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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엄마는 그곳에 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 말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것이 다. / 첫 문장, <여름방학>
'셋셋' 시리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목적 하에 한겨레출판과 한겨레교육이 진행하고 있다. 책을 고르다 보면 아는 작가의 작품, 익숙한 맛에 이끌리는 인력(引力)이 강하게 작용하게 되므로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쉽지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단편집. 진짜 처음 만나는 작가들의 이름이 사람을 설레게 한다. 『셋셋 2025』에는 새로이 문학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게끔 하는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 위치한 신인의 작품 6편이 모여 있다.
'구원이란 정말 특별한 것일까'. 많은 소설이 구원을 묻는다. 딱히 이 단편들만 묻는 질문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질문이지만 사회가 심란한 근래에 조금 더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은 특정 개인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공포를 느꼈다. 그 공포에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큰 비극이 발생했다. 연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ptsd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불안함에 잠을 자지도 못하고 자다가도 공포에 깨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유지와 평범한 하루, 그리고 바로 옆에서 나와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구원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소설은 작은 위안이자 숨통이 트이는 안전지대가 된다.
이지연의 <아이리시 커피> 속 희수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덮친 괴한으로부터 아르바이트생 소미가 살해당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희수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막지도 못했고 경찰과 구급차를 부르지도 못했다. 방관했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수의 손을 잡아준 것은 소미의 어머니다. 피해자가 피해자에게 내미는 손길, 그 연대가 있었기에 희수는 현실을 다시 마주할 수 있고 서로의 얼굴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서희의 <지영>에서 말하듯 구원이란 그런 것이다. 이해와 공감이면 충분한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거나 교회에 나가 신실하고 열정적으로 신에게 구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손에서 전해질 수 있다.
"사람들이 그 문장을 어떻게 완성하는 줄 알아?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부모님이나 아이를 생각해서 살아간다, 보통은 그런 식이야. 그러니까 사람들은 살아가는 일을 생각할 때면 관계를 떠올려. 너한테는 그런 관계가 되어줄 만한 누군가가 있니?"/ p.61, <지영>
소설가들의 눈을 통과하여 선정된 단편집에 아쉬움을 말하는 것에는 다소 용기가 필요하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게 요즘 한국 신인 문학의 트렌드라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부드럽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크게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작품이 적다. 현실은 냉혹하고 우리는 일상을 버텨야 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평범함에 건네는 위안이 내게는 너무나 밍숭맹숭하게 느껴졌으므로.
그러나 이 소설은 분명 시의적절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학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도록, 독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글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벼려낸 이야기임에는 확실하다. 구원은 공감에 있고 공감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이끌어낸다. 신을 찾지 않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구원할 수 있다. 당연한 말도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때가 있고 그건 지금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다같이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