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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한 권의 책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그 영향은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는다.
p.22
"대통령의 부주의한 꿈이 나라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홍보 사진에 있던 글이 심금을 울린다.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실은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구입하지 않았다] 는 기사의 문장을 첨부하고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다. 김용현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히틀러 자서전이라는 얘기에 왜 사람들이 경악했겠는가.
지도자가 읽은 책은 단순한 개인의 사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의 방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전 대통령들의 독서 목록을 보며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의 골조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3의 물결>을 읽으며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유의 종말>을 읽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꾸준히 책을 추천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읽어나간 책과 그의 연설문들에서 그가 꿈꾸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고, 그에 대한 공감을 국민에게서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씨의 나라를 짐작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상식 밖인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그에게는 구체적인 국정 운영의 방향이 없었고, 한 번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존재하지도 않는 독서 이력보다 유튜브 시청 내역을 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이럴 거면 재작년에 왜 김건희 씨가 도서전에 와서 그 난리를 치고 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정식 출간도 되기 전에 2쇄 중쇄를 했다. 단지 대통령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이 그의 철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 영향이 정책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줄 뿐인데 국민들은 그의 책장에 관심이 많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의 이력은 개인을 넘어 나라의 현실이므로. 그의 과거가 오늘의 정책이 되어 미래를 그려내므로.
'책 안 읽는' 대통령이 위에 선지 2년 반이 지났다. 전 정권만 해도 대통령이 추천해 주는 책을 구경하고 추천사를 읽었었는데, 2년 사이에 그 재미를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원한다. 그에게 미래를 사유할 힘과 확실한 국정 철학이 있기를 바란다.
+ 김대중 대통령의 글을 읽으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 싫어, 인간 때문에 다 망했네' 이러고 있는데 그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재조립해보고 구상해본다고 했다. 대통령 그릇이 확실히 따로 있는게 틀림없는거 같다.
사실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고 조작되었을 뿐이다. 희망은 충분하다. 지금도 가정에서, 거리에서, 회사에서 더 많은 사람이 친절을 베풀고 서로를 돕고 있다. 폭넓게 전염되고 있다. "인간의 선함을 옹호한다는 것은 조롱의 폭풍을 뚫고 나가야 함을 의미"(브레흐만)하고, "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시인이나 성인, 또는 변절자들의 특권"(에코)이었지만 이제는 모두의 것이 되었다. 우리는 우정과 친절, 협력과 연민을 용감하게 드러내야 한다. / p.59
매국은 언제나 애국이라는 가면을 쓴다. 국가의 이익,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주장 뒤에 자신들의 이익을 감춘다. 따라서 민족 전체를 폄훼하고 상황을 스스로 악화시키는 것은 매국의 고유한 패턴이다. 국민을 그저 '혜택받는 대상'으로 타락시키기 위해 오래도록 사용한 수법이다. 자신들만의 대의인 매국을 위해 개인은 희생돼야 마땅하다. / p.168
<소년이 온다>에서 김진수를 기억하는 '나'도 그랬다. 그는 양심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 자각한다. 시신들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시민들과 함께 공수부대의 총구 앞에서 섰을 때, 그는 자신 안에서 깨끗한 무엇을 발견하고 놀란다. 바로 양심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한 번쯤 겪어봄 직한 느낌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거대한 혈관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생생함에 닿았을 때 우리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지금 죽어도 후회없을 것 같은 경지에 다다른다. 그것은 양심이 가져다주는, 숭고한 심장의 맥박이다. / p.192
돌아보면 한국의 진보는 도덕적인 이들과 함께할 때 훨씬 적극적이었고, 훨씬 너그러웠다. 억압과 패배, 절망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시민들도 박수를 쳤다. 한국 보수의 귀가 빨개진 까닭도 그것 때문이다. 그래서 권위주의는 한국의 진보에게 비도덕의 탈을 씌우려고 안달했던 것이다. 다시 태도가 절실하다. 도덕적 지도자의 등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 p.210
*하니포터 9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