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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2월
평점 :
■나는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도 같은 것을 두 번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삶을 두 번 살게 되다니. (p.95)
솔직히 아예 안 읽는 종류의 책이고 표지만 봐도 서점가에 넘쳐나는 힐링류 +1 같은 느낌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 1위' 아니었으면 진짜 제목에 관심도 안 줬을 거다. 특정 장소로 다수의 사람들이 찾아오면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플롯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서. (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달러구트도, 휴남동 서점도 읽지 않았음. 베셀이야?! 글케 좋아? 하고 사두고 묵은지행)
이 책은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혜원' 개인의 특정 시점들을 톺아가며,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내미는 위로의 이야기였다.
어릴 적 잃어버린 '토토로 필통', 중학생 때 잃어버린 '다이어리' 등 분실물을 찾을 때마다 혜원은 그 시절로 (잠시) 타임 워프를 한다.
그 때는 세상 끝날것 같이 두려웠던 일이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니라는 것.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이 곳이 어두운 동굴이라 생각했지만 후에 보니 그저 터널이었으며 끝은 분명 온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혜원의 고등학생 때였다. 앞에서 혜원은 계속 본인의 과거로 돌아갔는데 그때만 본인이 아니라 같은 학교 사서 선생님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왕따란 보통 본인 스스로가 잘못한 게 아니기에 나의 행동을 수정하기 보다는 좋은 어른의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 굉장히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했겠지.', '내가 어두워서 그래. 어떻게 해야 애들이 나와 다시 친하게 지내줄까?' 가 아니라 너의 잘못이 아니므로 움츠러들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이야기.
■ "그때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다 나를 미워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까 나도 나를 미워했던 것 같아.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아니더라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어. 그냥 걔네들이 나빴던 거야. 미안해, 혜원아." (p.208)
■ 나중에도 계속 미움받는 사람으로 남을까 봐 벌벌 떨던 나. 그냥 이대로 지구가 멸망해서 모든 게 다 끝나버리길 간절히 바랐던 나. 그 아이를 나는 다시 만났다. 나는 어떻게든 나를 도울 것이다. (p.186)
처음 읽는 힐링 소설류지만 이래서 읽는구나 하고 깨닫게 해줘서 좋았음. 가볍고, 적당히 공감 되고, 쉽게 읽히면서 머릿속이 한 번 환기되는 느낌이라 꽤 즐겁게 읽었다. 책태기가 오거나 컨디션이 안좋아서 글이 잘 안읽히는 날 이런 책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박상영 소설가가 "폭발적인 가독성"을 지녔다고 추천사를 쓰셨는데 공감한다. 진짜 막힘 없이 술술 넘어감.
++과거로 돌아간 혜원이 자꾸 현재로 돌아오려 발버둥 치는 걸 보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음. 너 임마...너 인생 리셋의 기회를 이렇게 날릴거야?!
웹소를 잘 안봐서 플롯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말로만 듣던 회귀물 아닌가? 영애가 아니라서 아닌가..?
+++조금 허술하다 싶은 부분도 있긴 있음. 분실물에 내 현재 폰번호가 쓰여있는게 아닌데 어떻게 전화했는지.... 미래의 내 핸드폰 이야기, 지안 언니는 대체 무엇인지...그냥 혜원이 60만원 갖고 도망간 좋은 사람인가요.... 이런거 하나씩 다 따지면 판타지 못 읽는 법이라 그냥 흘려보냈는데 다 덮고 보니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온다.
*밀리의 서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