 얄팍한 계산도 한몫했다.


-목차-


그런 나의 기대는 <1부 투르를 향하여> 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ㅠㅠ

철학자의 이름이나 사상도 어려운데, 사이클 대회의 준비 과정 및 낯선 스포츠 용어와 선수들의 이름까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상의 사이클 대회에 나온 철학자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유쾌하고 코믹한 철학책을 기대했던 나는 읽다가 집중이 잘 안되었다고 고백한다.


<2부 경기>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야 하나 고민하는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읽어나갔다. 철학에 대해 잘 모르니 이 벨로조프(사이클을 타는 철학자)들이 난관을 극복할 때 어떤 말이나 행동하는지 그 상황을 상상하며 읽었다.

그랬더니 나름 웃긴 부분도 있고, 밑줄 그을 말들이나 태도도 보였다.

아마도 '철학'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부담감을 1부에서는 내려놓지 못하고, '이해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다. 그냥 그들이 하는 말에 코웃음도 쳤다가, '아,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는 이런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는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며 읽어나가면 좀 더 재미있었을 거 같다.


이 책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현대 사르트르까지 시대별 유명 철학자들이 나오고,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처럼 철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도 나와서 투르에 참가한다.

책을 읽으며, 경기 준비부터 스테이지21까지의 각 유명인들의 말과 태도를 가볍게 읽어나간다면 어렵던 철학도 조금은 가볍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책 속으로>

인상적이었던 몇몇 대목을 적어 보자면

니체를 사랑하는 스포츠맨으로서의 작가의 사심 가득한 이야기이다.


"운동선수로서 나는 이 근대 스포츠 깃발에 새겨진 정신 속에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월등한 실력의 프로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 잘 그리고 멋지게 승리하는 것이다. 화합의 힘이 강조되려면 우선은 개인의 야망이 실현되어야 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이 야망이 실현된다고 믿는 것도 착각이다. 챔피언이 되려면 연구와 작업이 요구된다. 하나의 직업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대 스포츠는 위선을 띠고 있다. 광고라는 병풍으로 스포츠가 정말 겪고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는 사력을 다하는 어떤 동물성을 띠고 있다. 땀조차 흘리지 않으면서 다만 '유 캔 두 잇'같은 광고 문구만 읊어댄다고 되지 않는다.

나는 니체 철학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올림픽 이데올로기보다 스포츠의 실질적 체험을 더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사이클 선수인 나는 오늘날 유행하는 이타주의보다 니체가 인정한 개인주의에 훨씬 공감한다. 경쟁과 이타주의는 하나로 결집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립된다. 왜 스포츠가 적과 죽을힘을 다해 맞붙어 싸우는 전투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는가? 그렇게 고백하는 것이 부끄러운가? 우리의 동물적 충동을 감추기보다 경쟁이라는 제도화된 틀 안에서 승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100쪽

위기의 독일팀을 설득하는 감독 아인슈타인의 설명이다.

"시간과 공간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 아니 단 하나의 것이라 봐야 합니다. 전 우주에 펼쳐진 큰 천 같은 것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말하는 중력은 터진 구멍, 그러니까 그 어마어마한 천 속에 난 함몰 부분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지구 위에 있는 사이클 선수입니다. 당신은 이 지구 구멍 한 가운데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그 구멍 속으로, 그 바닥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하지만 당신이 뭔가를 한다면! 페달을 밟으면 돼요. 할 수 있다면 페달링을 더 빨리, 더 세게, 더 높이! 왜냐하면 속도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공간이 그만큼 수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러니까 자전거는 간단해요. 거리가 줄도록 가속을 하면 됩니다. 이번엔 이해됐나요? 페달에 온몸을 의지하면 구릉의 길이가 좀 짧게 느껴질 겁니다!" -85쪽


아인슈타인은 속도가 증가할수록 공간이 수축된다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가속할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축지법이 가능하다! 단,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면….


그리스 팀을 이끌던 소크라테스에게 항상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화가 난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거센 비난을 해오자 오히려 기뻐하며 코앞에 경기를 두고 홀연 자취를 감추는 장면이다.


"사실 난 이 순간을 정말 기다려왔소. 그대들이 나로부터 벗어나는 이 순간을 말이오. 중략. 내가 절대 분명하게 자르지 않고, 그저 질문을 하는 정도에 만족한 것은 그대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자유롭게 놔두고 싶어서였소. 내 생각엔 그 순간이 이제 온 것 같소. 그대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페달링을 할 때가 온 거요. 자, 따라서 이제 난 엄숙히 선언하오. 벨로조피아의 삶에서 나는 이제 완전히 물러나겠소. "-130쪽

"...진실을 말하노니, 철학을 한다는 것은 해석을 하는 것일세.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게. 그런 게 철학이 아닐세. 세계를 변화시키려고도 하지 말게. 철학은 그런 게 아닐세. 철학은 그저 문제 속으로 각자 들어가는 거제. 자기 견해를 내기 위해서 말이지. 물론 일반적인 철학 이론들은 중요하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이론들을 스스로 실험하는 것일세. 철학은 직접 체험되는 것이네."-132쪽

오호~~철학은 이론들을 아는 것보다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 감독의 말이 와닿는다~~


다음은 수도원 생활까지 한 파스칼이 니체와 만나는 장면이다.

니체로부터 신은 없다는 엄청난 소식을 접하고 잠시 허무에 빠져 고뇌는 파스칼. 공허감과 무의미에 대항하기 위한 파스칼의 선택은 과연….

'(니체로부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는 잠시 의기소침하게 자전거 옆에 앉아 있다가 길을 찾으며 어떤 부름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신은 정말 죽었나 보다.

-중략- 이어 파스칼은 아까의 그 이상한 현현, 그러니까 니체가 그에게 했던 말을 다시 생각했다. 다음 투르 드 프랑스를 위해 훈련 중이라고 했다. 경쟁은 그의 새로운 절대라고 했다. 파스칼은 사이클 경기는 하찮은 것이며 사소한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중략- 바로 그런 사소함 또는 하찮음을 인정하고 그저 '놀이'로 하면 되었다. 그냥 하니까 하는 것이다. -중략- 신 없는 삶은 비참한 삶이다. 하지만 신은 더 이상 해결책이 돌 수 없다. 신이 사라지면서 공허가 남겨졌다. 그 공허에 흰 베일을 드리울 필요가 나에게는 있다. 그렇다면 투르가 이 베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40~147쪽


이 밖에도 상금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마르크스로 인해 팀원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장면까지….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녹아져 있다.


철학에 대한 무거운 부담감은 버리고, 가볍게 다가가면 더 잘 읽히는 철학 코믹버전의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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