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도시
연여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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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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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토양오염으로 머리에 뿔이 나기 시작한 각인과 뿔이 나지 않는 비각인(면역인)이 공존하는 라뎀이라는 도시가 있다. 도시는 비각인을 위한 공중도시를 만들었고, 공중도시 바로 아래 그늘은 각인들을 위한 구역이 되었고 빛도 들어오지 않은 그곳은 할렘이 되었다. 흑각은 뿔이 자라면서 느끼는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데 라뎀은 야생에서 자라는 흑각을 각인들이 채취하지 못하고 하고 자신들이 인공 재배한 흑각을 비싼 값에 판다. 도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구가 필요하기에 라뎀에게 각인들의 존재는 필수적이지만 라뎀 본사는 그들의 약점마저도 이용해 이윤을 얻는다.

남매지만 각인인 누나 유진은 실종된 지 오래됐고, 면역인인 시진은 야생 흑각을 몰래 채취해 로드라는 중개업자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라뎀에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늘 구역의 가장 핵심인 코어에서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고, 의문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고, 흑각의 값은 치솟고, 보안국 인원이 강화되는 등 결국 공중도시는 폐쇄되는 등 심상치 않은 라뎀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시진은 그 전말을 파헤치며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연여름 작가님의 SF장편 소설인 <각의 도시>는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시진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라뎀은 시진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많이 남긴 곳이면서 그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다. 이곳을 떠나는 것만이 정답일까. 책을 읽으며 시진이 라뎀을 떠나 다시 찾은 누나와 함께 포르틴에서 살기를 바랐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시진의 결정에 수긍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남는 사람들도 있다. 시진은 남는 사람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에 섰다. 고통과 불행의 상징이던 뿔이 손전등처럼 만인에게 빛을 내어주는 이미지로의 환원되는 그 과정 속에 시진은 있고 싶었다. 당당하게.

큐브를 맞추듯, 단서들을 하나씩 주워가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주권과 정체성을 빼앗긴 도시에서 방향을 찾고자 헤매고 고민하는 소년은 여기에도 있지만, 그 행보가 '부재함'보다는 '존재함'으로 사라짐'보다는 '드러남' 쪽으로 향하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거울에 비취보기도 하면서. (작가의 말)

#각의도시 #연여름 #문학과지성사
#각의도시_서평단 #연여름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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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가 사라지다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3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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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말 출간되는 책을 지금 예판이요? 펀딩도 아니고..ㅎ 날짜보고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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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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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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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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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클레그의 <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의 역사>는 약 2500년에 이르는 과학책의 역사를 다섯 시기(고대~1200년, ~18C, ~19C, 20C, 21C)로 나누어 문자로 소통하는 물리적인 매커니즘의 변화와 더불어 전문 자료에서 어떻게 대중의 소통 수단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물리학, 의학, 수학, 기하학 등 기초적 과학방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 담긴 우주와 운동, 역학에 대한 생각은 17세기까지 남아 우주를 이해하는 중심 개념이 되고, 유클리드의 <원론>은 지금까지 수학에서 공리의 증명기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두루마리 형태로 존재하던 과학책은 필사에 의존하지만 코덱스라는 제본방식이 도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 간 자유로운 지식 공유와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갈릴레오가 아리스토텔레스 우주관을 반박했듯 기존의 과학 이론에 대한 반박도 활발해지며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애초에 과학책은 사람들의 인식으로나 실제로나 학계의 영역이고, 전유물이었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준이 아니었다. 19C 베비지의 <북미의 새>는 과학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일반 시민들도 소유욕을 느낄 정도로 삽화는 시각적으로 멋진 책이었다. 이 시기의 과학책이 저술의 기능이 더 확대된다. 삽화와 사진, 문체로 예술과 과학의 접점이 생긴 것이다.

20C 들어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이라는 엄청난 양대이론이 등장하며 대중을 위한 많은 과학책들이 등장한다. 미래학, 유전학, 환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출간되며 대중은 그들이 내놓은 메시지에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책의 내용만큼 저술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심지어 시나 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과학책도 등장한다.

19세기까지 여성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과학책을 출간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이 이름을 공개하고 저술한 과학책은 극소수였다. 당시에는 찰스 다윈을 필두로 여성이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20세기 들어서 직업 과학자로서 여성의 입지가 다져지고 노벨상을 받기까지 했으나 여성 과학자들의 저서가 1970년대 까지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다행히 1990년대부터는 증가하고 있다.

2500년에 걸친 방대한 과학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시기별 전달 방법과 저술 방식, 대상의 변화를 중점으로 각 시기를 대표하는 과학자와 과학책들을 소개한다. 내용 이해를 돕는 자료 사진, 특히 책표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내내 눈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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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탄생 - 페르난두 페소아 문학 에세이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지은 옮김 / 미행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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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글은 늘 여운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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