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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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에릭 와이너의 신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기록은 미루다 미루다 지금에서 남긴다.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
도무지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좇아 자신의 깨달음을 풀어내는 데 지겹지 않게 에릭 와이너의 필력이 좌우했다.

쓸모 있는 삶을 살고자 했던 프랭클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믿는 ˝가능성주의자˝ 프랭클린.
인간적인 프랭클린을 살펴보며, 위인 또한 한낱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삶을 살리고, 교사는 삶을 빚는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삶을 빚는 직업이라...

철학자이자 1960년대의 구루였던 앨런 와츠는 이 형이상학적미로의 출구를 제시했다. 더 이상 진정한 자기라는 환상 때문에초조해하지 말고 "진실한 가짜"가 돼라." 진실한 가짜는 사기꾼도 아니고 착각에 빠진 것도 아니다. 진실한 가짜는 자기 역할, 아니 역할들에 너무 깊이 몰입해서 배역과 사람, 가면과 얼굴이 하나가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가면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가면이 우리 얼굴에 얼마나 잘 맞느냐다. 벤 프랭클린의가면은 그의 얼굴에 잘 맞았다. 그는 진실한 가짜였다.
프랭클린은 ‘마치‘의 철학을 지지했다. 자기 삶을 마치 좋다는듯이 살아가다 보면 삶은 어느새 정말로 좋아져 있다. 동료 인간을 마치 좋은 사람처럼 대하다 보면 언젠가 그들은 정말로 좋은사람, 아니면 적어도 더 나은 사람이 된다. 프랭클린이 자기 가면중 하나인 리처드 손더스를 통해서 한 말처럼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제대로 연기해야 한다."

우리 둘 다 알게 되었듯이 이런 계속되는 도피는 헛된 노력이다. 우리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절대 잊지 못한다. 고향은 우리 안에 남아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어린 시절은 시간이라는 은은한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더 좋아 보인다.
1788년 여든두 살의 프랭클린은 "어린 시절의 천진한 기쁨"을 돌아보며 한번 더 고향을 방문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보스턴사람들의 예의와 표현 방식, 심지어 목소리의 톤과 억양까지도전부 내게 기쁨을 주며 내게 원기와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나와 볼티모어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지금도 볼티모어 명물인 게를 좋아하고 워터를 ‘워더‘라고 발음하며 볼티모어를 찾을때마다 만족스레 밀려드는 익숙함을 느낀다. 볼티모어는 지금 내가사는 곳에서 겨우 64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고향의 인력은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하다.

프랭클린은 그럴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도덕적으로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한 자신의 계획이 비교적 수월하리라 예상했다. "나는 옳고 그름을 알았으므로, 아니 안다고 생각했으므로 언제나 옳은 것을 행하고 그른 것을 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랭클린은 자신이 생각만큼 그리 덕 있는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보다 훨씬

•결점투성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정원의 잡초를 뽑듯이 끊임없이 미덕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한 가지 잘못을 없애면 다른 하나가 튀어나왔다. 잘못을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그의 작은 공책은 이내 검은 점들 때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그는 이 공책이 다른 종류의 성경이라고 말장난을 했다[구멍이라는 뜻의단어 hole과 신성하다는 뜻의 단어 holy를 이용한 말장난옮긴이]). 프랭클린은 공책을 더 두꺼운 고급 종이로 바꾸고 "젖은 스펀지로 쉽게지울 수 있도록" 심이 더 부드러운 연필을 사용했다.
벤은 특히 두 가지 미덕에 고전했다. 하나는 질서였고 유난히힘들었던 다른 하나는 겸손이었다. 그는 "내가 이 미덕을 실제로습득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습득한 것처럼 보이는 데는 꽤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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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는 것은,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ㅡ발터벤야민, 《일방통행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친구 · 팀장·연인·아버지를 볼 수있다면,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더 즐겁고 유쾌해질 수 있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종종 우리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그것 역시 곧 흘러갈 테니까 말이다. 설령 그들이 하나도 변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들을 만나는 ‘내‘
가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모두 그대로라도, 자신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변하게 마련이다.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같은 세상도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나도, 너도, 세상도, 모든 것은 변한다. 나와 완전히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될때, 나와 다른 존재들을 만나더라도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누리면 누릴수록 점점 더 나와 큰 차이가 있는 존재들(외국인,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등등)까지 긍정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지혜로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지혜로운자들은 점점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일찍이 헤라클레이토스가 보여준 삶의 진실로 돌아가야 한다. 세계는 흐르는 만물과 같다. 그래서 모든 것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세상에 고정된 같음은 존재할 수 없다. 세상모든 것은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다름‘이 바로 ‘같음‘이다. 매순간 변화하는 ‘다름‘에 의해 ‘같음‘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삶의 진실이다. 이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될 때 ‘다름‘에서 유쾌함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누구보다
‘다름‘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우리 시대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본질이란 본래 차이다. 그러나 또한 본질에게 반복함으로써자기 자신과 동일해지는 능력이 없다면, 본질을 다양하게 만드는 능력, 다양해질 능력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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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리 - 엔트로피에 쓸려 가지 않기 위하여 아무튼 시리즈 56
주한나 지음 / 위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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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리 라니.. 나랑 완전 대척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정리를 잘하게 되었는지 정리에 대해 꿀팁이 있으려나 좀 따라라도 해볼까해서 읽었다. 그러나 반전..
우유부단한 자신과 부단한 싸움을 해오는 지난한 과정을 그려놓았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일지도..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20년 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우유부단하고 느슨한 태도는 정리의 영역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일 처리할 때,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외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는 비슷하게 우유부단하다. 타월은 각 잡혀 개여 있지 않고 내가 설거지를 마친 개수대는 말끔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우유부단함이 내게 해가 되지만은 않았다. 그냥 두고보자 했다가 이득을 본 투자도 있었고, 처음에는 떨떠름했던 사람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모든 것에서 최대한 빨리 분명하게 결정을 내겠다는 태도가 부족한 만큼 많은 것을 그냥 두고 보면서 그 나름의 리듬대로 흘러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삶의 어떤 방식은 모든 구석에서 반복되지만 그게 꼭•좋고 나쁨 중 한쪽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님을 이제 안다.

나의 작은 세상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한번 흐른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나는내가 한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 주변인들의 시선 역시 내가 어쩔 수 없다. 나에게 부족한부분은 노력으로 어찌어찌 메꾼다 해도, 노력할 수있는 역량조차 내가 타고난 것에 크게 좌우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이삶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 존재하고 있는공간뿐. 어질러진 것들을 줍고 한곳에 담아 빈 공간을 약간 넓히고, 같은 것들끼리 분류하고 모으고 정리하여 아주 조금이나마 질서를 찾아야 엔트로피에쓸려 가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일이 참 다양하지만 본질은 비슷할 때가 많다. 집안일이든 회사 일이든, 보고서든 원고 작업이든, 할 일을 정의하고 그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찾고 시간을 계획하여 작업을 시작하고 깔끔하게 정리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반드시 해야하는 일은 언제나 제일 하기 싫다. 나는 지금 당장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그리하여 대체할 활동을 찾는다. 코드 재정리 대신에 서랍과 옷장을 뒤집어 정리한다. 디자인 문서를 훑어보며 수정하는 대신에 부엌바닥을 스캔해 구석구석 걸레질을 한다. 그렇게 꼭해야 할 일은 미룬 상태로, 뭔가 정리하고 해냈다는성취감을 얻는다.
오래전에 철학 교수 존 페리가 쓴 에세이 『미루기의 기술(The Art of Procrastination)』을 읽다가structural procrastination(구조적으로 미루기)‘이라는 개념을 인상 깊게 보았다.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그보다 덜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즉 구조적으로 미루면서, 해야 할 일들을 돌려 막기로 수습하며살 수 있다는 주장이 너무나 와닿았다. 내 삶은 그가말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카드 돌려 막기 식으로급한 일 대신에 딴짓을 하지만 그 딴짓도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그럭저럭 삶이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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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아닐까요. 생산이나 목적이나 진척 따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않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것 말입니다. 인생의 이 찰나는 그것을 통해서만 아득한 영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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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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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혹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 자체로 근사한 태도다. 하지만 문학 텍스트에는 훌륭한 인물보다 실패하거나 좌절한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한다. 쿤데라의 말처럼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존재라고 한다면, 삶의 본질은 성공에 있지 않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실패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겸허히 나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소설은 그게 무엇이든 진실을 보여준다.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소설을읽는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살기 위한 독서다. 당신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당신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다짐이 소설을 계속읽게 한다.
당장에 이득이 없다고 소설 읽기를 그만둔다면 당신은 빠른 속도로 늙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오솔길은 보지 못하고 대로변으로만 다니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커다랗게 키우고 싶다면 남의 삶에 개입해 그 사람이 되어봐야 한다.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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