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큰 소리가 무서워 - 읽으면 행복해지는 동화 I'm Happy 아이 앰 해피 11
잉거 마이어 지음, 신민섭 옮김, 제니퍼 캔든 그림 / 루크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엄마가 몰라서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좋은 것, 신기한 것, 재미난 것을 많이 경험하게 해 준다고 축제나 체험을 가도 잘 보이고 잘 들리는 곳을 자리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때마다 아이는 큰 소리가 무섭다고 귀를 막고 인상을 쓰거나 심한 경우에는 울기까지 했다. 그러면 ‘도대체 얘가 왜 이래?’하면서 열심히 애쓴 내 맘을 알아주지 못하고 함께 즐기지 못하는 아이가 원망스러워 덩달아 인상 쓰고 미운 말 해가며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가 된 듯 마냥 즐거운 불꽃놀이 역시 뻥뻥 터지는 소리를 무서워해서 귀를 막아주며 예쁜 것을 눈으로만 보자 그래도 싫어해서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자리를 떠난 일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동네 아이를 봐주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시끄러운 음악이 무섭다고 트렘펄린 장에서 그냥 나와야 했던 일도 있다. 이때도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개인적인 성향이겠지(왜냐하면 똑같이 어려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다 ‘퍼지는 무서워 큰 소리가 무서워’라는 유아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을 간과했는지 깨닫고 딸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외동아이이고, 집에서 큰소리 낼 일이 없어 조용히 컸던 아이라 가족 모임에서 사촌 형제들을 만나면 늘 벌어지는 모습, 소리치고 같이 뒹굴고 때때로 싸우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아왔으면서도 자주 접하지 않았던 크고 시끄러운 소리나 상황에 대해 이해해주지 않고 남과 다르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더 주눅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큰 것과 큰 소리에 예민한 아기 양 퍼지를 보고 엄마와 아빠는 적극적으로 두려움을 떨쳐버리도록 도와준다. 천둥소리가 나고 번개가 치면 개울이나 사과나무 아래로 가지 말아야 하지만, 비가 와서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트랙터의 시끄러운 소리는 맛있는 곡식을 기르기 위한 소리라는 것을, 개가 짖음으로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퍼지가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곳곳을 함께 다니다.

 

정말 무서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자연의 이치고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하고 또 두려울 땐 엄마 아빠가 아이를 지켜준다는 것을 믿고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몫인 걸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을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건 아이가 다 컸다고 해서 아이 연령에 맞거나 한 발 앞서서 책을 보았는데, 이렇게 낮은 연령을 대상으로 한 책을 읽으니 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아이의 세계가 무수히 펼쳐질 텐데, 그 때마다 ‘얘가 왜 이래?’가 아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고 알아보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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