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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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시리즈와 사고뭉치 에밀 시리즈만을 읽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은 웃기고 신나고 재밌다고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순난앵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알던 작가의 책인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한 관찰과 묘사가 꽤 오랫동안 머리와 가슴에 남았다. 병으로 오랜 침대생활을 했던 딸은 역사적인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가 탄생하게 했지만, 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작가에게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

'어스름'은 아주 어두워지기 전의 붉고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저녁시간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어스름한 때는 환하여 자신이 온전히 드러나는 시간이 아니며, 아주 어두워 모습이 완전히 감춰지는 때도 아닌, 조금은 희미하고 환상적이기도 한 시간이다. 예란이 다시는 못 걷게 될 거라는 말을 들은 날, 절망에 빠져 어둠 속에 완전히 묻힐 뻔했지만, 어스름한 순간에 백합 줄기 아저씨가 찾아와 예란을 어스름 나라에 하늘을 날아 데리고 간다. 예란은 어스름 나라에 가는 길에 전차도 운전해 보고, 어스름 나라의 왕도 만나고, 버스도 운전해 보고, 동물원도 구경 가고, 친구랑 춤도 춘다. 어스름 나라에 있는 백합의 집은 늘 햇빛이 비치며 예란이 생일 선물로 받은 낚싯대로 낚시도 할 수 있다.

어스름의 나라에선 그 무엇도 가능하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예란이 걸을 수도 있고 날 수도 있는 곳, 어스름의 세계, 그 세계로 인도하는 백합 줄기 아저씨는 늘 한결같이 '괜찮아,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라고 말한다. 어스름의 나라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 책을 보는 예란의 얼굴은 누구라도 밝고 환해졌다고 느낄 것이다.

어스름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담아낸 일러스트가 책의 내용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상처받은 어린이들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는 책, 어른인 나도 어스름 나라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나고 만다.

#책은너를어디로든데려가줄수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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