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해오다 얼굴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치 우리 아빠의 고향 동생이 썼다고 생각할 정도로 친근했다. 그의 고향 때문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개인을바꿀 수는 있을 테니까, 개인이 바뀐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바뀔 수도 있을 테니까, 포기할 수는 없다. 장진 감독도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설은 이야기에서 출발해서주제로 나아가야 한다."
스티븐 킹의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창한 이념보다 사소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더 믿음직스럽다.

이들이 파도를 타면서 느꼈을 감정, 사치가 피아노를•치면서 느꼈을 감정, 누군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을 감정, 누군가소설을 쓰면서 느꼈을 감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 줄기면서 느꼈을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파도를 타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일이다.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니고 아프리카에서굶고 있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도 아니고, 종교적인 분쟁을막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없다. 전적으로 개인의 감정을 위한일이고, 스스로의 기쁨을 위한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기쁨을 제대로 찾아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해도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이 자신의 기쁨을 온전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제공해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하릴없이 파도를 바라볼 수 있어야하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구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피아노를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굶어 죽을 걱정 하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절에 발견했던 온전한기쁨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료한 일이다. 어린 시절에 온전한 기쁨을 충전해두지 않는다면 길고 긴 어른으로서의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

서프보드도 그렇지 않을까. 파도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이 서프보드를 더 잘 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나는 가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오던 그 시절을 생각하고는 혼자 웃는다. 그런 완벽한 시간이 다시 올까.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없고, 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다치고 부딪치고 깨지고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고, 실패해도 상관없어,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다시 부딪칠 수 있는 여유가 마음 가득히 부풀어 오르는, 그런 시간이 다시 올까. 언젠가 내인생에 그런 완벽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서프보드를 배우고싶다. 여름 바다에는 그늘이 없지만 그런 완벽한 시간을 위해서라면 햇볕 알레르기쯤은 참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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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루미, 「여인숙 전문

루미의 시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 너의 기분은 어땠는지? 마음속으로 어떤 손님이 찾아왔는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잠자리를 구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내다가 떠난 고마운 손님이었는지, 이불이 더럽다고 화를 내느라 밤새 잠들지도 못하다가 급기야 집을 부수기 시작했던 난폭한 손님이었는지. 네 마음속으로 그 어떤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해도 너는 언제나 너일 뿐,
그 손님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네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기꺼이 맞이하기를. 그가 어떤 사람이든 화를 내거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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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쓰고 일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데 헌신해도 모자랄 판에 곧바로 읽지도 않을 책, 그것도 케케묵은 헌책 따위를 사들이느라 길에서 시간을 흘려버리는 나를 본다면 누군가의, 아니 대부분의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눈에 나의 그 시간은애타도록 아까울 것이다. 그들의 기준에서 그것은보람 있게 쓰이지 못하는 시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시간의 가치는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르게 생긴 것과 같이 저마다 다르다. 나에게 헌책을사들이느라 들이는 시간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지만-헌책방 주인에게는약간 가져다준다-그렇다고 누구에게 손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순한 시간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짧아지는 인생에는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차피 내가 사들여 가지고 있는 책을 다 읽지못하고 죽을 것이다. 내가 나의 순한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니 포기한다 해도 이미 글러먹은 일이

다. 다만 나는 사들이는 만큼 읽지 못하는 나 자신의 오래된 게으름이 자주 못마땅할 뿐이다.
서재는 반드시 우리가 읽은 책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언젠가 읽게 될 책들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렇습니다.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것은 아주 훌륭한 일이었죠. 서재란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책들이죠. 그것들을 영원히 못 읽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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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은 상품에서 찾을 수 없는 걸까.
이 작가의 책은 12월에 한 권 읽었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글에서 잠깐 나와 이름을 기억하는데, 이지수 작가의 산문집에도 이 작가의 글이 인용되었다.
그 작가의 산문이라기에 빌려온 <잊기 좋은 이름>

이지수 작가의 글에 인용된 글이 이 책에 나온다.
여유로운 살림이 아닌 작가의 어머니가 식당 홀에 피아노를 사주거나 특이한 그릇과 카펫을 주문하는 것을 추억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로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이 부분에서 이지수 작가의 책에서도 공감했듯 김애란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반성한다. 그러지 못한 나의 날들에 대해. 나의 삶에도 가끔은 그렇게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들수 있도록. 그것이 어떤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때론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추억해야 할 시절도 있을테니까.

˝문학은 하나의 선을 편드는 문학이 아니라, 이제 막 사람들 앞에 선 당선자의 허영, 그 헛폼 안에조차 삶의 이면을 비출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손들어주는, 여러 개의 팔을 가진 문학이었다. 그 팔 안에서 나는 여전히 실수하고, 깨닫고, 배우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전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어리석어, 같은 실수를 다시 하며 살아간다. ˝

˝어딘가 틈이 많은 사람들. 그러나 가늘게 빛이 새어 나오는 문처럼, 문 안쪽 어둠을 가까스로 밀고 나와, 우리도 미처 몰랐던 마음의 테두리를 보여주고, 어느 땐 어둠을 극장으로 바꿔 주기도 하는. 그런 틈을 가진 인물들을요.˝
˝이따금 제겐 소설이 산처럼 느껴집니다. 제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선에 대한 무엇처럼요. 그럴 땐 선배들이 그 산을 휘감고 도는 물처럼 다가오곤 합니다. 산속과 산 둘레, 그리고 바깥에서 편안하게 졸졸 흐르며 ‘조금 쉬어 가도 괜찮다‘라고 일러주는 시냇물처럼요. 성희 선배의 소설 또한 제게 말합니다. 산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저 안에 살아 있는 것들이 많다고 산짐승도 있고, 야생화도 있고, 등산객이 버리고 간 재밌는 물건도 흔한 데다, 심지어 할 말 많은 귀신도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종종 그 안에 발 담그고 목 축이며 정신을 차립니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윤성희 작가를 표현하는 대목에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기록해본다.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그렇게 조금씩 ‘바깥의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드는 일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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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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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 인생이라는 학교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 일상적인 행동과 관련된 문제에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고 적절한 목표와 수단을 선택하는 것, 살면서 지식과 경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주어진 하루를 더 뜻깊게 보내는 것,
지성은 지혜에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아는 것, 영리함과 교활함은 지혜가 아님을 아는 것, 지혜로운사람은 악할 수 없으며 악한 사람은 지혜로울 수 없음을 아는것, 자신의 신념과 의견을 의심할 줄 알고 의심하는 행동 자체도 의심하는 것. 인생의 매 순간에 담긴 엄청난 불확실함을 받
‘아들이는 것,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지만 옳음에 ‘집착‘하거나 타인에게 도덕성을 설교하지 않는 것,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연민을 가지는 것, 고통이 항상

행복의 반대가 아님을 알고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지만 생각만큼 불행하지도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바보들과 논쟁하지않는 것,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굴지 않되 (그건 바보 같으니까) 지나간 모든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거짓 겸손을 피해 겸손할 줄 아는 것, 밤하늘의 별은물론 흔한 꽃 한송이, 나비 한 마리에도 감탄할 줄 아는 것.
죽는 날까지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음을 아는 것,
영혼이 육신보다 빨리 늙지 않게 하는 것. 항상 똑똑해지려 하지 않고 너무 똑똑해지려 애쓰지도 않는 것,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의미를 찾지 못했어도 잘 살아가는 것. 

간단히 말해서,
알맞게 사는 것,

모든 것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사악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산다면 아무리 교활하고 잔인한 짓을 저질러도 나머지 사람들과 분리하고 멸하면 될 일이다.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선과 악의 경계는 사람들 사이에 그어져 있는게 아니다. 그 경계는 모든 사람의 심장에 있다. 자기 심장을파괴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아무리 사악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선한 구석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고 가장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라도 아주 작은 악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법이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중

삶보다 위에 있다고 느끼며 살아라. 재앙을 두려워하지 말고행복을 갈망하지도 마라.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며 달콤함은절대로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라.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2

길버트의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2007년 영국왕립학회의 과학 도서상을 받았다. 제목의 "비틀거리다 stumbling"는그 의미를 신중하게 재서 선택된 단어였다. 길버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상황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예측할 수 없으며 결국 행복을 우연히 또는 행운에 따라 마주칠 것이다. 어쩌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따분한 곳에서 말이다.
우리는 ‘심리적 면역력‘ 덕분에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기분이 좋을 수 있다. 재앙이 닥쳤을 때도 적절한 때에 다시 우리의 기분을 끌어올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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