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큰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서먹해져 버린 친구가 있다.
누구든 먼저 한 발 다가가 손을 내밀고 웃으면, 다시 전과 같이 친해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먼저 다가가는 일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뒤돌아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며, 나 또한 그러한 경험들이 있었음을 기억해 낸다.

책을 넘기면 춥고 하얀 겨울이 지나 봄이 돼 등교하게 되지만, 서먹해져 버린 친구 때문에 어쩐지 내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그 친구 곁을 맴맴 돌지만, 먼저 다가갈 용기가 나질 않는다.

봄꽃이 터지고 여기저기에서 봄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봄 향기에 동했을까, 서먹해진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로 용기를 낸다.

과연 친구에게서 답장이 올 것인가?

휘리 작가의 그림은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큰 용기를 내어 행동을 하게 된 아이의 모습을 맑고 투명한 그림으로 잘 보여주었고 어른인 나도 잊었던 용기를 소환하고 싶게 만든다.

작가님이 그리는 자연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된다. 뾰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달까. 이 계절에 아주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

*창비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잊었던용기 #휘리 #그림책
#책추천 #창비그림책 #봄그림책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두께와 분량이 있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와있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혔다.

주인공 맬컴 커쇼는 오래전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관한 8권의 소개 글을 서점 블로그에 올린다. 이 책은 일련의 살인사건들이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책들에 나온 내용들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FBI 그웬 멀비가 맬컴 커쇼가 운영하는 올드 데블스 서점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진짜 이 블로그에 소개된 책들을 참고해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하나씩 추리해 나가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책을 읽는 동안, 책에 언급된 다양한 추리소설들의 내용이 중요한 단서가 되고, 모든 범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새기며 가볍게 던진듯한 떡밥들을 주워 담아 내 나름의 추리를 해가며 읽었다. 이런 추리물은 수학 문제를 풀듯 진지한 자세로 읽어야 재밌다. 😉 책장이 술술 넘겨진다.

주인공 맬컴 커쇼는 어릴 때부터 책 특히, 추리물을 좋아했다. 그러나, 책 속 인물들은 알면 알수록 좋아하지만 현실에서의 인간관계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느낀다. (135p) 이런 주인공의 성향은 주인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클래어가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어떻게 학대하는지,.. 그것이 어쩌면 이 책의 가장 중심 부분에 놓여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서점의 마스코트 고양이 네로가 주인공 맬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게되면 놀라게 될 것이다.🐈

책 표지에 그려진 숫자 8의 가운데 검은 차는 처음엔 내가 묻힌 얼룩인 줄 알았다. 책을 읽고 다시 보니, 맬컴이 일레인의 집에 가는 길인지, 아니면 클래어를 보기 위해 앳웰의 집에 가는 길인지.... 책의 시작도 마지막도 될 수 있는 장면 같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살인은 없다.

*푸른숲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

#여덟건의완벽한살인
#eightperfectmurders
#피터스완슨 #peterswanson
#노진선옮김 #푸른숲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선뜻 손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어려운 철학 용어와 명제 속에서 길을 잃을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시대는 급변하면서 현자들은 이럴수록 더욱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나같이 철학이 어려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선택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벨기에 철학박사 파스칼 세이스가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줬던 3~4분량의 원고를 모아 만든 철학 에세이다.  책을 둘러싼 산뜻한 이미지의 노란색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노란색은 지식이나 지적 능력을 나타내며 운동신경을 활성 하는'색이기도 하다.

총 50개의 짧은 글 속에는 정치, 역사, 문화, 예술, 신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철학적인 사유 거리를 던져준다. 계속된 질문들을 생각하다 보면 나와 동떨어진 것 같은 세상사 모든 일들이 나와는 무관하지 않고, 같이 고민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라디오 방송용 원고여서 그런지 가독성이 좋고 마치 파스칼 세이스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중간에 유머 가득한 이야기나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장은 그녀가 어떻게 해야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수없이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여가며 책을 읽으면서 무관심했던 주위를 둘러보고 저자가 던진 질문들에 사유하면서 마치 뇌 요가를 한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 사유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자유를 향한 행위이다. (197p)

주변에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근간으로,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보인다면 코끼리를 움직여 봐' 나오는데 제목만으로는 알쏭달쏭 한 저자의 두 번째 책이 무척 기다려진다.

🔖침묵보다 더 강한 말이 있을 때에만 말하라. 그렇지 않다면 침묵을 지키라. (55p)

🔖철학은 오로지 비폭력적인 생각의 힘만으로 우리를 전향시키고, 인생을 바꾸고, 세상의 흐름을 바꾼다.(104p)

🔖전통적으로 불로 분노를 잠재우는 것을 지혜로 여겼다. 불로 분노를 키우는 것은 광기다. (83p)

🔖예술이 숨쉬는 공기만큼이나 필수적이고 유익한 이유는 성과 제일주의와 효율 지상주의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140p)

🔖낡은 세상은 죽어가고, 새로운 세상은 아직 태동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희미한 이때 괴물들이 등장한다. (191p)

#제공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사막화로 물과 나무는 귀해지고 대도시 부자들에게 나무를 팔아 살아가는 부족,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다.

부족 사냥꾼들이 힘들게 찾은 나무들은 자신들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자원을 갖게 하는 돈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늙은 랑시엔은 '땅속 물을 붙잡고 있는 나무'들을 베면 안 된다고 경고하지만, 당장에 먹고 입을 것을 제공하는 나무를 포기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를 찾아 떠나는 사냥꾼 무리들에 끼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사마아. 사마아는 홀로된 엄마를 남겨두고 몰래 무리에 끼기 위해 모험을 떠나지만 뜻하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큰 구덩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상황은 극에 달한다. 

장장 100쪽에 걸쳐 사마아가 큰 구덩이에서 구출되기까지 그녀가 느끼고 관찰하며 겪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이뤄진다.  구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큰 나무로부터 자연의 섭리와 상호 공생의 자연스러움을 깨닫는다. 나무와 물이 서로를 해하지 않고 존재하는 모습에서 사마아는 랑시엔이 주장했던 말 나무, 볼레, 물에 관한 말들을 비로서 깨달아간다.  나무가 남기는 씨앗과 열매는 다음 세대를 잇게하는 여성의 출산의 모습과도 닮았다.

자연을 해치는 1등 주범은 인간이다.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고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은 자연을 점점 파괴시킨다.  나 또한 그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파괴된 자연 앞에 하루하루 역한 인공물 젤리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날을 맞이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책을 읽고, 사마아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연의 섭리를 체험했던 그 날것의 감정을 회복하고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좋은 환경생태소설
이다.

🔖
그렇지만 목재가 우릴 살리잖아!
아니, 나무가 살려, 솔라. 나무가 땅을 바꾸고 물을 끌어와. 동물이 그 그늘 아래에 살고 나무에서 영양분을 얻어...나무가 있어야 세상이 풍요로워. 없으면, 황량하지.(189p)

#사마아 #마리파블렌코 #동녘출판사
#곽성혜옮김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청소년소설 #환경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라도 미친x이 되지 않으려 발악하던 때가 있었다. 직장, 연애, 가족, 친구 어느 것 하나 지뢰밭 아닌 곳이 없었고, 나의 신경 한 부분을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폭발할 것 같은.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해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때 나는 '거리 두기'를 하며 그 시절을 견뎠던 것 같다. 모든 틀어짐은 상대의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에서 나온다는 나름의 결론으로 직장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뭐든 조금씩 거리 두기를 하며 나 자신의 원래 모습을 조금씩 복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자라오면서 남들과 조금 달랐고, 성인이 돼 ADHD 판정을 받은 정지음 작가가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스스로 보듬으며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국은 미치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나는 작가의 어머님이 늘 욕먹어 찌그러진 자의 편에 섰던 것처럼, 정지음 작가도 어머님의 그 마음을 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을 찔러대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친구들에게만큼은 창피를 줄 일이 생겨도 서로에게 뭉툭하게 굴어 주는 것만으로도, 반찬집 김치 장인 사장님을 위해서 김치 먹는 연습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마음, 우리가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다 저런 작은 마음들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해맬 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우리모두가끔은미칠때가있지 #정지음
#빅피시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가제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