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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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런 씁쓸한 지점들을 잘 포착해낸 이야기들!

이연은 섣불리 타인을 판단하는 대신 ‘가능하면 저 사람들처럼 생각하자‘ ‘저들 입장에서 느끼고 즐기며 저 사람들이 되어보자 다짐했다. 그러곤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혼자 그들의 말투와 동작을 따라 하다 관둔 뒤 싱겁게 웃었다. 세상에 주류다운 몸짓과 표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제 모습이 민망해서였다. 다만 이연은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얼핏 사람좋아 보이는 박도 마찬가지였다. 이연은 자신이 대상을 편견없이 대하는 태도에 작은 만족을 느꼈다. 타고난 성정이라기보다 수양의 결과였다. ‘어렸을 땐 정말 타인을 시시콜콜 판정 - P-1

했는데……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진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십여 년간 이연이 여러 인물에게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깨달은 사실은 단순했다. 그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해와 갈등이, 드라마가 생겼다.
최근 들어 배역 스펙트럼이 점점 좁아짐에도 불구하고 이연은배우로서 지금 제 나이와 경험이 싫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연은 인간을 더 연민하게 됐으니까. 이연은 그리스신화 속 영웅이나 현대의 범인 못지않게 ‘그 나머지 사람들을 애정하게되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을 실수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을, 변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약한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우선 이연부터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연은 착한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에게 더 끌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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