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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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이 책은 주성철 영화평론가의 첫 영화평론집이다. 영화 평론이라 내심 어려운 이론과 전문 용어들이 뒤범벅된 날카로운 평론집일까 걱정했지만, 어렵지 않게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바람처럼 내가 아는 영화에 몰랐던 이야기의 살이 붙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재밌게 볼 수 있게 됐고, 시야를 확장시킨 기분이다.

책을 읽으며 기존에 봤던 영화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영상들을 찾아보며 읽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도 동시에 느꼈다.

감독관에 등장하는 감독들은 기존의 작품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켄 로치 감독처럼 자신의 신념을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여주기에 작품 자체가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우관에서는 현재의 배우 전도연을 만든 그 출발점인 영화 접속을 오랜만에 접했다. 접속을 시작으로 밀양, 무뢰한 거치면서 연기 도약을 거듭한 그녀의 지금 연기는 가히 최고다.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을 가진 것도 재능이다. 배우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카멜레온처럼 영화마다 돌변하는 배역 그 자체인 배우들이다.

장르관에서는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홍콩 누아르 (조언대로, 영웅본색 다시 보고 싶었다.)와 B급 영화, 프랑스 영화, 한국 공포영화 등 여러 장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 단편관에서는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작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영화를 더 풍성하게 즐기도록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영화들의 뒷모습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것 같아 즐거운 독서가 됐고, 첫 번째에 이은 두 번째, 세 번째 평론집도 기대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매 작품 임할 때마다 자기 자신과 이전의 작업을 의심하며 그 스스로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직업인으로서의 영화감독에게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진정 위대한 예술가다. (39p)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曰,) 영화는 사람을 판가름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며, 감독은 신도 재판관도 아니다.(115p)

🔖전도연은 과대평가하는 사람조차 과소평가하는 영역이 있는 배우다. 그 어떤 말로도, 그 누구라도 이 배우의 위대함을 다 표현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은 원래 평가받는 존재가 아니니까. (194p)

🔖주윤발이라는 스타, 새로운 현대적 감각의 홍콩 등 정서적인 면을 떠나 <영웅본색>은 왜 이런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영화적 기법의 교과서'라는 점이 눈에 띈다.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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