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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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칵테일, 러브, 좀비>로 일약 나의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오른 조예은 작가님의 신간, <트로피컬 나이트>는 총천연색의 꿈 같은 8편의 단편을 실은 작품집이다.

책을 받자마다 근사한 커버 이미지에 놀라고, 책을 읽고 한 번 더 놀랐다. (커버 곳곳에 숨겨진 각 단편들의 주인공들! #이빈소연 작가님이 너무 잘 그려주셨다.)

산다는 것은 살아내야 하는 것처럼 큰 힘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할로우 키즈>에서 '나를 상처 주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12p)' 재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無존재감을 (문득, 돌아본 거울 안에 제가 없었습니다. 11p) 경험한 후 완벽하게 사람들 사이에 숨기로 한다. 不존재함으로써 존재감을 갖게 되는 할로우 키즈가 된 것이다. <고기와 석류>에서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남은 옥주는 죽는 순간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직면하고 자신의 살점을 바쳐서라도 죽는 순간 타인(그것이 좀비일지라도)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이다.

<릴리의 손>에서 벌어진 시공의 틈으로 인해 끊어진 연주의 의수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시공을 초월해 릴리와 연주의 감정과 교감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 모든 순간, 누군가의 손은 늘 연주의 곁에 있었다.(102p)') 엄마에게 자기 가치를 끊임 없이 증명해야 했던 유리가 스스로 갇히기를 선택했을 때 그녀는 떡국을 들고 찾아온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 밉지만 그리웠던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연우'라는 존재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였다는 깨달음은 유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연우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왔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트랩에 갇힌 주인공들의 이야기인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는 이전 작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뒤죽박죽된 시간의 꼬임을 하나씩 풀면서 운명의 끝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작가님의 작품들은 판타지에 공포나 스릴러가 첨가된 장르물이다. 작품들은 인간의 환상만을 구현하거나 말초 자극적인 공포를 드러내지 않는다. 환상이나 공포를 빌려 인간의 본성이나 회복해야 할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외롭다고 느끼는 우리들은 늘 연대하고 손을 잡아야만 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따뜻함도 남는다.

🔖어떻게 타인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해?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이상 (94p)

🔖무서운 건 먼지들이 아니라 사람이다.(178p)

🔖죄책감은 공포와 아주 기밀하게 이어져 있으니까. 어린 시절에 소중한 뭔가를 상실한 경험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흔적을 남긴다. (223p)

🔖끔찍한 상실감에서 도망치는 법 같은 건 없다. 대신 슬픔에도 시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처음 알았다. (239p)

#트로피컬나이트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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