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와 두 할아버지 동화는 내 친구 70
해리 벤 지음, 이유림 옮김, 멜 실버먼 그림 / 논장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먼 친척이 내용을 알 수 없는 편지를 가지고 와 그 속에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부추긴다면?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혹여나 기회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고민하게 되고,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기며 그 내용을 알아내려고 매달릴 것 같다.

 

글을 배워 편지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허풍선이 실반 할아버지를 따라 읍내로 나선 소년 파블로는 실반 할아버지가 선물해 준 당나귀가 훔친 것이고, 늘 요행을 바라며 정당하게 값을 치루거나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자신에게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약속을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 용서한다. 실반 할아버지는 가진 것은 몸뿐이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만난 또 다른 먼 친척,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장 불행한 얼굴을 하고 실반 할아버지를 원수처럼 대하는 저명한 시인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 역시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소년 파블로. 결국 자연을 닮은 아이 파블로로 인해 앙숙이던 두 할아버지도 서로를 인정하게 된다.

 

가족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는 현명한 엄마와 낙천적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선물을 듬뿍 자라난 파블로이기에 물과 기름처럼 다른 두 할아버지로부터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진심마저 꺼내 보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에 읍내에서 살면서 화려함과 편리함에 마음을 뺏긴 채 살았지만 그로 인해 무서운 일이 닥치기도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엄마 마리아가 아들이 읍내로 나가 행여나 좋지 않은 일을 만날까 걱정하는 마음은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파블로는 엄마의 이 같은 우려도 자연이 베풀어 주는 은혜 속에서 얻은 지혜로 거뜬히 이겨낸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나 역시도 살아오면서 자연과 함께 한 사람은 마음의 그릇은 물론 행동거지도 다르다는 것을 익히 보았기에 어른이 되어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지라도 어려서는 자연의 품에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자연을 닮은 아이 파블로를 통해 그 넉넉함을 배우는 것도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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