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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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이후 비대면 활동이 일상이 되고 외출이 제한적이 되면서 장 보기를 포함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은 엄청나게 늘었다. 재활용 바구니에 쌓여있는 종이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2~3일이면 비워야 할 형편이고, '문 앞 배달'의 편리함으로 음식 배달은 일상이 되었다.

이런 요즘의 세태를 대놓고 꼬집는 권정민 작가의 <사라진 저녁>은 책 표지에 그려진 널브러져 있는 일회용품들부터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한 아파트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으로 온갖 돼지 요리를 배달 주문한다. 그러나, 음식이 배달되는 대신 살아있는 돼지 한 마리가 단지 앞에 배달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소문나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쉬쉬 거리며 돼지를 직접 잡아 요리해 먹을 궁리를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비대면의 생활이 유지되기 위해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많은 배달노동자들 있다. 돼지를 잡는다고 호들갑 떠는 주민들 뒤에는 돼지가 싼 똥과 오줌과 난장판이 된 파티장을 치우는 청소노동자가 있다. 돼지를 잡아 요리하기 위한 도구들을 잔뜩 택배 배달시키는 아파트 주민들, 산 돼지를 차마 처리하지 못해 대신할 일용노동자를 구한다.

노골적인 권정민 작가의 그림을 하나씩 보자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부끄러움이 인다. 배달시킨 돈가스 한 접시에 숨겨진 많은 부조리함이 읽힌다. 당장의 편리함이 불편해지려한다. 아니, 불편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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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저녁 #권정민 #그림책
#창비 #독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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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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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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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지 못한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일방적이고 불편하다. 외국인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돈을 벌러 외국에 나가 삼촌이 키우는 애린의 가정을 단지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결손가정'이라고 폄하하고 비아냥 거리는 교장의 시선이 그렇고, 죽은 친구의 손녀 성주를 데려와 키우는 종옥과 성주를 바라보는 항만군 할머니들의 시선이 그렇다.

🔖사람들은 보편적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옥과의 관계가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성주를 '구실 못할' 사람으로 치부해버렸다. (213p)

보편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차별적 시선을 알기에 애린의 삼촌 도연은 애린을 친딸 이상으로 돌보았고, 종옥도 성주를 친손주 못지않게 키웠다. 오래전 세상을 버텨야만 했던 종옥에게 사랑을 준 이들로 인해 종옥은 성주를 거둘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성주는 종옥의 '따스한 애정'을 받고 자라서 그 경험으로 타인의 비집고 들어오는 애정에게 자기 마음켠을 내어주고 또 돌봄반 애린에게 애정을 쏟는다. 애린은 그 애정의 경험으로 앞으로 사랑을 주며 살 것이다. 사랑받은 경험이라는 것은 그렇게 타인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번식한다.

이야기는 손녀인 돌봄교사 성주가 '제대로 먹기'를 바라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결국 성주의 마음치유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든든한 아군인 애린과 도연과 인봉의 돌봄을 받으면서. '남의 정성도 냉장고에 넣고 잊는 사람, 그것이 서서히 부패하도록 만들었던' (196p)성주는 빵이라면 소모시킬 칼로리만 생각했던 이전과는 달리 도연의 빵을 하나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종옥이 성주가 빵이라도 먹었음을 소원했던 건 어쩌면 그 이면엔 혼자된 성주가 타인의 사랑을 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돌봄은 서로에게 어깨를 내보이고 어깨에 기대면서 그렇게 사랑을 낳고 또 낳는다. 돌봄이라는 것은 돌보는 이, 돌봄을 받는 이의 마음 밭에 사랑 씨앗을 뿌리는 일 같다.

추워지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그 작은 동네에서, 누군가 한마디 뱉은 말이 기화되어 은은히 공기 중을 떠다니다가 다음날 새벽이슬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온 동네 온 집안의 마당을 적셔버리는 그런 곳에서.(32p)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그런 말이 필요했다.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는 말. 내가 책임져줄 테니까, 네가 만약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놓이면, 받아서는 안 되는 상처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 참거나 애써 수긍하려 들며 스스로를 진창에 처박지 말고, 그냥 뻥 차버리라고. 뭔가 잘못되어도 내가 있으니까, 보험이 되어줄 테니까 일단 그렇게 해보라고.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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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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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비탄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23p)

비탄과 애도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즘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우리에게 상실의 경험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상실이 가져오는 비탄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공간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그 큰 슬픔의 터널을 어떻게 지나오느냐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영영 그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탄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우리가 터널 끝의 불빛을 볼 수 있다면, 우리가 비탄을 약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존의 낡은 관점은 새로운 관점이 열리기 때문에 밀려난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헤쳐 나아가는 방식이다...우리 삶이 필연적으로 반복된 상실을 수반할지라도, 고찰없는 상실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온다.

평생을 수학자로서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기하학으로 비탄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준 관점을 개괄해 나가며, 기하학이 상실감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

기하학이나 프랙털처럼 다소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등장하지만,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저자가 프랙털 기하학을 통해 비탄을 이해하고 관점을 바꾸며 그 힘을 약화시키는 과정 자체가 위로가 되는 여정이었다. 저자는 비탄 탐사의 길에 진정으로 열정이 있었기에 그 효과도 나타났으리라.

마지막, 저자는 기하학의 관점이 유일하지 않으며 각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이용해(영화, 체스, 요리 등) 비탄을 약화시킬 투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 인생의 이야기 공간을 지나는 경로가 비탄으로 인해 끊김과 도약이라는 것이 만들어짐을, 비탄은 자기 유사성을 띠고 있어 어떻게 투영하느냐에 따라 비탄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으며 심지어 남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다중우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사랑하는 이를 돌이킬 수 없이 잃은 참담한 순간에, 어떤 평행 우주나 어떤 먼 미래에 비탄의 불길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은 또 다른 내가 있을 것'(73p)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비탄을 겪어 온 한 老수학자의 비탄에 대한 탐구과정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무기력하게 비탄의 늪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다정하게 공감의 손을 내밀고 있다.

🔖비탄은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는 우발적인 사건을 비탄할 수 없고, 예견된 비탄이란 없다. 그리고 남의 비탄을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그 방법은 공감이라는 렌즈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91p)

#수학의위로 #마이클프레임
#이한음옮김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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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프리 -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
린다 뉴베리 지음, 송은주 옮김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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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동물권, 제로 웨이스트, 탄소발자국, 채식 등의 단어들이 뉴스에서나 접하는, 나와는 동떨어진 것 같았지만, 최근 몇 년 관련 뉴스와 책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나와 관련 있는, 조금은 절박해진 의미로 점점 다가온다.

그러나 동물권 관련(채식) 책을 읽으면 부끄러움과 참담함으로 채식을 해볼 용기가 생기지만 이내 시들해지고 죄책감은 날로 쌓여간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설거지 바나 샴푸 바를 쓰고 비닐 사용을 줄이려고는 하지만, 한 번에 평생습관이 바뀌지 않듯이 편리함의 유혹은 여전히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뜻하는 이 책은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지만 환경, 생태계, 지구로 대상 범위가 확장돼 결국,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연 세계를 돌볼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이 함께 잘 사는 것이 결국 인간이 지구에서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환경과 동물에게 해를 적게 주는 식으로 사는 것이다. 늘 잘 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노력 중이다.(10p)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가끔은 너무 느리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긴 일어난다. 그런 변화는 세상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덕이다. (12p)

리핑버니(www.leapingbunny.org 어떠한 동물실험도 하지 않았음을 보장한다.)를 확인하며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을 고르는 일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고 큰 변화이다.

한 해 한 사람당 섭취하는 육류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다. 도축용 동물들이 내뿜는 엄청난 탄소 배출량과 폐기물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장용 축산은 동물들에게 해로운 구조로 돼 있다.

🔖육식을 줄이거나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기 위해 취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라도 다 좋다. 완전히 끊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63p)

지금 당장 고기를 안 먹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 안 먹는 날을 정한다든지 (#meatlessmonday 캠페인),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기 위한 관심과 노력부터 가져도 된다고 말한다.

동물 학대 방지 패션에 대한 관심과 패스트패션이 야기하는 과소비와 낭비 문제는 결국 지구환경, 생태계와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쇼에 나오는 동물들에게 행해지는 가학행위나 동물원이 진정 동물을 위하는 기능을 갖는 것, 정원이나 숲에서 보는 작은 벌레들조차 우리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상기시키며 책은 마무리된다.

올해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8일이었다. (www.overshootday.org) 이 말은 지구가 지속 가능하게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는 시점이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한 식으로 생활하여 날짜를 뒤로 미루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식을 더 많이 하고, 고기를 덜먹고, 자연을 돌보고, 낭비를 줄이는 일들이다.

하루라도 소비를 하지 않는 날이 있을까. 하루에 한 번씩 재활용과 일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과가 된 요즘이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온라인으로 장 보는 게 익숙해져서 코로나 이전보다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해졌다. 매일 반성하지만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규칙은 스스로 만드는 규칙뿐이다. (70p)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아니어도', '귀찮은데' '나는 힘들어', 라는 생각을 벗어나 관련 뉴스를 찾아 읽고, 책을 읽으며, sns 해시태그 운동도 해볼까, 또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고기를 안 먹을까 하는 작은 고민, 작은 실천까지 생각이 이르렀다면 변화는 시작'된'거라며 저자는 독자를 아낌없이 격려하고 토닥인다. 🥲

책 말미에는 다양한 참고 자료와 관련 사이트 해시태그 운동들이 정리돼 있다. 동물권 관련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윤리적 아름다움을 향한 작은 발걸음 👣

#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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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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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태용량초과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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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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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을 지켜 줘
정진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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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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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달토끼를 찾지 못한 이유는 그곳에 신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일찍 떠나버린 탓이에요....달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날 때까지 지구인은 기다리지 못했어요.' (꿈의 근육, 정진호, 길벗어린이)

우리가 여전히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보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달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정진호 작가의 신작 그래픽 노블 '나의 달을 지켜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푸른 화살 은하의 제726 우주 탐사대 요원 새로는 비행 도중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태양계로 진입해 달에 불시착하고 만다. 그러나 비상 생존 장치는 데이터 오류로 달이 아닌 지구라고 알려준다. 새로는 하늘에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보며 '너무 아름다운 달'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달(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전쟁을 벌이며 달(지구)을 망쳐놓으려 한다. 새로는 자신의 행성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버려가며 사랑하는 달(지구)이 망가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구하려고 한다.

외계인이라면 침공이란 단어가 떠올릴 정도로 때론 공포스러운 존재인데 정진호 작가님이 그린 외계인은 달토끼가 연상되듯 귀엽고 사랑스럽다. 외모만큼이나 마음도 순수해서 자신이 사랑하게 된 달(지구)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한다. 사랑한다면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게 당연한 것, 그걸 잊고 오늘도 어느 지구인들은 (자신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폭탄을 터뜨릴 궁리만 하고 있다.

마지막 반전은 이렇게 귀여운 새로 요원이 지구의 인간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 무려 15m나 된다. 심지어 인간은 달토끼들보다도 작다는 것! 세상 제일 잘난 존재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전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다행히 전쟁이 멈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향에는 못 가겠네요.
괜찮습니다. 나는... 달(지구)을 지켰으니까요.

#나의달을지켜줘 #정진호
#그래픽노블 #그림책 #길벗어린이
#서평단 #독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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