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혹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 자체로 근사한 태도다. 하지만 문학 텍스트에는 훌륭한 인물보다 실패하거나 좌절한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한다. 쿤데라의 말처럼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존재라고 한다면, 삶의 본질은 성공에 있지 않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실패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겸허히 나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소설은 그게 무엇이든 진실을 보여준다.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소설을읽는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살기 위한 독서다. 당신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당신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다짐이 소설을 계속읽게 한다.
당장에 이득이 없다고 소설 읽기를 그만둔다면 당신은 빠른 속도로 늙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오솔길은 보지 못하고 대로변으로만 다니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커다랗게 키우고 싶다면 남의 삶에 개입해 그 사람이 되어봐야 한다.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