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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가의 배신 - 김학의 사건이 예고한 파국, 검찰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이춘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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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자로부터 검찰 고위간부(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를 위한 성 접대를 수업이 강요받은 여성들이 수사기관에 이들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검찰 고위 간부와 건설업자에 대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p.10)

 

 

상식적이지 못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미 공정과 정의를 잃어버린 정부를 사방으로 둘러 싸고 검찰이 단단하게 보호하고 있다. 많은 사건 중 이 책은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가 아님을 선언한 사건' 인 김학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본질적으로 뇌물수수 사건이 되었어야 할 이 사건이 긴급출금과 성폭력 사건으로 축소하고 뭉개진 해당 사건은 검찰의 기가 막힌 막무가내식 수사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무소불위로 휘두른 검찰권이 만들어 낸 예술적인 작품이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이 것은 검사 임관 시 하는 선언이다. 이 선언 아래 현재의 검찰은 떳떳한가.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겠다는 이 직업군은 현재 누구보다 열심히 제 식구와 현 정권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그 칼 끝은 정말로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자를 지키기 위해 가장 약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 


 

▪︎ 더욱이 검찰 조사는 앞서 경찰에서 했던 이 씨의 진술을 탄핵하려는 의도로 진행됐다. 그래야 김학의를 봐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김학의를 상관으로 모셨던 검사는 이 씨에게 비아냥 거리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질문을 던졌다. 검사는 이 씨에게 아버지의 도박 전과가 화려하다느니, 이 일로 집에 돈을 많이 벌어다 줘서 동네에 효녀라는 소문이 자자하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건네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 심지어 검사는 ‘이 사건 별거 아니니까 그냥 윤중천 용서하고 김학의도 용서하라’는 취지의 말을 조언이랍시고 해댔다. (p.71)

 

 

정부의 성격, 목표를 떠나서 성폭행 피해자인 이 씨에게 가해지는 검찰의 언행은 너무나 끔찍하고 폭력적이라서 읽는 내내 내 마음에도 같이 생채기가 났다. 특히 김학의 동영상에 나오는 성행위가 자연스러운지 확인해야한다며 피해자에게 재현해보라는 말은 충격과 속상함을 넘어서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 제 식구를 감싸야한다는 커다란 의지 아래 일반 국민, 심지어 피해자의 인권은 발에 채이는 낙엽만도 못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실감이 피부로 다가왔다.

 

 

▪︎ 추정에 의해 진술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박준영의 태도에 피고인들은 분노했다.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스스로 경험한 사실을 진술해야 한다. 자기 생각이나 추측을 말하면 '증명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법조인이라면 응당 알고 있을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박준영은 피고인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진술을 한 것이다. (p.185)

 

 

읽다보면 재심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도 다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의 신념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본인의 자유이지만 수사기록을 의심하며 재심 사건을 이끌어 온 그가 왜 김학의 사건에서는 유독 검찰의 수사기록을 무한정 신뢰하며, 당사자성도 떨어지는 진술을 법정에서 하고 있는지는 내내 의문스럽게 보였다. "문재인 정권이 김학의 사건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활용했다". 그는 무엇을 실제로 경험해서 이런 진술을 법정에서 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장자연 사건과 버닝썬 사건과 묶어 지나치게 과장하고 왜곡시켰다'. 이 것은 본인의 '뇌피셜' 아닌가. 본 것도 없고 직접 사건을 경험한 적도 없다. 몇 보 양보하여 저 이야기가 실제라 해도 본인은 증명해낼 수 없다. 누구보다 본인이 이 발언의 증명력을 더 잘 알것이다. 그럼에도 불과 한달 여 간의 경험과 단체 채팅방 '눈팅'으로 얻은 조각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이 추측성 발언을 법조인이, 법관의 앞에서 했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다.

 

 

▪︎ 이정섭의 논고는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들에게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은, 검찰의 과거를 트집 잡아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음모이자, 운동권 출신 정치집단의 국기문란 범죄일 뿐이었다. 따라서 검찰의 자존심을 걸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의 권위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믿었다.(p.191)


 

김학의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민들은 분노하였다. 분노하였지만, 이 사건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나는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는 채로 뭉툭한 주먹질을 검찰에 던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건의 전후관계와 검사들의 목표 그리고 의지, 그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짓뭉갠 것들을 이 책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뭉툭한 분노에 날이 벼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면 알수록 빛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희끗한 희망이 보이는 것도 같다. 검찰의 권력은 터무니없이 거대해보이지만 이 책 내내 누군가는 검찰권에 저항하고 있다. 허무함에 빠지고 싶어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나 그들을 위하는 여러 마음, 이 와중에 공정과 상식을 말하는 작은 외침을 들으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우울은 내 지성의 부산물(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이라는 문장이 있다. 누구보다 우울할 수 있는 사건과 가까운 사람과 당사자,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아직 무기력하게 절망하지 않았는데, 내가 이거 조금 알았다고 답 없다고 나라와 정치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 검찰정권에서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 때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도 시민의 거듭된 저항 끝에 결국 무너졌다. 민주주의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그 출발점이었다. 검찰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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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사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최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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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걷는다. 피터 모건은 쓴다.

어떻게 하면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 길을 잃어야 해.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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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인물이 나온다. 철책 밖의 걸인 소녀, 철책 안의 부영사와 프랑스 대사 부인 안-마리 스트레테르. 이 세 명은 직접적으로 얽히지는 않지만 시대적 텍스트로 엮여있다. 커다란 서사적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인물을 통해 각 층의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다.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대조, 가난과 사치, 상처에서는 구더기가 들끓는 걸인 소녀의 발과 사뿐히 춤을 추는 백인들의 부드러운 발. 그러나 세 인물들의 행위는 철책으로 분리된 두 세계를 잇는다.



걸인 소녀는 어머니에게 버림받는다. 아이를 밴 몸으로 길을 잃기 위해 걷고 걷는다. 굶주림에 허덕이고 고통에 가득 찬 삶, 백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이야기는 얼마나 비극적인가. 죽는 것이 나은지 그래도 사는 것이 나은지 쉽사리 판단조차 불가능한 삶이 그 곳에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소녀의 고통은 개인의 것으로 국한되지 않고 당시 식민지인들의 고통으로 확대된다. 이 소녀는 개인이자 당시 인도인들이다. 그리고 소녀는 곧 미쳐버린다. 잠시 지성을 찾았던 일이 꿈인 것 마냥, 자신의 분신인 아이를 버린 순간 스스로를 잃는다.



그렇기에 철책 안 백인들의 생활이 더욱 이질적이다. 사치스러운 대사관저의 사람들은 바깥 거지들과 무엇이 그다지도 달랐던 걸까. 맥락없는 이야기, 빙빙도는 대화 그 무의미함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오지 않는 그 비극적인 소녀를 생각했다.

백인 사회와 식민지인들은 섞일 수 없었다. 가장 직접적으로 고통(걸인 소녀)을 마주한 샤를은 도망간다. 샤를의 모습이 당시 백인들의 모습일 것이다. 당시 사회는 인도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었다. 풀릴 수 없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눈 앞에서 치워버리듯, 그들은 걸인 소녀를 굶주림과 문둥병 환자와 동일시하며 외면하고 회피한다.



부영사는 다르다. 그는 ‘부재할 때만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즉 백인 사회에서 외면을 받는 외톨이. 그는 라오르에서 식민지인들의 참상을 보고 이 소설에서 가장 능동적인 행동을 취한다. 총을 쏜다. 그들을 향해, 허공을 향해, 거울 속 자기 자신을 향해. 그는 인도의 비참함을 바라볼 줄 알았고 분노와 절망으로 백인 사회와 인도를 연결했으나, 그런 그를 백인들은 외면한다. 백인들의 철책 안 세계는 눈을 감고 외면해야 유지되는 화려와 권태이므로. 그의 절규는 라오르의 비참한 현실과 백인들의 비겁함을 향한다.



그리고 백인 사회를 상징하는 프랑스 대사 부인 안-마리 스트레테르가 있다. 그녀 역시 바깥의 사람들을 동정하며 먹을 것과 물을 주며 부영사의 절망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부영사가 광기를 이기지 못하고 총을 쏘고 비명을 지르며 분출한다면 안-마리는 대신 울어주고 혼자 고통을 삼킨다. 그러나 마지막의 부영사의 외침을 외면하는 모습에서 백인 사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셋의 이야기가 그저 각자의 길로 흘러간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문장을 비워버린다. 문장 틀에서 단어를 분리시키고 의도적인 침묵이 가득하므로 그저 흘려 읽어 버리면 길을 잃지도 못하고 정지해 있게 된다. 고민 끝에 닿은 오독과 헤멤 역시 작가의 의도 하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익명으로 주어를 모호하게 하면서,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의 문제로 환원될 때 무력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소녀와 부영사처럼 미쳐버리거나 안-마리처럼 외면한다. 이 소설은 그런 늪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섬광처럼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시대의 혼란을 텍스트로 경험하게 한다.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향하듯, 독자 역시 다른 곳을 헤매게 될 것이다. 나는 무력함에 닿았고, 안-마리의 권태를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서 마침표를 찍었을지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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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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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보부아르가 미국인 연인 '넬슨 올그런'에게 17년간 보낸 편지 304통.

 


안녕이든 아듀든 저는 시카고에서 보낸 이틀을 잊지 않겠어요. 제 말은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p.26, S.드 보부아르가 넬슨 올그런에게 쓴 첫 편지)

 

 

호감이 있는 사람과의 첫 편지는 고심해서 쓰기 마련이다. 너무 무례하지 않으면서 솔직하게, 조심스럽게 문장을 골라내었을 보부아르의 편지 첫 머리는 영어로 편지를 쓸 테니 문법이 서툴더라도 양해해달라는 말이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언어였다면 더욱 더 아름다운 말로 포장했을지도 모르고, 조금 더 호감의 결을 정확히 짚어 섬세하게 표현했을테지만 타국의 언어로 말하는 고백은 훨씬 더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보부아르의 초반부 편지는 그래서 매우 솔직하다. 물론 뒤로 간다고 표현이 덜 한건 아니지만,

 

 

 

읽는 내내 보부아르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넬슨이 너무 야속했다. 보부아르는 서툰 영어로나마 편지를 보내고, 미국에 대해 알기 위해 책도 찾아보고 이 작가가 좋았다 저 사람이 좋았다, 당신의 작품이 너무 좋다 기대된다며 적극적인데 넬슨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공부해서 그 언어로 편지를 한통만 써줬더라면 그의 ‘개구리’는 너무 행복해서 그 이야기로만 편지를 꽉 채웠을텐데.

게다가 1950년 여름, 넬슨이 보낸 편지의 어조가 바뀌어 간다거나 갑자기 보부아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밝힌 부분을 직접 읽지 못해서 아쉬웠다. 주고받은 편지를 완전하게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인지 저 부분이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다. 물론 보부아르는 다시 만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넬슨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변함없이 편지를 보내는데,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 애초에 보부아르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도 넬슨이 너무 별로인 남자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저런 것이 사랑의 속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일상과 사소한 감정까지 공유하는 일. 사적 기록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축적되면 역사가 된다. 물론 보부아르의 사랑이 가득 묻어있었지만, 타인의 연애편지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의 눈으로 들어가서 그 시대를 지켜본다는 감각이 훨씬 강했다. 파업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편지가 안 와서 속상하다는 식으로, 굉장히 일상적이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미시적으로 섬세하게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었다. 근데 작성한 사람이 보부아르라서 만나는 사람들이 사르트르, 카뮈, 앙드레 지드… 저 에피소드는 꽤나 재미있어서 인덱스를 붙여뒀다. 그냥 주정뱅이들 아니냐고. 며칠 뒤에 밤탱이 된 눈을 감추려고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극장에 나온 카뮈의 모습까지 완벽히 그냥 평범한 친구들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보부아르의 남편이자 (2년 갱신 계약결혼) 지적 동반자, 평생의 친구로서 그를 보는 시선이 정직하고 곧은 느낌이라 좋았다. 사실 관계도만 보면 진짜 대박임. ‘장거리 연애 중인 내 여자친구가 자기 남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함’. 하지만 사실 사르트르 이야기는 나오는 내내 굉장히 담백한 친구와도 같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토론을 하며 실제로 일상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완성시켜주는 관계. 사실 이런 게 오래 사랑한 사람들의 안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이 안정적인 모습이 사실은 둘 다 따로 연인이 또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뭔가 어렵다. 관계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닌데 마음이 퉤.

 

 

 

 

열정적인 보부아르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사랑에만 모든 것을 불태운 것은 아닐까 싶지만 처음부터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상대가 교만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

나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 결혼을 보며 이들이 기존 제도를 가지고 어떠한 사회적 실험을 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전통적 결혼과 다른 모습을 시도하고 방법을 제시한다고 여겼다. 그런 사람이 십년이 넘도록 쏟아붓는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거리나 시간, 연속성, 질량 같은 질문들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제도와 사랑의 모습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들의 삶을 한 번 접해보기를 권한다.




+ 근데 진짜 이게 온 마음을 다한건지, 책으로 보면 그래보이는데 보부아르의 삶으로 보면 어떨까. 죽을 때 넬슨이 준 반지를 끼고 사르트르 곁에 묻힌 이 관계가 난 너무 요상한 것 같아…


++ 진짜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해봤다. “결혼한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연인을 만드는 것은 불륜이 아닌걸까?” “한 쪽 책임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결혼 갱신 거절을 했다면 위약금은 얼마나 내나.”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면 누가 데려가나, 안 데려가는 쪽이 양육비도 주나.”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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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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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너무나도 경제학 전문 도서 같지만 이는 미국 정치사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이해하기에 이만큼 적합한 책을 여지껏 보지 못했다. 타국에 사는 제 3자인 나는 왜 저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는지, 왜 그들이 그렇게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저 이유들이 경제 정치 질서로 납득이 된다. 노동자, 기업인, 흑인, 백인 등 투표권자들은 자신의 이해 관계에 맞는 방향으로 지지자를 정한다.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치인들은 정책으로 호소하고 이는 보통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정책 방향에 무게가 쏠린다. 이 책은 그 미국인들의 마음을 세계 정세와 경제 상황,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주제와 묶어 미국 정치의 흐름을 설명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들의 선택을 납득시킨다. (물론, 선택에 공감이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흐름은 상단 그림이 전부이다. 미국 건국 당시부터 읊는 것이 아니라 뉴딜질서가 어떤 상황에서 부상하였는지 부터 시작하여 뉴딜을 몰락시킨 신자유주의의 상승 그리고 다시 해체. 그 뒤, 현 시점인 트럼프, 바이든 정부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먼 나라 타국의 이야기이지만 미국 정치의 흐름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게 도움도 안되는 베트남전쟁, '악의 축'으로 지정된 이란·이라크·북한,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으로 시작한 주식 시장의 붕괴 등 세계사를 휩쓴 굵직한 사건들은 분명 미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나 한국에도 그 영향을 담은 바람이 분다. 

 


■ 루스벨트와 뉴딜주의자들은 중앙집권 국가의 힘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켜 풀어냈으며, 이는 전쟁 때가 아닌 평화 시에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p.44)

 

 

도로, 교량, 공항, 댐, 학교,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 미국의 경제 인프라를 개편하면서 500만 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준 정책이 뉴딜 정책이다. 물론 도덕적 관점이 독특하다. 공공선이 개인의 권리보다 우선되며 이 공공선이란 개인 성취의 기회를 향상시키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자유를 사람들이 향유하기 위해서는 시장은 물론 사생활에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딜 정책은 사람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맞물려 지지를 확보하고 자리를 견고히 잡아간다.

  

  

신자유주의를 부상시킨 레이건의 정책은 나오는 족족 충격적이었지만, 그 중 제일을 뽑자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것과 방송 매체의 공평성을 공적으로 규제하던 정책에서 언론을 '해방'시켰다는 점이다. '방송공평성법'의 사장, 언론 공평성 원칙의 철폐. 그러므로 언론은 객관성과 균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인데, 이게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자유인가. 언론 매체가 너무나도 집권당과 기득층의 스피커로 떨어질 위험만 높아지는 것으로 보여 정말 그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가 만인의 자유인지 의심이 들었다.

 


■ 이와 마찬가지로 레이건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 전체를 해고한 것은 대통령이 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에 맞먹는 행동이었다. 이는 대통령과 여당이 이제 노동자들의 힘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기로 작정했다는 의사를 담은 통첩이었다. (p.216)

 

 

정말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은 흥미롭지만 어려웠던 정보들이 읽기 쉽게 쓰여져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이 책의 무기는 미국인들의 선택에 대해 제 3자도 납득이 가게끔 설명하고 있다는 것으로, 저자가 얼마나 예리하게 정치, 경제, 사회를 꿰뚫어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단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서사의 흐름으로 들여다보는 미국 정치사는 어느 누가 접하더라도 분명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시 트럼프가 조명되고 있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그가 교도소에서 대통령 취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사도 읽었다. 어느 누가 되었든 미국의 정치는 세계에 발자국을 남기며 한국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타국민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다시 긴장감이 도는 이 시점에 읽기 적절한 책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트럼프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마이클 코언의 회상에 따르면 2008년과 2009년 사이 동안 트럼프는 "누가 보더라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잘생긴 젊은 흑인 남성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글자 그대로 미쳐 날뛰었다". (p.446)



+ 이상하게 레이건의 정책을 보면서 나는 가까운 곳의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상해…백인의 얼굴에서 동양인이 보여….나는 용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 

 

 

 

*북서퍼 2기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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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 - 너와 나의 건강한 관계를 위한 MBTI 소통법
박소진.김익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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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것도 건강하게 적절히 표출하는 것을 배울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전략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이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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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뭐예요?" "O형이요." "성격이 둥그시겠네요." "엥" 보다는

"MBTI가 뭐예요?" "INFP요." 쪽이 더 과학적인 느낌도 들고 신빙성 있지 않나.

특히 MBTI는 타인에게 여러 질문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사적인 면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대강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랑 안 맞는 면을 봤을 때,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드럽게 성향 차이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고.



요즘은 회사 서류에도 MBTI를 쓰라고 하고 면접에서도 물어본다는데, 이건 좀 과하다 싶긴 하다. [회사에 맞는 인재상으로 MBTI 바꾸기] [대기업에 맞춘 전략적 MBTI] 같은 원데이 클래스도 나올 것 같음. 아. I세요? 취업시장에서는 역시 내향형은 선호하지 않죠. 이번 기회에 3개월 수강하시면 파워 E로 바꿔드릴 수 있는데 어떠세요?



인터넷 서점에 'MBTI'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벌써 시중에 100권도 넘는 서적이 풀려있다. 물론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이 책 하나로도 충분하겠다 싶기도 하고.

저자 두 명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약력에서 오는 설득력과 더불어 심리 검사에 대한 적당한 설명, 유형별 분류는 나처럼 MBTI에 대한 책을 읽지 않았거나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보고 끝내기에 적당하다.

심지어 쉬이 돌아다니는 정보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더욱 세분화된 분석, 직업이나 스트레스 관리, 의사소통 방법들도 나오니 성격 유형별 분류를 하는 자기계발서로서 제 기능에 충실하므로, 나를 다시 보고자 하거나 인사 관리 등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읽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다양한 MBTI에 대한 설명보다 드라마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더 재밌었다. 설명이 유형별로 다양해도 어차피 나와 가족, 친구들의 MBTI 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문동은은 계획형인 J, 그 뒷받침을 해주는 현남은 인식형인 P일거다 등 인물들의 성향으로 추리해가는 장이 훨씬 흥미로웠으므로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각잡고 영화, 드라마에서 보이는 인물의 MBTI에 대해 저자들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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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은 자신을 많이 의식하는 것이고 자신감은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p.63)


▪︎사고형(T)은 스트레스 내용이나 원인에 관심을 두는 반면에, 감정형(F)은 스트레스로 인한 사람의 갈등, 인화의 유지 등 관련 사람을 염두에 두고 갈등을 바라 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p.270)


▪︎MBTI 성격 유형이 일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역량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직관형이라 해서 감각이 하나도 없는, 내향형이라 해서 외향적인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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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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