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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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좋았다'고 과거를 회상하는 고령자 씨가 있다면, 추억을 바꾸어 기억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지켜봐 주자.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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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일하던 곳이 종각에 있었다. 퇴근길에 탑골공원이 있었는데 그 곳에 있던 많은 고령자들이 생각이 난다. 앉아서 사람 구경을 하시는 분들, 옛날 노래가 나오는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노점 옆에 앉아 음악을 들으시거나 바닥에 누워계신다거나. 제각기의 행동은 달랐지만 표정이 없었다는 점은 모두 동일했다.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그렇게 무기질적인 공간도 없었다. 그 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나는 눈이라도 마주칠까, 누가 말을 걸까 불편한 마음으로 빠른 걸음을 걸었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와중 그 곳만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늘어가는 키오스크와 그들의 존재를 배제하는 노시니어존의 등장이 아마 그 사람들을 집안이나 공원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비단 세태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나도 뉴스를 보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밖을 걸어다니면서 그들을 향해 작지만 분명 형태를 갖춘 분노와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노인들은 왜 고집이 셀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도 못하면서 왜 운전대를 놓지 못할까

사기꾼에게 왜 저렇게 잘 속을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을 밀치면서 다니는 이유는 뭘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신체 능력과 인지 기능의 저하. 그리고 대다수의 일이 '자기 효능감'과 '부모로서 의지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고령자들도 몇 년 전에는 분명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자 든든한 부모였을텐데, 그렇게 살다보니 훌쩍 나이가 들고 세상을 따라가기 힘이 부치고 자식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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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가 끝난 고령자 씨는 자신이 가족과 사회에 힘이 되고 있다는 실감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부모로서 자식들의 일에 신경을 쓰고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악용하는 것이 바로 보이스 피싱 사기입니다. '돈을 내 주는 것 말고는 도울 수 있는 게 없다',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범죄입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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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령자들에 대한 이해와 안타까움이 모든 사건사고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해를 기반으로 많은 법적 정비나 돌봄 시스템, 사회적 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받쳐주어야 한다. 고령자들이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충분히 긍정적인 마음과 자존감 ·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돌봄이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고령자와 함께 사는 일은 피할 수 없고, 노년으로 가는 길은 필연이다. 고령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후의 내가 제대로 이해받고 필요한 돌봄을 받는 길이므로 타인의 일이 아니다. 세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두루 읽힌다면 좋겠다.


고령자들의 내일이 더 활기차기를, 이 사회가 미숙한 아이들을 배려하듯 조금만이라도 고령자들의 마음을 생각해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냥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싶어서 가볍게 들었는데 이 책 읽고 훌쩍거리는 거 나뿐일듯... 

++ 종각에 다녔었을 때 마침 미스트롯을 했었다. 그 방송 이후 많은 분들이 송가인의 노래를 부르며 활기차게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참 생기 넘치고 즐거워보였다. 그저 새로이 집중하고 애정을 쏟을 존재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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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기 평가가 높은 사람이었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과 인지 기능은 쇠퇴하기 마련이며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도 늘어납니다. 자신의 유능감과 할 수 없어진 일에 대한 실망감의 간극이 클수록 스트레스를 느끼기 쉽습니다. (p.124)


▪︎그러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밀한 사이일수록 권력관계에 불균형이 있으면 이를 고통스럽게 느끼는 법입니다. 가족만이 늙은 부모의 모든 것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있습니다. (p.192)


▪︎일본에서도 이 사고방식에 근거해 돌봄이란 '자립 지원'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립할 수 없으니까 돌봄이 필요한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든지 안심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한 사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진정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요? (p.212)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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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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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어린 원도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 '죽은 아버지'

그 아버지가 사라지고 엄마와 살고 있는 '산 아버지' 그리고 바깥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뻗느라 정작 아들에게는 소홀했던 '엄마'와 엄마가 데려온 예의바르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장민석'. 이 넷은 원도의 삶 전반을 쥐고 흔든다.


이야기는 불친절하다. 사건과 서사는 부족하고 읽는 내내 날 것으로 쏟아지는 원도의 어두운 감정은 마치 폭력과도 같다. 원도는 내내 증오하고 미워한다. 꼬인 삶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분노를 발견하고, 삶의 동력과도 마찬가지였던 질투와 열등감 그 기저에는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끓고 있다. '엄마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니'므로, 그는 언제나 채워져 본적이 없다.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다. 항상 결핍되었다.

시커멓게 비워진 구멍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채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고도 부족하여 원도에게 많은 것을 원하게 했다. 결국 그 탐욕이 원도의 상황을 벼랑으로 몰아갔음에도 그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모든 일은 남의 탓 같고, 내 앞에서 죽어버린 아버지 탓 같고, 내게는 그러지 않았으면서 장민석의 등교길을 배웅하며 웃어주던 어머니 탓 같고, 응당 내 것이었어야 했을 부모의 사랑을 가져가버린 장민석의 탓 같고.


'이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은가.'


원도가 소설 내내 하고 있는 질문은 죽기 위해 과오를 돌이켜보는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을 하는 나는 무엇인가, 받는 너는 무엇인가, 숨 쉴 틈도 없이 질문이 몰아친다. 결국 모든 게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다. 죽기 위해 답을 찾는가, 살기 위해 묻는가.

원도의 질문들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발이 꼬여 넘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침잠하다 보면 선명해진다. 이 질문이 향하는 곳은 원도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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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 역시 아니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것이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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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이지선 북디자인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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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시는 번역하기 어렵죠. 시는 어쨌든 언어를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특별히 이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경험을 만드는 장르니까 더 어렵죠. 근데 우리가 소통을 할 때 오해를 감수하고 말하는 것처럼 시 번역도 그냥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중에 하나 아닌가 싶어요. 그걸로 누군가랑 이어질 수 있다면, 그걸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만날 수 있다면... 저는 번역을 할 때 그 독자들한테 애정을 보내는 느낌이에요. (p.47)


시 번역가들과의 인터뷰를 은유 작가님의 목소리로 엮어낸 산문.


번역가들의 인터뷰가 그리 특별할까 가볍게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어느 장르든 그렇겠지만 특히 시 번역은 녹록치 않은 일일 것이다. 모국어로 된 시를 오롯이 즐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들은 외국어로 단어를 다시 바꾸고 재조립하여 시인의 이야기가 훼손되지 않도록, 타국의 사람들에게도 그 세계가 전달되기를 바라며 시간과 정성을 쏟아낸다. 시를 사랑하니까. 순수한 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묵묵히 하고 싶은 것을, 사랑하는 것을 마주 보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언어에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잔잔한 파동이 있다.


번역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분들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키워드, 그 개인을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이 몰리는 주제가 '소수자들의 목소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 퀴어의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인, 트랜스, 여성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반영한 글. 그리고 그들을 폄하하지 않는 글.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도 이런 부분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기. 번역가들의 세심하면서도 날카롭게 문장을 벼리는 작업은 평소에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안톤 허의 인터뷰를 보며 번역가들이 그 이상의 많은 일을 혼자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작품 번역권 알아보기, 출판사와의 컨택, 영미권 출판사 섭외 등 그냥 걸어다니는 1인 기업처럼 적극적으로 외부의 일도 해야한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이들을 지원하고 보조할 시스템이 마련되기 힘든걸까 생각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안톤 허의 거침없는 인터뷰와(진짜 멋있음), 공동체를 강조하는 소제의 따뜻한 인터뷰(진짜 사랑스러움)는 특히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다.


■ "자본주의는 우리가 희소성의 원칙에 얽매이길 바라고 공동체를 이루는 대신 경쟁하길 바란다."

"번역된 책이 재번역되고 재출간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적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 시를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초과>를 만들었다."

"다른 번역가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

"하나만 있을 때는 그 하나가 전체를 대표하게 된다." 등등. (p.106)


인터뷰 집이라고만 보기에는 작가님 특유의 분위기가 많이 녹아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 읽는 법』에서도 그랬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이게 좋았어, 너도 좋아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절로 눈을 반짝이며 상대에게 설명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책도 사람과의 대화, 인터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보여 참 사랑스럽다. 게다가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번역가들의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흑백 사진 속에서 환히 웃는 번역가들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반짝거린다. 사진은 사진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영된다던데, 찍는 분 역시 분명 그런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사진 속에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순수한 것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여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 시인은 언어가 장난감인 어른이라는 것. (p.221)


+안톤 허와 은유 작가가 둘 다 애정하는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와 『남해금산』은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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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슬럿 - 젠더의 언어학 Philos Feminism 3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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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걸레라고 불러라. 남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여자라고 불러라 (p.34)


말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속에는 사회가 대상을 보는 인식이 짙게 묻어있고 혐오와 편견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고, 알고는 있어도 반대로 쓸 단어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여성을 향한 성적 모욕이 대다수인데 예를 들면, ‘창녀’와 대응되는 남성형 단어는 없다. ‘창남’이라고 하면 된다지만 표준국어대사전 기준 미등록 단어이다. ‘걸레’라는 말은 어떤가. 여성을 향한 저속한 모욕이나 이 단어가 남성을 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어의 차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런 단어들을 전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모차를 유아차로, 자궁(子宫)을 포궁(胞宮)으로 바꾸어 아직은 어색하더라도 그런 단어가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의식해서 사용하고 있다.


■남성들은 집단의 언어를 비교할 때 여전히 보이지 않는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p.21)



언어학, 그 중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함의한 것들이 사회와 개개인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이 책은 노골적인 단어를 당당히 꺼내 독자의 뇌리 속에  파괴적으로 파고든다. 캣콜링, 맨스플레인, 보컬 프라이[vocal fry. 킴 카다시안, 케이티 페리 같은 여성들처럼 일상생활에서 말 할 때 목소리를 낮춰 말하는 것] 등 여성을 남자들이 함부로 정의하고, 깎아내리는 단어들은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살짝 생경한 느낌으로 다시보게 만들었다.

캣콜링 파트를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다. 얼마 전 해외여행을 갔다가 길거리에서 모르는 남자가 코리안?하며 하트를 그리고 윙크를 하는 것이 너무나 불쾌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단순 칭찬 따위가 아닌, 길거리에서 그런 식으로 외설적인 행동을 해도 그냥 지나가리라는 확신이 담긴 남성 권력이었으니까. 당시의 기분을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어 꼬인 실타래처럼 뭉쳤던 것들이 6장을 읽으며 슬슬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마 인마.


저자는 낙관적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연구 결과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저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 하는데, 나는 그에 비해 단편적인 뉴스만을 보고 일찍 포기하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유명한 사람들이 SNS에 유아차, 포궁이라는 단어만 써도 사상검증을 받는 세태에, 맑눈광이나 여자들의 기싸움이 조롱거리이자 유머코드가 되어 버린 사회에 너무 빨리 질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변화의 첫 걸음은 인식부터인데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불안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걸음걸음을 떼고 있는 것 같다. 단어 하나에 사상검증을 하겠다고 달려든다는 것은 자신들이 점유한 단어가 전복될까 하는 두려움과 위기감이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내용인것 과는 별개로 같은 작가의 『컬티시』 때도 느꼈듯, 너무나 영미권의 이야기라 약간 우리 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느낌이 있다. 슬럿이나 컵케이크 같은 게 어떤 은어인지 모르겠어서 따로 검색했고, 불필요한 정보들을 너무 많이 봤다. 단어 자체가 영어이다 보니, 의미는 분명 모욕적이지만 실제로 좀 비교적 캐주얼하게 체감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고, 사례를 볼 때 그렇게 공감되지는 않았음. 내포된 여혐은 물론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형상된 방향이 다르다보니 그냥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비슷한 책이 한국 저자의 손에서 쓰여진다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언어는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자원이 될 수 있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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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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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도 같은 것을 두 번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삶을 두 번 살게 되다니. (p.95)



솔직히 아예 안 읽는 종류의 책이고 표지만 봐도 서점가에 넘쳐나는 힐링류 +1 같은 느낌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 1위' 아니었으면 진짜 제목에 관심도 안 줬을 거다. 특정 장소로 다수의 사람들이 찾아오면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플롯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서. (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달러구트도, 휴남동 서점도 읽지 않았음. 베셀이야?! 글케 좋아? 하고 사두고 묵은지행)


이 책은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혜원' 개인의 특정 시점들을 톺아가며,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내미는 위로의 이야기였다.

어릴 적 잃어버린 '토토로 필통', 중학생 때 잃어버린 '다이어리' 등 분실물을 찾을 때마다 혜원은 그 시절로 (잠시) 타임 워프를 한다.

그 때는 세상 끝날것 같이 두려웠던 일이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니라는 것.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이 곳이 어두운 동굴이라 생각했지만 후에 보니 그저 터널이었으며 끝은 분명 온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혜원의 고등학생 때였다. 앞에서 혜원은 계속 본인의 과거로 돌아갔는데 그때만 본인이 아니라 같은 학교 사서 선생님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왕따란 보통 본인 스스로가 잘못한 게 아니기에 나의 행동을 수정하기 보다는 좋은 어른의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 굉장히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했겠지.', '내가 어두워서 그래. 어떻게 해야 애들이 나와 다시 친하게 지내줄까?' 가 아니라 너의 잘못이 아니므로 움츠러들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이야기.


■ "그때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다 나를 미워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까 나도 나를 미워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아니더라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어. 그냥 걔네들이 나빴던 거야. 미안해, 혜원아." (p.208)


■ 나중에도 계속 미움받는 사람으로 남을까 봐 벌벌 떨던 나. 그냥 이대로 지구가 멸망해서 모든 게 다 끝나버리길 간절히 바랐던 나. 그 아이를 나는 다시 만났다. 나는 어떻게든 나를 도울 것이다. (p.186)



처음 읽는 힐링 소설류지만 이래서 읽는구나 하고 깨닫게 해줘서 좋았음. 가볍고, 적당히 공감 되고, 쉽게 읽히면서 머릿속이 한 번 환기되는 느낌이라 꽤 즐겁게 읽었다. 책태기가 오거나 컨디션이 안좋아서 글이 잘 안읽히는 날 이런 책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박상영 소설가가 "폭발적인 가독성"을 지녔다고 추천사를 쓰셨는데 공감한다. 진짜 막힘 없이 술술 넘어감.


++과거로 돌아간 혜원이 자꾸 현재로 돌아오려 발버둥 치는 걸 보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음. 너 임마...너 인생 리셋의 기회를 이렇게 날릴거야?!

웹소를 잘 안봐서 플롯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말로만 듣던 회귀물 아닌가? 영애가 아니라서 아닌가..?


+++조금 허술하다 싶은 부분도 있긴 있음. 분실물에 내 현재 폰번호가 쓰여있는게 아닌데 어떻게 전화했는지.... 미래의 내 핸드폰 이야기, 지안 언니는 대체 무엇인지...그냥 혜원이 60만원 갖고 도망간 좋은 사람인가요.... 이런거 하나씩 다 따지면 판타지 못 읽는 법이라 그냥 흘려보냈는데 다 덮고 보니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온다.



*밀리의 서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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