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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브라이언 클레그의 <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의 역사>는 약 2500년에 이르는 과학책의 역사를 다섯 시기(고대~1200년, ~18C, ~19C, 20C, 21C)로 나누어 문자로 소통하는 물리적인 매커니즘의 변화와 더불어 전문 자료에서 어떻게 대중의 소통 수단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물리학, 의학, 수학, 기하학 등 기초적 과학방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 담긴 우주와 운동, 역학에 대한 생각은 17세기까지 남아 우주를 이해하는 중심 개념이 되고, 유클리드의 <원론>은 지금까지 수학에서 공리의 증명기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두루마리 형태로 존재하던 과학책은 필사에 의존하지만 코덱스라는 제본방식이 도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 간 자유로운 지식 공유와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갈릴레오가 아리스토텔레스 우주관을 반박했듯 기존의 과학 이론에 대한 반박도 활발해지며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애초에 과학책은 사람들의 인식으로나 실제로나 학계의 영역이고, 전유물이었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준이 아니었다. 19C 베비지의 <북미의 새>는 과학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일반 시민들도 소유욕을 느낄 정도로 삽화는 시각적으로 멋진 책이었다. 이 시기의 과학책이 저술의 기능이 더 확대된다. 삽화와 사진, 문체로 예술과 과학의 접점이 생긴 것이다.
20C 들어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이라는 엄청난 양대이론이 등장하며 대중을 위한 많은 과학책들이 등장한다. 미래학, 유전학, 환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출간되며 대중은 그들이 내놓은 메시지에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책의 내용만큼 저술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심지어 시나 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과학책도 등장한다.
19세기까지 여성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과학책을 출간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이 이름을 공개하고 저술한 과학책은 극소수였다. 당시에는 찰스 다윈을 필두로 여성이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20세기 들어서 직업 과학자로서 여성의 입지가 다져지고 노벨상을 받기까지 했으나 여성 과학자들의 저서가 1970년대 까지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다행히 1990년대부터는 증가하고 있다.
2500년에 걸친 방대한 과학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시기별 전달 방법과 저술 방식, 대상의 변화를 중점으로 각 시기를 대표하는 과학자와 과학책들을 소개한다. 내용 이해를 돕는 자료 사진, 특히 책표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내내 눈이 즐겁다.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