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선뜻 손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어려운 철학 용어와 명제 속에서 길을 잃을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시대는 급변하면서 현자들은 이럴수록 더욱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나같이 철학이 어려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선택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벨기에 철학박사 파스칼 세이스가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줬던 3~4분량의 원고를 모아 만든 철학 에세이다.  책을 둘러싼 산뜻한 이미지의 노란색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노란색은 지식이나 지적 능력을 나타내며 운동신경을 활성 하는'색이기도 하다.

총 50개의 짧은 글 속에는 정치, 역사, 문화, 예술, 신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철학적인 사유 거리를 던져준다. 계속된 질문들을 생각하다 보면 나와 동떨어진 것 같은 세상사 모든 일들이 나와는 무관하지 않고, 같이 고민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라디오 방송용 원고여서 그런지 가독성이 좋고 마치 파스칼 세이스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중간에 유머 가득한 이야기나 간결하고 날카로운 문장은 그녀가 어떻게 해야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수없이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여가며 책을 읽으면서 무관심했던 주위를 둘러보고 저자가 던진 질문들에 사유하면서 마치 뇌 요가를 한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 사유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자유를 향한 행위이다. (197p)

주변에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근간으로,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보인다면 코끼리를 움직여 봐' 나오는데 제목만으로는 알쏭달쏭 한 저자의 두 번째 책이 무척 기다려진다.

🔖침묵보다 더 강한 말이 있을 때에만 말하라. 그렇지 않다면 침묵을 지키라. (55p)

🔖철학은 오로지 비폭력적인 생각의 힘만으로 우리를 전향시키고, 인생을 바꾸고, 세상의 흐름을 바꾼다.(104p)

🔖전통적으로 불로 분노를 잠재우는 것을 지혜로 여겼다. 불로 분노를 키우는 것은 광기다. (83p)

🔖예술이 숨쉬는 공기만큼이나 필수적이고 유익한 이유는 성과 제일주의와 효율 지상주의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140p)

🔖낡은 세상은 죽어가고, 새로운 세상은 아직 태동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희미한 이때 괴물들이 등장한다. (191p)

#제공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공도서

사막화로 물과 나무는 귀해지고 대도시 부자들에게 나무를 팔아 살아가는 부족,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다.

부족 사냥꾼들이 힘들게 찾은 나무들은 자신들의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자원을 갖게 하는 돈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늙은 랑시엔은 '땅속 물을 붙잡고 있는 나무'들을 베면 안 된다고 경고하지만, 당장에 먹고 입을 것을 제공하는 나무를 포기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를 찾아 떠나는 사냥꾼 무리들에 끼고 싶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사마아. 사마아는 홀로된 엄마를 남겨두고 몰래 무리에 끼기 위해 모험을 떠나지만 뜻하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큰 구덩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상황은 극에 달한다. 

장장 100쪽에 걸쳐 사마아가 큰 구덩이에서 구출되기까지 그녀가 느끼고 관찰하며 겪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이뤄진다.  구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큰 나무로부터 자연의 섭리와 상호 공생의 자연스러움을 깨닫는다. 나무와 물이 서로를 해하지 않고 존재하는 모습에서 사마아는 랑시엔이 주장했던 말 나무, 볼레, 물에 관한 말들을 비로서 깨달아간다.  나무가 남기는 씨앗과 열매는 다음 세대를 잇게하는 여성의 출산의 모습과도 닮았다.

자연을 해치는 1등 주범은 인간이다.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고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은 자연을 점점 파괴시킨다.  나 또한 그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파괴된 자연 앞에 하루하루 역한 인공물 젤리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날을 맞이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책을 읽고, 사마아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연의 섭리를 체험했던 그 날것의 감정을 회복하고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좋은 환경생태소설
이다.

🔖
그렇지만 목재가 우릴 살리잖아!
아니, 나무가 살려, 솔라. 나무가 땅을 바꾸고 물을 끌어와. 동물이 그 그늘 아래에 살고 나무에서 영양분을 얻어...나무가 있어야 세상이 풍요로워. 없으면, 황량하지.(189p)

#사마아 #마리파블렌코 #동녘출판사
#곽성혜옮김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청소년소설 #환경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라도 미친x이 되지 않으려 발악하던 때가 있었다. 직장, 연애, 가족, 친구 어느 것 하나 지뢰밭 아닌 곳이 없었고, 나의 신경 한 부분을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대로 폭발할 것 같은.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해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때 나는 '거리 두기'를 하며 그 시절을 견뎠던 것 같다. 모든 틀어짐은 상대의 행동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에서 나온다는 나름의 결론으로 직장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뭐든 조금씩 거리 두기를 하며 나 자신의 원래 모습을 조금씩 복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자라오면서 남들과 조금 달랐고, 성인이 돼 ADHD 판정을 받은 정지음 작가가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스스로 보듬으며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국은 미치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낸다. 나는 작가의 어머님이 늘 욕먹어 찌그러진 자의 편에 섰던 것처럼, 정지음 작가도 어머님의 그 마음을 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을 찔러대는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친구들에게만큼은 창피를 줄 일이 생겨도 서로에게 뭉툭하게 굴어 주는 것만으로도, 반찬집 김치 장인 사장님을 위해서 김치 먹는 연습 한 번쯤은 해볼 수 있는 마음, 우리가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다 저런 작은 마음들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해맬 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우리모두가끔은미칠때가있지 #정지음
#빅피시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가제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괜찮다, 안 괜찮다 1~2 - 전2권 사계절 만화가 열전
휘이 지음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의 치매 진단은 자식에겐 쓰나미와 같은 일일 것이다. 일단, 병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병이 진행되는 동안 낯설어진 부모를 마주한다는 건 참 어렵고 슬픈 얘기다. 이처럼 치매라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병의 당사자보다는 그것을 함께 겪을 가족의 입장을 늘 먼저 생각해왔다.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현실적인 문제들.(이 책의 지호 씨 결혼 문제나 남동생이 겪는 말 못 할 일상의 어려움들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그러나 휘리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니 병의 당사자가 겪는 문제들과 고통이 느껴졌다. 치매는 누구보다 숙희 씨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숙희 씨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숙희 씨가 과거 인생의 가장 아픈 부분과 가장 행복한 시절이 번갈아 떠오르면서 현실과 혼동하는 모습에서 눈물이 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치매에 걸린 숙희 씨와 딸 지호 씨가 치매라는 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노력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노란 희망의 불씨는 계속 살아있다. 지호씨는 이전엔 알지 못했던 '숙희'라는 한 '여자'에 대해 서서히 알아간다. 엄마와 딸이라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한 여자 대 여자로서의 시각을 회복한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보호만 해줘야 하는 그저 나약한 어린애가 아니다. 나는 지호 씨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게 대견하고 예쁘다. 엄마가 돼보니깐, 자식들한테 무시당하는 게 제일 속상하고 힘들 것 같다.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고, 슬프고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때론 유머도 있는 휘이 작가의 그림들은 참 따뜻하다. 치매를 겪는 당사자도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도 이 책을 통해 따뜻한 기운을 얻지 않을까. 이 책의 내용은 픽션이지만 실제 작가님의 어머님도 치매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고 한다. 🥲

치매는 유전일 가능성이 높고, 비만일 경우 그 확률이 더 높다니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

#서평단자격으로작성된글입니다
#괜찮다안괜찮다 #휘이 #웹툰
#코믹스 #사계절 #만화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와 사고뭉치 에밀 시리즈만을 읽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은 웃기고 신나고 재밌다고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순난앵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알던 작가의 책인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한 관찰과 묘사가 꽤 오랫동안 머리와 가슴에 남았다. 병으로 오랜 침대생활을 했던 딸은 역사적인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가 탄생하게 했지만, 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작가에게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

'어스름'은 아주 어두워지기 전의 붉고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저녁시간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어스름한 때는 환하여 자신이 온전히 드러나는 시간이 아니며, 아주 어두워 모습이 완전히 감춰지는 때도 아닌, 조금은 희미하고 환상적이기도 한 시간이다. 예란이 다시는 못 걷게 될 거라는 말을 들은 날, 절망에 빠져 어둠 속에 완전히 묻힐 뻔했지만, 어스름한 순간에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와 예란을 어스름 나라에 하늘을 날아 데리고 간다. 예란은 어스름 나라에 가는 길에 전차도 운전해 보고, 어스름 나라의 왕도 만나고, 버스도 운전해 보고, 동물원도 구경 가고, 친구랑 춤도 춘다. 어스름 나라에 있는 백합의 집은 늘 햇빛이 비치며 예란이 생일 선물로 받은 낚싯대로 낚시도 할 수 있다.

어스름의 나라에선 그 무엇도 가능하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예란이 걸을 수도 있고 날 수도 있는 곳, 어스름의 세계, 그 세계로 인도하는 백합 줄기 아저씨는 늘 한결같이 '괜찮아,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라고 말한다. 어스름의 나라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 책을 보는 예란의 얼굴은 누구라도 밝고 환해졌다고 느낄 것이다.

어스름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담아낸 일러스트가 책의 내용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상처받은 어린이들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는 책, 어른인 나도 어스름 나라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나고 만다.

#책은너를어디로든데려가줄수있어 🏃‍♀️👩‍🦽👩‍🦯👩‍🦼🧑‍🦽👨‍🦯

#엄지소년닐스 #단편집 에 나온 단편
#어스름나라에서 #아스트리드린드그렌
#마리트퇴른크비스트 #창비 #린드그렌
#책추천 #그림책 #창비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