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덩 덩 둥덩 가야금 소리 들어 볼래? - 가야금 명인 황병기 우리 인물 이야기 28
송재찬 지음, 이윤희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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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가지 일과 뜻에 매달린 우리 시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우리 인물 이야기는 때론 익숙한, 때론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아간다 해도 문제될 건 없었을 테지만, 몇 달 전에 읽었던 여성운동가 이이효재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기에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두고 타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해 헌신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인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에 가야금 명인 황병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출간되어 읽어보니 역시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 요즘 아이들 스무 살이 넘어도 참 애기들 같은데, 옛날 어른들은 어찌 그리 숙성하셨던 건지.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위태로운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 그럴 테지만, 그렇다 해도 10대 중반에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일에 전심전력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될 사람은 어렸을 때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간 곳에서 가야금을 처음 접한 황병기 할아버지는 법대에 들어가서도 가야금 공부를 계속 이어가 음악 전공자도 아니면서 서울대 음대 강사로 일을 시작한다. 이후 냉대 받는 우리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여러 길을 모색해 우리나라 대중에게는 물론 세계 속에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을 퍼뜨리는 문화 전도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언가를 접하면서 좋다고 느끼기는 쉬워도 그것을 내 것으로 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야금의 선율을 듣는 순간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임을 알았던 황병기 할아버지는 행운아라 생각된다.

 

나 역시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 끝에 딸아이와 함께 사물놀이를 배운지 2주가 되었다. 시에서 열리는 축제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물놀이는 듣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고 흥겨운 게 참 좋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배우는 게 좋다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 사춘기의 다양한 특성을 골고루 보여주는 10여명의 중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데, 참 힘이 든다. 젊은 선생님도 곤욕이고,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괴롭다.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때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온 맘과 정성을 기울여 하고픈 일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오로지 성적만을 위해 내달리다 성적에 맞추어 들어간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러한 생각을 하며 성장통을 심하게 겪는다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지금이야 노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어려운 이 시간들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 발표회를 갖는 순간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연주하고 청중으로부터 힘찬 박수갈채를 받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그러고 나면 황병기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사물놀이가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친구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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