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정원
한소은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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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비밀 같은 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 p. 190



2032년, 인구 고령화 문제와 도심 공동화 속도는 더욱 박차를 가한다.

싱글맘인 지수는 딸 아이와 '안음주택'에 입주한다. 정부에서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서울 최북단의 공동체 입대주택. 이전 세입자 모녀가 1년만 살다가 나갔다지만, 들어가자마자 회색 토끼 인형도 자기를 맞이하듯 들어있고 주민센터 직원 말로는 여기 관리소장 '은수'가 그렇게 인물이 났단다. 독거노인은 내 부모처럼, 혼자 노는 아이들은 부모처럼 살뜰히 돌봐주는 인성까지. 심지어 월세는 40퍼센트나 저렴하다.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리고 폭풍이 몰아침.


솔직히 저 근미래 배경? 다 상관 없음. 이거 그냥 네이트판에 올리면 난리나는 이야기거든요. 우리 알잖아요. 은근히 무리의 중심에서 가족놀이 하면서 친밀함을 강요하는 인물. 사람이 가장 절박할 때 살살 꼬드기면서 약자를 더 약자의 위치로 떨어뜨리는 인물. 

돌봄과 배려가 목적이 되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그 사람의 목을 조르는 과정이 상당히 촘촘한데 작가는 이 때 은수라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작중 인물을 넘어서, 독자의 뇌를 주물거릴 정도로.

그렇습니다. 은수 가스라이팅 끝내줌. 이거 완전 가스라이팅의 교과서임. 보면 그냥 막 텍스트 너머로 내가 다 홀림. 이거 보면 가스라이팅? 어 너두? 야 나두. 상태가 됨. 물론 진짜 하면 안되지만.



타인과의 관계 사이의 적절한 거리, 작은 균열과 사소한 맞물림, 사람의 마음이 언제 가장 약해지고, 어떤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지, 다양한 각자의 욕망이 거미줄처럼 얽힌 이 안음주택에서는 마치 희극같은 군상극이 퍼즐처럼 맞물리며 인물들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어떤 스릴러보다 그냥 스릴러거든요 이거.




뭔가 멋진 이야기로 평을 쓰고 싶지만, 재미가 걍 휘모리 장단처럼 쳐오면 아무 생각도 안 나버려요..

솔직히 말하면 부족한 점이 없는 건 아님. 굳이 근미래가 배경이어야 할 커다란 설득력이 부족해서. 설정 이유야 납득이 가는데, 진짜 굳이라. 근데 그걸 넘어서서 스토리적인 재미는 확실했다. 언젠가 드라마로 다시 만날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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