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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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미친x이 되지 않으려 발악하던 때가 있었다. 직장, 연애, 가족, 친구 어느 것 하나 지뢰밭 아닌 곳이 없었고, 나의 신경 한 부분을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폭발할 것 같은.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해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때 나는 '거리 두기'를 하며 그 시절을 견뎠던 것 같다. 모든 틀어짐은 상대의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에서 나온다는 나름의 결론으로 직장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뭐든 조금씩 거리 두기를 하며 나 자신의 원래 모습을 조금씩 복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자라오면서 남들과 조금 달랐고, 성인이 돼 ADHD 판정을 받은 정지음 작가가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스스로 보듬으며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국은 미치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나는 작가의 어머님이 늘 욕먹어 찌그러진 자의 편에 섰던 것처럼, 정지음 작가도 어머님의 그 마음을 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을 찔러대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친구들에게만큼은 창피를 줄 일이 생겨도 서로에게 뭉툭하게 굴어 주는 것만으로도, 반찬집 김치 장인 사장님을 위해서 김치 먹는 연습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마음, 우리가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다 저런 작은 마음들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해맬 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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