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 해치의 그렇지! 정치 - 어린이를 위한 민주주의 이야기 상상의집 지식마당 4
황지운 지음, 성낙진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엊그제 딸아이가 체험학습으로 국회의사당에 다녀왔다.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의사당 건물 앞에 돌 석상이 두 개 있는데, 바로 시비와 선악을 판단할 줄 안다는 전설의 동물 해치다. 정치에 관심을 갖기엔 아직 어린 나이라 그런지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 물으니 둥근 지붕의 무게가 1000톤이 넘어서 아찔했고, 양쪽 해치 석상 아래에 포도주가 36병씩 들어 있는데, 이 포도주의 용도는 우리나라가 남북통일이 되었을 때 축배를 들거나, 국회의사당 건립 100주년이 되는 해 생일파티용으로 쓰인다며 자신이 그 때 함께 축배를 드는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딸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의 정치를 논할 때 지금처럼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이야기가 넘쳐나 정치인이 존경받고, 우리 사회도 안정되어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 수요일이면 총선이다. 대한민국의 거대한 살림살이를 해나가는 데 있어 지혜와 행동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정치’ 하면 이제 넌더리가 나 외면하고 마는 사람들이 숱하게 보여 답답하고 안타깝다. 국민들을 이렇게 만든 게 권력을 잡으면 국민을 위하는 마음보다 당의 이익이나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이들의 잘못이 크다는 건 알지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출마한 이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선거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선거일은 그저 노는 날로만 기억할까 두렵다.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자라 학습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할 테지만, ‘정치’라는 게 평상시 의식하고 살기엔 거리가 있는 주제여서 아이들과 함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게 책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정정당당 해치의 그렇지! 정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꼭 필요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을 서두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한 모습인 것처럼 아이들이 학교와 같은 작은 사회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모으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역시 정치임을 깨닫게 해준다.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각 나라마다 진통을 겪고 오늘날의 민주주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소크라테스와 프랑스혁명, 투표권을 얻기 위해 싸웠던 영국의 노동자 혁명, 자유와 평등을 위해 헌신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용기 있는 결단과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동참을 얻어냈던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민주주의가 최상은 아니어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우리 아이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그만큼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훗날 해치 석상 아래의 포도주로 축배를 드는 날, 더 발전된 민주주의와 더 행복해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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