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시절이 떠올랐다. 첫 연애를 시작했고 매일 겪는 새로운 경험과 감정은 지복의 감동을 줬으며 당시의 복잡한 환경이 그 관계에 특수성마저 보태줬기에 나는 사랑에 빠져 정신없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열정만 넘치고 모든 게 서투르기에 오래가기 쉽지 않은 관계였고 몇 번의 흔들림 후에 관계가 사그라들 때는 지독하게 앓고 아파했지만 돌아보면 쓰디쓰게 느꼈던 순간들마저도 달콤한 시절이었다.책은 풋풋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대해 찬미한다. 청춘에게만 허용되는 단어는 아니지만 청춘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상대보다 사랑 자체가 중요해 보이기도 한 그 시절을 누구나 떠올릴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평생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은 누구나 꼭 지나야만 한다고 믿는 순간들.소설의 난해함으로 악명(?)과 권위가 높은 제임스 조이스이지만 첫 책이자 젊은 시절의 치기가 시 곳곳에 배어 있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살아가며 모두가 느끼지만 무뎠거나 흐릿했던 걸 포착하고 생생하게 꺼내놓는 게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열정과 생명력 가득한 책이었다. 그 시절의절망에는 왜 희망이 느껴지는 걸까.🖋️ 28 (XXVIII)상냥한 여인이여, 사랑의 종말에 대한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요.슬픔일랑 젖혀 두고지나가는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노래해요.죽은 연인들의 길고 깊은 잠을노래하고, 무덤 속에서는모든 사랑이 잠잔다는 것을노래해요. 사랑은 이제 지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