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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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비탄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23p)

비탄과 애도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즘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우리에게 상실의 경험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상실이 가져오는 비탄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공간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그 큰 슬픔의 터널을 어떻게 지나오느냐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영영 그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탄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우리가 터널 끝의 불빛을 볼 수 있다면, 우리가 비탄을 약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존의 낡은 관점은 새로운 관점이 열리기 때문에 밀려난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헤쳐 나아가는 방식이다...우리 삶이 필연적으로 반복된 상실을 수반할지라도, 고찰없는 상실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온다.

평생을 수학자로서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기하학으로 비탄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준 관점을 개괄해 나가며, 기하학이 상실감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

기하학이나 프랙털처럼 다소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등장하지만,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저자가 프랙털 기하학을 통해 비탄을 이해하고 관점을 바꾸며 그 힘을 약화시키는 과정 자체가 위로가 되는 여정이었다. 저자는 비탄 탐사의 길에 진정으로 열정이 있었기에 그 효과도 나타났으리라.

마지막, 저자는 기하학의 관점이 유일하지 않으며 각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이용해(영화, 체스, 요리 등) 비탄을 약화시킬 투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 인생의 이야기 공간을 지나는 경로가 비탄으로 인해 끊김과 도약이라는 것이 만들어짐을, 비탄은 자기 유사성을 띠고 있어 어떻게 투영하느냐에 따라 비탄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으며 심지어 남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다중우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사랑하는 이를 돌이킬 수 없이 잃은 참담한 순간에, 어떤 평행 우주나 어떤 먼 미래에 비탄의 불길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은 또 다른 내가 있을 것'(73p)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비탄을 겪어 온 한 老수학자의 비탄에 대한 탐구과정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무기력하게 비탄의 늪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다정하게 공감의 손을 내밀고 있다.

🔖비탄은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는 우발적인 사건을 비탄할 수 없고, 예견된 비탄이란 없다. 그리고 남의 비탄을 어렴풋하게라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그 방법은 공감이라는 렌즈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91p)

#수학의위로 #마이클프레임
#이한음옮김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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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프리 -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
린다 뉴베리 지음, 송은주 옮김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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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동물권, 제로 웨이스트, 탄소발자국, 채식 등의 단어들이 뉴스에서나 접하는, 나와는 동떨어진 것 같았지만, 최근 몇 년 관련 뉴스와 책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나와 관련 있는, 조금은 절박해진 의미로 점점 다가온다.

그러나 동물권 관련(채식) 책을 읽으면 부끄러움과 참담함으로 채식을 해볼 용기가 생기지만 이내 시들해지고 죄책감은 날로 쌓여간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설거지 바나 샴푸 바를 쓰고 비닐 사용을 줄이려고는 하지만, 한 번에 평생습관이 바뀌지 않듯이 편리함의 유혹은 여전히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뜻하는 이 책은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지만 환경, 생태계, 지구로 대상 범위가 확장돼 결국,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연 세계를 돌볼 책임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이 함께 잘 사는 것이 결국 인간이 지구에서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환경과 동물에게 해를 적게 주는 식으로 사는 것이다. 늘 잘 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노력 중이다.(10p)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가끔은 너무 느리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긴 일어난다. 그런 변화는 세상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덕이다. (12p)

리핑버니(www.leapingbunny.org 어떠한 동물실험도 하지 않았음을 보장한다.)를 확인하며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을 고르는 일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고 큰 변화이다.

한 해 한 사람당 섭취하는 육류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다. 도축용 동물들이 내뿜는 엄청난 탄소 배출량과 폐기물은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장용 축산은 동물들에게 해로운 구조로 돼 있다.

🔖육식을 줄이거나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기 위해 취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라도 다 좋다. 완전히 끊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63p)

지금 당장 고기를 안 먹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 안 먹는 날을 정한다든지 (#meatlessmonday 캠페인),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기 위한 관심과 노력부터 가져도 된다고 말한다.

동물 학대 방지 패션에 대한 관심과 패스트패션이 야기하는 과소비와 낭비 문제는 결국 지구환경, 생태계와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쇼에 나오는 동물들에게 행해지는 가학행위나 동물원이 진정 동물을 위하는 기능을 갖는 것, 정원이나 숲에서 보는 작은 벌레들조차 우리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상기시키며 책은 마무리된다.

올해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8일이었다. (www.overshootday.org) 이 말은 지구가 지속 가능하게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는 시점이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좀 더 지속 가능한 식으로 생활하여 날짜를 뒤로 미루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식을 더 많이 하고, 고기를 덜먹고, 자연을 돌보고, 낭비를 줄이는 일들이다.

하루라도 소비를 하지 않는 날이 있을까. 하루에 한 번씩 재활용과 일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과가 된 요즘이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온라인으로 장 보는 게 익숙해져서 코로나 이전보다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해졌다. 매일 반성하지만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규칙은 스스로 만드는 규칙뿐이다. (70p)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아니어도', '귀찮은데' '나는 힘들어', 라는 생각을 벗어나 관련 뉴스를 찾아 읽고, 책을 읽으며, sns 해시태그 운동도 해볼까, 또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고기를 안 먹을까 하는 작은 고민, 작은 실천까지 생각이 이르렀다면 변화는 시작'된'거라며 저자는 독자를 아낌없이 격려하고 토닥인다. 🥲

책 말미에는 다양한 참고 자료와 관련 사이트 해시태그 운동들이 정리돼 있다. 동물권 관련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윤리적 아름다움을 향한 작은 발걸음 👣

#채식
#제로웨이스트
#기후위기
#탄소발자국
#슬로패션
#아무것도사지않은날
#지구생태용량초과의날
#지속가능한삶
#고기없는월요일
#동물보호캠패인
#크루얼티프리
#재활용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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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을 지켜 줘
정진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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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
'아무도 달토끼를 찾지 못한 이유는 그곳에 신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일찍 떠나버린 탓이에요....달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날 때까지 지구인은 기다리지 못했어요.' (꿈의 근육, 정진호, 길벗어린이)

우리가 여전히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보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달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정진호 작가의 신작 그래픽 노블 '나의 달을 지켜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푸른 화살 은하의 제726 우주 탐사대 요원 새로는 비행 도중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태양계로 진입해 달에 불시착하고 만다. 그러나 비상 생존 장치는 데이터 오류로 달이 아닌 지구라고 알려준다. 새로는 하늘에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보며 '너무 아름다운 달'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달(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전쟁을 벌이며 달(지구)을 망쳐놓으려 한다. 새로는 자신의 행성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버려가며 사랑하는 달(지구)이 망가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구하려고 한다.

외계인이라면 침공이란 단어가 떠올릴 정도로 때론 공포스러운 존재인데 정진호 작가님이 그린 외계인은 달토끼가 연상되듯 귀엽고 사랑스럽다. 외모만큼이나 마음도 순수해서 자신이 사랑하게 된 달(지구)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한다. 사랑한다면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게 당연한 것, 그걸 잊고 오늘도 어느 지구인들은 (자신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폭탄을 터뜨릴 궁리만 하고 있다.

마지막 반전은 이렇게 귀여운 새로 요원이 지구의 인간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 무려 15m나 된다. 심지어 인간은 달토끼들보다도 작다는 것! 세상 제일 잘난 존재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전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다행히 전쟁이 멈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향에는 못 가겠네요.
괜찮습니다. 나는... 달(지구)을 지켰으니까요.

#나의달을지켜줘 #정진호
#그래픽노블 #그림책 #길벗어린이
#서평단 #독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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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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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에는 패딩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쩍 추워진 날씨다. 이런 때에 서핑하는 이야기라니! 나에게 서핑은 베드 서핑일 뿐.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서퍼들의 성지, 강원도 양양의 파도는 추운 겨울이 돼서야 서핑하기 좋은 높이고 사람들도 없다는 것. 게다가 바다의 수온은 육지보다 2-3달 늦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10년을 살았음에도 서핑을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제이는 뜻하지 않게 큰이모로부터 상속받은 양양 해변 아파트에 찾아가고, 우연치 않게 아파트 주변 술집에서 만난 서핑 강사 양미 씨에게 서핑 강습을 받게 된다.

🔖서핑하는 정신은 '자유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 (307p)

자신이 이기고 싶은 싸움이 뭔지, 꽉 막힌 듯 답답하고 화는 나지만 누구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는 제이는 코엑스 광장의 커다란 수조 안에 갇힌 파도 같다. 양양에서의 서핑 강습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제이의 주변 상황은 그대로이고 제이에게 엄청난 심적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그녀는 이제 '보통의 사람이 보통의 삶을 살면서 보통의 서핑을 하는 것에 관심'(233p)이 생겼을 뿐이다. 그러나, 이전처럼 자기 자신에 침잠하기보다는 자신 너머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조금 생겼다. 하와이에 살 때 주변이 온통 서핑이라는 공기로 채워져 나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인생을 서핑에 비유하는 뻔한 메타포와 클리셰를 경멸하고 서핑이라고 해봐야 베드 서핑만 하던 그녀가, 이제는 '진짜 서핑'을 하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Jack Johnson이라는 가수를 알게 돼 기뻤다. 잭 존슨의 'In between dreams' 앨범 커버엔 이 책에 나오는 나무 윌리윌리가 그려져 있다. 실패한 서퍼인 잭 존슨은 바다를 동경하는 윌리윌리에게 '바다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위험하다.'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Jack Johnson과 Beach boys의 노래를 들으니 하와이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최소한 양양 서피비치의 한 빈백에 앉아 라임 조각을 끼운 코로나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서퍼들을 바라보며.

내가 서핑을 배우는 일은 요원할 수 있겠지만 머릿속으로는 롱보드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상상하기 쉽다. 양미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패들, 패들, 업, 원 투! 반복해 말하니 기운이 나는 느낌이다.
나를 위로하며 다독이며 자유롭게 하는 구호 같은.
어차피 나를 위로하는 건 나 자신이니깐.

🔖하나가 나쁘면 하나는 좋다. 세상은 그렇게 시소처럼 양쪽으로 기울게 만들어져 있다고. (11p)

🔖위대한 게 뭔데?
지지 않는 거.
뭐에 지지 않는?
자기에게 지지 않는 거. (27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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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김해서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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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김해서 작가의 '자기 자신 찾아가기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타인을 위해 모범생의 옷을 입던 시절에서, '삶의 상한 부분을 슬쩍 덮어 보려는 속셈'일까 기어코 등단하려 애를 쓰던 시 지망인으로의 삶에 이어 현재의 작가 김해서가 되기까지 그녀의 인생에는 많은 시의 문장과 언어들이 얼기설기 때론 촘촘하게 직조돼 있다.

유독 슬플 때, 그녀는 시의 언어를 만들어 자신을 위로했다.
그녀의 시는 '잊을 수 없는 것을 꺼내 다시 멋대로 그려보는 일'(22p), 슬픔을 시의 언어로 바꾸는 것은 연탄재를 눈밭에 굴리고 눈을 덧붙여 하얀 눈공을 만들어 반짝 빛나 보이도록 만드는 것처럼 그녀는 시적인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시로 치환된 슬픔들은 그녀를 위로한다. 그녀가 시를 사랑하는 것은 필연이다.

시집으로 독자들과 처음 만나고 싶었겠지만 작가님은 산문을 택했다. 시와 산문은 확실히 다른 장르지만 '쓰는 감각에 몰두'하고 자신을 '지면 위에 흘려보내는' 일이 산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쓰는 감각'에 충실한 작가님을 보니 언젠가 작가님의 '반짝이'는 산을 이루고, 그 산은 지망인 박해서가 아닌, 박해서 '시인'의 시집으로 탄생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리 나이를 먹어도 늘 책을 읽으며 배운다. 김해서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며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인정하며 자신답게 사는 것,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채운다는 믿음, 주변 사람들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깊이에 감동을 받는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책에 붙은 파란 인덱스들은 작가님 문장들에 공감한 마음이니 답장이 아닐까.

🔖나는 언제나 내가 감내할 수 있을만큼 불편해보려는 사람이다. 끼어드는 사고에 기꺼이 들이받는다. (7p)

🔖침묵:마침표가 없는 점자책 (27p)

🔖나는 여태 시인이 되지 못했고 목화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변변찮은 벌이로 변변찮은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는 일은 변변찮은게 아니니까, 잘 살고 있다고 봐야겠지. (38p)

🔖이제는 남의 인정과 상관없이 내 시가 좋아. 나만의 토양이 된 것 같거든. 옛날엔 시가 너무 소중해서 양손으로 모시고 다녔는데, 손틈 사이로 놓친 시까지도 다 내 밑바닥이 된 것 같아. 어떤 식으로든 내가 착지하는 곳. 내 자신이 싫고, 사람들이 밉고, 돈에 질식당할 것 같아도, 엎어질 곳이 시라고 생각하면 든든해. 움켜지지 않아도 그냥 내 안에 있어. (39p)

🔖행복의 기준을 자기 자신이 세운다면 어떤 거절과 실패 앞에서도 나는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확보한 작은 행복만큼 나의 아웃라인은 선명해진다........
우리는 행복을 증명할 이유도, 행복하기 위해 앞장설 필요도 없다. 그냥 살면 된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방식으로.(70-71p)

🔖흐르는 대로 살면 그럭저럭 살아진다고 말하고 다녔다.....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 사람에겐 늘 다음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이러한 삶의 태도는 내가 아는 가장 따뜻한 절망이자 가장 성실한 모험이라는 것. (115-116p)

🔖엄마는 나를 낳고 나는 엄마를 낳았다. 이 사랑의 경험만큼 강렬한 건, 어디에도 없다.(250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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