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 - 초등학생을 위한 먹을거리 교과서 고갱이 지식 백과 1
김단비 글, 홍원표 그림, 김종덕 원저 / 웃는돌고래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또야?”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을 처음 본 소감이다. 비싼 값을 치루고 먹는 음식들이 쓰레기로 불릴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미각을 만족시키고 나아가서는 그 맛에 길들여져 다른 음식을 등한시 하는 사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소귀에 경 읽기’ 같은 책, 늘 해오던 말만 되풀이하는 듯한 책들이 넘쳐나는지라 별반 기대도 하지 않고 들쳐보았다. 책등 부위를 잡고 휘리릭 넘기다가 멈춘 자리에는 ‘나 때문에 다른 아이가 굶는다고?’라는 소제목이 붙어있었는데, 크나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때문에 이 부분부터 읽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굶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의 실체는 먹기 위해 키우는 동물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선진국의 농지 절반 이상이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데 쓰이게 돼 사람이 먹을 음식이 부족한 실태를 다루고 있다. 세계 빈곤과 기아의 원인은 워낙 총체적이기에 단순히 동물의 사육만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배제하기엔 꽤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한 쪽만 읽었어도 한 면에 내용과 그래프 또는 삽화 등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책의 장점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길지 않은 분량에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이야기로 사실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고, 책 한 권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얻어갈 수도 있다는 점(한마디로 버릴 게 없다) 역시 흡족했다.

혼자서 하는 식사가 아닌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의 중요성, 아침을 거르면 안 되는 이유, 우리 집 밥상에 놓은 음식들의 원산지와 먼 데서 오는 갖가지 음식 재료들의 문제점 등으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만 읽어보아도 늘 가깝기만 했던 음식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다양한 작물(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을 왜 재배해야 하는지,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짧고 슬픈 생존기를 거치는 고기들의 이야기, 자연이 주는 혜택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 자연파괴와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공황상태까지 읽다보면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뭐 먹고 사냐고, 그런 거 신경 쓰고 사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을 더 해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은 언뜻 생각할 때는 일리가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언 발에 오줌 싸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책 본문에 ‘뚱뚱한데도 패스트푸드를 끊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결국은 중독성 때문 -중략-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제대로 활동을 못한다. -중략- 지금은 ’가려 먹기‘가 미덕인 사회가 됐어요. 제대로 가려 먹는 건 편식과는 다르니까요.’(104쪽)라고 쓰인 내용처럼 건강하게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가려 먹기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오감으로 만나는 미술이야기’의 작품 중에서 유독 눈길이 자주 가는 작품이 있다. 평면회화 작품과 똑같은 실제 모형을 만들어 같은 장소에 전시를 했기에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파란 자동차에 고릴라와 거위, 늑대가 올라타 드라이브를 하는데, 너무도 신이 난 표정이다. 작가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갇히고 사육당하며 살육당하는 동물들에게 너무 미안해 작품에서나마 자유로움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어떤 생물도 세상에 태어나 자연의 법칙에 존재하는 위험만을 감수해야지, 그 이외에 볼거리와 미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인간들의 편의나 욕심으로 인해 거꾸로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딸아이도 이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던지 책의 본문 50쪽에 쓰인 이야기를 했다. ‘비좁고, 더럽고, 아프고’란 소제목처럼 공장형 축산 방식을 생산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동물을 대할 때도 최소한 생명을 대하는 예의는 갖춰야’한다는 말에 백배 공감하며, 글을 쓰신 김단비 선생님처럼 지구에 누를 끼치지 않는 생명체가 되는데 날마다 노력하고, 제대로 가려 먹는데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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