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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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제공도서

🔖스펙터클의 사회에선 자아와 세계의 경계,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소멸된다. 가상의 조직이 믿게 하는 허위의 이미지는 개별적 인간에 의해 경험된 모든 진리를 억압하며, 스펙터클에 지배된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휩쓸린다. 기 드보르 (229p)

프랑스에 거주하며 한국 사회 속 약자와 소수의 권리, 올바른 정치를 위해 거침없는 의견을 피력해온 목수정 작가는 프랑스의 현재를 알리며 한국이 현재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을 보게 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의견과 방향을 제시한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부유세를 폐지하고 친자본주의 정책을 펼치며 공공부문,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팬데믹 상황이 되자 '공포정치'를 펼치고 통제와 봉쇄정책으로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는다. 마크롱 정부의 과도한 세금 정책에 맞서 거리로 나온 '노란조끼'는 중앙조직도 지도자도 없다. '민중이 스스로 연대하는 삶에 대한 해답(160p)'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사람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노란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고, 지구 환경 문제를 외면하는 어른들을 비난하며 아이들은 학교 밖 거리를 행진한다. 이들이 나설수록, 시끄러울수록 공동체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28p)을 가지는 것은 개개인이 공동체의 주체가 되는 것이며, 자본을 독식하려는 집단을 견제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멀티플렉스에 대항하는 공공 영화관 '멜리에스', 지역 재활용 운동을 선두하는 '라 칼리포니', 도서정가제 위에 우뚝 선 동네 서점, 음식물 쓰레기나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시의 노력, 생태ㅡ사회 정의를 위한 다양한 투쟁은 공동체의 상생을 돕는 것을 뛰어넘어 환경과 지구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가 빗나가는 제도와 정책을 남발하는 근본 이유는 프랑스가 출산 대국이 되기까지 펼친 연금술들을 들여다보면 밝혀진다. 출산 문제는 양육수당을 남발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제도나 정책 이전에 여성의 다양한 선택권을 인정하고 평등한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에 있어 긴축재정을 펼치는 마크롱 정부하에 교육의 질이 날로 불평등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에 앞서 장기 실업을 극복하고 노동정책이 성공해야 하며, 최저 임금이 올라야 하고. 주거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134p)

다소 충격적이었던 4장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가 공포를 이용해 전체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우려한다. WHO와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커넥션, 제약회사 부정의 관행, 백신과 PCR 검사의 이면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정부를 믿고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 지지자의 미덕이 아니라 토론과 판단과 비판과 지지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거론된 빌 게이츠의 기부 산업은 충격적이었다.)

프랑스가 현재 우리와 비슷한 문제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면서 거기에서 지혜를 찾는다. 저자의 날카롭고 뼈 때리는 말이 가득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듯하다.

🔖우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태어났다. 생각하는 인간, 지혜로운 인간, 제 머리로 사고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현생 인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시간이다.(311p)

#시끄러울수록풍요로워진다
#목수정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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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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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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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친할머니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돌아가셨다. 부모님께서 맞벌이해야 하는 상황이라 나는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님께 1,2년 정도 맡겨졌던 걸로 안다. 아주 흐릿하게 나는 기억이라곤 할머니가 운영하셨던 작은 구멍가게와 동네 애들과 푸르고 따뜻한 논밭, 그리고 아빠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노래를 불러 승객들이 웃었던.. 그런 조각난 기억 몇 개일 뿐이다. 기억이라기보다는 흑백사진 같은.

웃는 모습이 조금 대장부 같았던 할머니의 얼굴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런 내게 할머니의 포근한 사랑이라는 것은 남이 먹는 달달한 포도알 같다.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은데 내 것이 아니어서 과즙을 흘리며 양볼 가득 넣고 먹을 수 없는 포도알. 나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입안 가득 느껴지는 달달함과 눈으로 느껴지는 그리움으로 읽어나갔다.

돌아가신지 오래되어 희미해진 할머니의 사랑은 딸 꿀짱아를 키우면서 조금씩 회복된다. 사랑을 받는 손녀라는 객체에서 엄마라는 주는 주체로 자리 변환이 이루어지는 순간 피부에 고스란히 스몄던 할머니의 사랑이 올라오는 것이다. 사춘기 딸과의 일상 소통이 꽉 막히자 할머니의 사랑 사랑 속에서 육아의 지혜를 발견한다.

👵'그려, 안 뒤야, 뒤았어, 몰러, 워쪄'의 매직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할머니의 언어는 단순하고 '당신의 기분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아이의 정신적 확장에 장단을 맞춰 몸을 낮춘다. 함박웃음을 짓고 관용을 베푼다.

🔖할머니에게서 배운 사랑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주는 평화'일 것이다. (6p)

작가는 '애쓰고 걱정함을 내려놓고 그저 기특하게 지켜보고 공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할머니가 나에게 주신 것들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8p)라고 했다. 이 미니멀적인 사랑은 단순하지만 단단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다. 어쩌면 빠르고 각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친 우리 모두에게 회복되어야 하는 감정일 것이다.

큰애의 긴 입시 레이스에 오르면서 아이도 나도 무척 예민해 있었다. 내 아무리 현란한 언어 드리블과 온갖 잡다한 입시 지식을 늘어 놓는다 해도 큰애의 입시 부담을 줄여줄 순 없을 것이다. 기대나 격려보다는, 그저 '저런' 의 공감과 안쓰러움의 말이나 '뭐 꼭 그럴 필요는 없어'라는 관용의 두 마디 말이 오히려 더 아이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대단하고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순 있지만 그녀가 주는 용기와 격려는 역시 대단한 것이다.

🔖이전에 살았던 세계는 학교, 직장, 문화, 친구, 성취와 우정의 세계였다. 모두 두 글자 이상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세계는 쉬, 똥, 침, 코, 토, 잠, 젖, 신기하도록 모두 한 글자였다. (34p)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갈등들이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부대낌의 문제인 것을 그분은 알고 있었다. (63p)

#나의아름다운할머니 #심윤경
#사계절출판사 #독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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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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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칵테일, 러브, 좀비>로 일약 나의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오른 조예은 작가님의 신간, <트로피컬 나이트>는 총천연색의 꿈 같은 8편의 단편을 실은 작품집이다.

책을 받자마다 근사한 커버 이미지에 놀라고, 책을 읽고 한 번 더 놀랐다. (커버 곳곳에 숨겨진 각 단편들의 주인공들! #이빈소연 작가님이 너무 잘 그려주셨다.)

산다는 것은 살아내야 하는 것처럼 큰 힘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할로우 키즈>에서 '나를 상처 주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12p)' 재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無존재감을 (문득, 돌아본 거울 안에 제가 없었습니다. 11p) 경험한 후 완벽하게 사람들 사이에 숨기로 한다. 不존재함으로써 존재감을 갖게 되는 할로우 키즈가 된 것이다. <고기와 석류>에서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남은 옥주는 죽는 순간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직면하고 자신의 살점을 바쳐서라도 죽는 순간 타인(그것이 좀비일지라도)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이다.

<릴리의 손>에서 벌어진 시공의 틈으로 인해 끊어진 연주의 의수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시공을 초월해 릴리와 연주의 감정과 교감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 모든 순간, 누군가의 손은 늘 연주의 곁에 있었다.(102p)') 엄마에게 자기 가치를 끊임 없이 증명해야 했던 유리가 스스로 갇히기를 선택했을 때 그녀는 떡국을 들고 찾아온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밉지만 그리웠던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연우'라는 존재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였다는 깨달음은 유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연우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왔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트랩에 갇힌 주인공들의 이야기인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는 이전 작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뒤죽박죽된 시간의 꼬임을 하나씩 풀면서 운명의 끝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작가님의 작품들은 판타지에 공포나 스릴러가 첨가된 장르물이다. 작품들은 인간의 환상만을 구현하거나 말초 자극적인 공포를 드러내지 않는다. 환상이나 공포를 빌려 인간의 본성이나 회복해야 할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외롭다고 느끼는 우리들은 늘 연대하고 손을 잡아야만 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따뜻함도 남는다.

🔖어떻게 타인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해?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이상 (94p)

🔖무서운 건 먼지들이 아니라 사람이다.(178p)

🔖죄책감은 공포와 아주 기밀하게 이어져 있으니까. 어린 시절에 소중한 뭔가를 상실한 경험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흔적을 남긴다. (223p)

🔖끔찍한 상실감에서 도망치는 법 같은 건 없다. 대신 슬픔에도 시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 알았다. (239p)

#트로피컬나이트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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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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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이 책은 주성철 영화평론가의 첫 영화평론집이다. 영화 평론이라 내심 어려운 이론과 전문 용어들이 뒤범벅된 날카로운 평론집일까 걱정했지만, 어렵지 않게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바람처럼 내가 아는 영화에 몰랐던 이야기의 살이 붙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재밌게 볼 수 있게 됐고, 시야를 확장시킨 기분이다.

책을 읽으며 기존에 봤던 영화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영상들을 찾아보며 읽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도 동시에 느꼈다.

감독관에 등장하는 감독들은 기존의 작품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켄 로치 감독처럼 자신의 신념을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여주기에 작품 자체가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우관에서는 현재의 배우 전도연을 만든 그 출발점인 영화 접속을 오랜만에 접했다. 접속을 시작으로 밀양, 무뢰한 거치면서 연기 도약을 거듭한 그녀의 지금 연기는 가히 최고다.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을 가진 것도 재능이다. 배우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카멜레온처럼 영화마다 돌변하는 배역 그 자체인 배우들이다.

장르관에서는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홍콩 누아르 (조언대로, 영웅본색 다시 보고 싶었다.)와 B급 영화, 프랑스 영화, 한국 공포영화 등 여러 장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 단편관에서는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작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영화를 더 풍성하게 즐기도록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영화들의 뒷모습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것 같아 즐거운 독서가 됐고, 첫 번째에 이은 두 번째, 세 번째 평론집도 기대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매 작품 임할 때마다 자기 자신과 이전의 작업을 의심하며 그 스스로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직업인으로서의 영화감독에게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진정 위대한 예술가다. (39p)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曰,) 영화는 사람을 판가름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며, 감독은 신도 재판관도 아니다.(115p)

🔖전도연은 과대평가하는 사람조차 과소평가하는 영역이 있는 배우다. 그 어떤 말로도, 그 누구라도 이 배우의 위대함을 다 표현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은 원래 평가받는 존재가 아니니까. (194p)

🔖주윤발이라는 스타, 새로운 현대적 감각의 홍콩 등 정서적인 면을 떠나 <영웅본색>은 왜 이런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영화적 기법의 교과서'라는 점이 눈에 띈다.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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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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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이후로 나온 윤혜정 님의 첫 번째 예술 에세이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을 통해서 예술가들의 면면을 끌어내 보여주는 저자의 인터뷰 질문들과 자세에 나름의 깊은 인상을 받았던 나는 저자의 예술 에세이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이전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예술적 순간들을 저자의 일상에 직접 적용시키면서 '삶은 곧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에 조우해 생겨난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 작가가 마침 어떤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뜻하지 않은 인연에 가까운 (14p) 것들이다.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 이렇게 총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그녀의 삶과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시켰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작품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저자는 작품 앞에서 마음의 치유가 일어나고 어떤 깨달음이 있을 때면 🔖단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가 예술을 곁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49p) 말한다. 예술작품은 결국 자기 자신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충실하게 해준다.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엔 다양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예술은 또한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는 곳을 보게 하며, 자신을 바라보게도 한다. 예술작품은 마치 한 권의 철학 책을 읽는 것처럼 관객을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녔던 전시회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보게 된다. 어렵고 학구적인 이론이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인간 대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으로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작품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삶이 곧 예술이 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 조금씩 든다.

🔖결국 인간으로서 온전히 '예술을 사랑한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충만함과 상실감, 신비로움과 두려움,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느낌, 자신의 안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두 감정 사이의 혼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작가든, 관람객이든 예술 앞에 선 모든 인간은 갸륵하다. (49p)

🔖언제부터 내게 미술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이자 관계를 고찰하는 통로이며, 사유를 경험하는 방도가 되었다. (107p)

🔖미술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작품을 함께 보면서 불안정성을 느끼는 게 비폭력적이고 내향적인 공존의 길이라고, 이 세상에서 함께 존재함을 경험해 보라고, 관심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보라고 다독이는 것이다. (113p)

🔖"미술은 복원이다. 그 목적이란 삶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 개인의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파편화된 대상을 완전히 무엇으로 만드는 일이다."(277p)

#인생예술 #윤혜정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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