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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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사람>을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결코 나 혼자서 내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움에는 빛이 있어 어느 날엔 불쑥 울게 되더라도눈물을 닦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함께 준다는 것도. - P-1

언젠가 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길을 걸어가는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 친구는 부스럭소리가 나던 아버지의 호주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될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그러면 어느 날에는 호주머니 속에서 들리는 부스럭 소리만으로도, 어떤 기억인지 떠올라 조용히 미소 짓는 날이 있지 않을까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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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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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런 씁쓸한 지점들을 잘 포착해낸 이야기들!

이연은 섣불리 타인을 판단하는 대신 ‘가능하면 저 사람들처럼 생각하자‘ ‘저들 입장에서 느끼고 즐기며 저 사람들이 되어보자 다짐했다. 그러곤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혼자 그들의 말투와 동작을 따라 하다 관둔 뒤 싱겁게 웃었다. 세상에 주류다운 몸짓과 표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제 모습이 민망해서였다. 다만 이연은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얼핏 사람좋아 보이는 박도 마찬가지였다. 이연은 자신이 대상을 편견없이 대하는 태도에 작은 만족을 느꼈다. 타고난 성정이라기보다 수양의 결과였다. ‘어렸을 땐 정말 타인을 시시콜콜 판정 - P-1

했는데……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진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십여 년간 이연이 여러 인물에게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깨달은 사실은 단순했다. 그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해와 갈등이, 드라마가 생겼다.
최근 들어 배역 스펙트럼이 점점 좁아짐에도 불구하고 이연은배우로서 지금 제 나이와 경험이 싫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연은 인간을 더 연민하게 됐으니까. 이연은 그리스신화 속 영웅이나 현대의 범인 못지않게 ‘그 나머지 사람들을 애정하게되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을 실수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을, 변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약한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우선 이연부터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연은 착한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에게 더 끌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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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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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글쓰는 사람 박정민이 출판해낸 <첫 여름, 완주>를 드디어 읽었다.
최근 읽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이 좋았기에 기대하고 읽어나갔다. 역시나 재밌다!
진실은 누가 판단 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경험하는 거라는 어저귀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손열매가 처음으로 성대모사 한 사람은 스탠리 입키스였다. 그는 짐 캐리가 연기한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으로 고대의 나무 가면을 쓰면 평소와 전혀 다른 존재로변한다. 히어로라면 히어로의 일종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포장하기에 두꺼운 초록 버터크림의 그 얼굴은 토네이도처럼 무질서를 몰고 와 현실을 엉망으로만든다. 우리가 알던 세계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 P-1

작가는 자신을 가장 현명하게 열어젖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개방된 작가의 삶, 마음, 감정들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소설의 모든 것과 결합하고 최종적으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하지만 나는 최근에 진실을 좇는 일은 끝없는 공회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그보다는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충고를 책에서 읽었다.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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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널 미워해 - 『정년이』 원작자가 쓴 유난한 사랑의 목록
서이레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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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에 꽂힌 딸을 위해 정년이 찾아 삼만리를 하다가 알게된 정년이 원작 작가 에세이다.
삶을 보고 만지고 문질러서 글로 써낸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낸 작가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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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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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극적인 태도로 그러한 의견을받아들였다. 그들의 견해를 의심할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필요도 없었으니까.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요즘 다행스러운 건 ‘읽는 눈‘, ‘보는 눈‘의 줏대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것, 만나 본 사람을 믿을 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의 흠결을들었다고 해서 쉬이 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가 품고 있는 단점을 능가하는 장점을 알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회의주의자가 되려고 애쓴다. 이건 세계를 보는 눈 너머 사람을 보는 눈에서도 통한다. 내가 본 것이 그의 진면목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특별히 바쁘게 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의 자식 입장을상상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는 성공한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니까. 너무나 바빠 보이는 이연복은 어떤 부모일지 궁금했다. "애들이 참 잘 자라줬거든요. 한번은 물어봤어요. 내가 너희한테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냐고.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열심히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삐뚤게 나가요‘라고 했어요." 보는구나, 보이는구나. 부모의 애씀을 자식이 모를 수가 없구나 싶었다.

부모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당연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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